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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씨와 자승원장의 닮은꼴 그리고 다른꼴 - 종교계 적폐청산을 꿈꾸는 5월 (손상훈)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8-03-14 17:18
조회
1174

손상훈/ 교단자정센터 원장


 전두환 씨는 지난 80년 말부터 2년간 백담사에서 은둔 생활을 했고, 자승원장은 약3개월을 지냈다. 전 씨가 백담사에 머무는 동안 제도권 불교종단의 일부 승려들은 2년간 온갖 친견법회를 갖고 강연을 청해 듣고 마치 전 씨가 큰 깨달음을 얻은 듯 홍보했다. 누구는 생불이니, 보살님이니 하는 황당한 단어가 거짓말처럼 유행했던 80년 말. 휴일 백담사 주차장엔 승용차와 45인 버스에 신도들을 가득 실은 행렬이 수학여행철도 아닌데 끊이지 않았다는 영화 같은 이야기도 있다. 믿거나 말거나가 아니라 거의 사실이라 생각한다. 물론 반론도 있을 수 있다.


 최근 겨울철 집중수련(동안거 정진)을 한 자승원장을 대하는 일부 언론보도는 전두환 씨의 백담사 생활을 찬양했던 일부 종교언론 기사와 닮은꼴이다. 스스로 문을 걸어 잠그고 하루 한 끼 식사만 해 몸무게도 많이 줄었다고 언론에 알려졌다. 자승원장이 했던 ‘종단일은 묻지 마라’는 짧은 인터뷰 기사가 더 조용히 관여한다는 말로 읽히는 것은 과도한 해석일까. 지난 8년간 재임에 성공한 총무원장에서 ‘무문관 수행’도 하는 전직 총무원장으로 이미지 전환을 하는데 성공한 자승원장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놀랍다.



사진 출처 - 불교닷컴
조계사앞 일주문에서 진행된 언론탄압반대시위 모습


 몇몇 종이신문은 자승원장의 3개월 겨울수련이 체질이고 피부도 좋아졌다고 찬양 고무의 후일담 기사를 실었다. 백담사 수행승의 이미지로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어렸을 때 부활절을 맞아 계란선물을 받았던 행복한 날이 있었다. 맛있게 먹고 예수님 덕택에 그림도 그린 즐거운 날이 기억난다. 다시 태어난 사실 여부를 떠나 후손들이 평소 못 먹던 계란도 먹고 잠시 행복해 질수 있으니 고마운 날이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백담사로 가는 뉴스를 보고, 재산을 사회에 기부한다든지, 잘못을 인정하고, 국민들에게 일부분 사과한 것을 보면서 어린마음에 정의는 살아있다는 생각을 했던 때가 있었다. 진짜 어리석었다.


 그런데 끔찍하게도 3개월 백담사 겨울수련(동안거 수행) 후 부활을 꿈꾸는 자승원장을 보면서 소름이 돋았다. 전 씨처럼 재산을 나라에 헌납하지도 않았고, 자승원장이 동원 가능한 자산이 얼마인지 제대로 파악도 되지 않았는데, 국정원의 종교개입에 대해 제대로 된 조사 한 번 받지 않았는데 일부 언론에서 백담사 3개월 생활을 찬양하고 나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제 자승원장은 퇴임 기자회견에서 밝힌 대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전 총무님과 남북평화포럼을 만들어 사회를 위해 뭔가 도움이 되는 통일운동에 나설지 궁금해진다. 마치 며칠사이 남북정상회담이나 북미정상회담을 예견한 것처럼 포장할까 걱정된다. 전두환 씨에 대한 갖가지 포장으로 평신도 어머니들의 쌈짓돈을 쓸어 담았던 부자 승려의 얼굴이 떠오른다. 아직도 부자이고 조계종 총무원장을 아바타 삼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전 조계종 총무원장은 과연 아무 소임도 맡지 않고 체질 같다는 ‘선원수행자’로 살아갈까. 아니면 종단권력 지지자들의 추대에 어쩔 수 없는 양, 통일운동가로 종립대학 주요 소임자로 또 ‘부활’할까 분명히 지켜봐야 한다. 불교계 일부 언론과 조계종 안팎에서는 자승 전 원장이 스스로의 의지대로 향후 조계종 종단정치에서 일정한 역할을 당연히 하리라 보고 있다. 특히 올해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선거(일반 사회의 국회의원 선거와 같다)와 종립대학 동국대 총장선출과정에서 또 다시 주도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사진 출처 - 불교닷컴
조계사를 방문한 청와대 불자회 모습


 그렇다면 종교계 시민사회는 더 분명한 꿈을 꾸어야 한다. 종교계의 부정부패, 종교계 사립학교의 부패, 특히 최근 동국대에서 일어나는 부조리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나서야 한다. 기존의 관행과 의전을 변화시키는 적폐를 청산하는 세부적인 잣대가 필요하다. 오는 5월 불교계 최대의 명절,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하여 광화문 광장에 나서 새로운 축제를 펼칠 젊은 부처, 시민 부처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리하여 청와대 불자회가 총무원의 눈치를 보지 않고, 신행단체로 거듭나는 변화를 보고 싶다. 재벌승려와 총무원 권력자들의 다리역할을 하는 기존의 적폐 청와대가 아니라 ‘종교계 적폐청산’을 의전부터 바꾸는 기적 같은 일. 예를 들면 부패한 대학 총장이 구속되고, 대학 구성원이 안심하고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날. 또 다른 전두환이 부활하는 모습이 아니라 진정한 스승이 다시 부활하는 기적 같은 5월이 종교계 시민사회에도 오길 함께 꿈꿔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