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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웃#미투운동과 김해 여경 1인 시위 (이회림)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8-01-24 17:07
조회
265

이회림/ ○○경찰서


 하비 와인스타인 이라는 걸출한 미국 영화제작자가 있었습니다.
'갱스 오브 뉴욕', '펄프 픽션', '캐롤', '킬빌' 등을 만들었고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신뢰하는 제작자이고 헐리우드에서 가장 '힘이 센' 제작자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사람이었지요. 그런데 이 인간이 알고 보니, 평소 여배우들에게 성폭행을 일삼고 여배우들이 항의하면 조용히 뒤에서 돈으로 무마해오던 파렴치한이었습니다. 이 인간의 만행은 기자인 우디 알렌 감독의 아들에 의해 뉴욕타임즈에서 특집기사식으로 상세히 다루어졌습니다. 여배우들이 그가 가진 영화계 내 영향력에 짓눌려 경찰에 신고 한 번 제대로 못하는 동안 발정난 개처럼 계속 피해자들을 양산하고 다녔고, 더 이상 감출 수 없을 정도로 그 피해자들의 수가 늘어났답니다.


 김해에서 현직 여성경찰이 ‘성범죄, 갑질없는 직장에서 일하고 싶습니다’라고 써진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는 기사가 떴습니다. 솔직히 이 기사를 보고 그리 놀랍지도 않았습니다. '터질 게 터졌구나~' 이 정도였죠. 왜냐하면 맘속으로 수도 없이 상상해 보던 장면이기 때문입니다. ‘나도 1인시위라도 하고 싶다!’ 이런 마음이 든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설마,, 팀장님이 날 여자로 보겠어? 내가 잘 못 느낀 거겠지,, 우연히 스친 거겠지,,,'


 아버지뻘이었던 그 느끼한 팀장이 의도적임을 알게 된 것은 그 찝찝한 기분을 3회이상 연속으로 느낀 후였습니다. 김해 여경의 일은, 기사를 차 떼고 포 떼고 읽어봐도 저간의 사정이 눈 앞에 그려집니다. 문제는 이 정도는 특이한 사례가 아니라 여경들 사이에선 꽤 일반적인 사례라는 것입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헐리우드의 하비 와인스타인,,
이 사례도 영화계 내에선 전 세계적으로 고전적인 수법인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미국 사회가 우리와 다른 것은, 이런 놈(즉, 가해자)의 주변인들이 폭로 이후에 어떤 식으로 반응하는지를 보면 압니다. 피해자가 아닌 ‘엠마 왓슨’은 “나는 성추행을 당한 모든 여성 편에 서 있다”며 응원의 목소리를 냈고 ‘알리사 밀라노’는 성폭력이 어디서든 항상 일어나고 있는 범죄임을 알리고자 “성폭력을 당한 분들은 이 트윗에 ‘me too’ 라고 응답해 주세요.”라는 트윗을 올렸습니다. 이 글은 헐리웃을 흔든 ‘미투운동’의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많은 여성들이 이들의 발언에 용기를 얻어 각자의 SNS에 그동안 경험한 성폭력에 대해 고백하며 ‘#MeToo(나도 당했다)‘태그를 달았습니다.


 지난 가을, 하비 와인스타인 사태가 일어난 후 개최된 골든 글로브상 시상식에서는 남배우들도 피해 여배우들에 대한 연대의 마음을 표현하는 데 동참했다고합니다. 그리고 그와 친분관계에 있었던 배우, 감독들이 자성의 글을 sns에 남기거나 사실 그런 놈인지 알고 있었는데 그의 영향력 때문에 아무 조치도 못했다는 식의 반성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 지점에서 저는 미국 사회가 부럽기 시작했습니다. 피해자의 주변인들 뿐만 아니라, 가해자의 주변인들까지도 피해자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있었으니까요.


 우리 대부분은 가해자나 피해자가 될 확률보다는 그들의 주변인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그리고 성폭행 사건을 둘러싼 주변인들의 시선과 태도에 의해 그 사건의 성격이 달라질 수도 있고 가해자가 피해자로 둔갑하는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사실 성희롱, 강제추행 같은 흔한 성범죄들은 그 속을 들여다보면 권력 관계에서 오는 문제입니다. 약자가 강자를 희롱하거나 추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쉽게 말해 자신보다 상대적으로 약자인 이들에 대한 배려와 존중의 문제인 것이지요. 가해자의 주변인들이 가해자가 내뱉는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 나무라는 분위기만 만들어도 가해자들은 위축될 것입니다. 나쁜 버릇은 주변에서 지적하고, 야단치고, 시정을 요구하여야만 고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헐리우드의 하비 와인스타인이나, 여경에게 성희롱을 하고 추행을 하는 남자 경찰이나, 그들 주변에 있는 분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잔소리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당장 까칠한 사람, 예민한 사람이라는 부정평가를 받더라도,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자기 확신은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