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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질된 청부폭력, 변질된 개혁 조장하는 불교계 (손상훈)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2 16:45
조회
585

손상훈/ 교단자정센터 원장


언론보도에 의하면, 2015년 초 불교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대한불교 태고종 내분 사태에 조직 폭력배가 깊숙이 개입하였고, 자신들은 폭력을 쓰지 않고 뒤에서 조종한 이른바 '스마트 조폭'들이 최근 검찰에 구속되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폭력을 쓰는 일은 다른 폭력조직에 맡기는, 이른바 지능화된 스마트 조폭 방식으로 법망을 빠져나가려 했으며, 폭력조직 사이에 하청 방식을 통해 한 단계 진화한 조직폭력배들이 종교계로까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충격적입니다.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청부 폭력이 종교계 권력 싸움, 불교계 총무원 자리싸움에서도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태고종은 대한민국에서 조계종 다음으로 역사가 오래되고 문화재가 많은 불교 종단입니다. 천태종과 비교되는 많은 인적 자원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태고종에서 당시 총무원장이던 도산스님과 비대위원장이었던 종연스님 측이 서울 종로에 있는 총무원 사무실을 점거하기 위해 두 차례나 맞붙은 겁니다. 폭력배 출신 스님과 용역 깡패 등이 동원되면서 수십 명이 다친 폭력사태로 도산과 종연스님이 모두 구속되었습니다. 1998년 조계종 권력싸움과 비슷한 상황이지만, 태고종 양측 모두 구속된 것은 또 다른 특이한 대목입니다. 1994년 서의현 전 총무원장이 폭력배를 동원하여, 조계종 총무원 청사를 물리력으로 장악한 적이 있습니다. 변화와 개혁을 원하는 생각이 다른 승려들을 폭력으로 제압하려다 오히려 여론의 지탄을 받고 서 원장이 물러나는 여러 계기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서 원장은 공직을 스스로 사퇴하고 국가기관의 처벌은 면하는 타협책이었습니다. 그러나 2015년 태고종 종권다툼세력들은 조계종 권승들의 잘못된 폭력의 역사를 되풀이 하다 사법당국의 처벌을 받게 되었습니다. 시대가 달라진 것을 모르고 서로 이권만 생각하다 감히 청와대 근처 서울 종로구에서 싸움을 벌이다 ‘불경죄’에 걸렸을 수도 있겠습니다. 조계종과 태고종의 오래된 비구대처 싸움도 있습니다. 폭력으로 절을 지키고 빼앗고, 주먹 잡이들을 모아 승복을 입혀 절 뺏기에 동원했으며, 폭력배들은 이후에도 승복을 입고 절에 남아 큰스님 행세를 하거나 대접을 받았습니다. 이런 굴절된 역사와 전통이 청산되거나 공개적으로 반성되지 못하였고, ‘청부폭력’으로 변질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최근 조계종 총무원도 폭력행위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습니다. 자승 총무원장 출신 교구인 제2교구 용주사 공양간(구내식당)에서 자승원장의 제자가 사숙스님을 폭행한 사건과 용주사 관리과장이 신도비대위 사무총장에게 방화미수 한 사건이 일어나 경찰서에서 조사 중에 있는 사례 등입니다. 조계종 총무원 호법부는 검찰과 경찰 기능을 하는 기관인데 같은 용주사 출신의 세영스님이 맡고 있습니다. 세영스님은 경찰인권위원회 인권위원도 맡고 있고, 불교환경단체 등 시민사회단체에도 알려져 있는 분입니다. 그래도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용주사 출신들이 권력을 장악했다고 해도, 종단차원의 최소한의 조사와 징계는 당연한데 시간 끌기, 늦장조사, 중앙종회 책임전가 같은 다양한 방법으로 면피하고 있습니다. 아주 스마트 합니다. 용주사 폭행사건이나 현 용주사 주지 성월승려의 처와 자식 있다는 ‘은처의혹’은 성월승려 스스로 주장한대로 ‘친자확인 유전자 검사’를 실시하면 바로 해결될 문제입니다. 스스로 승려의 명예를 지키려면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겠다고 선언했으니 지키면 될 일인데 실행하지 않으니, 불필요한 폭력사건이 연달아 일어나고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오죽 답답하면, ‘조계종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 추진위원회’(공동추진위원장 도법스님)가 동국대 사태와 용주사 사태에 대한 종단적 문제해결을 재차 촉구했습니다. 동국대 사태와 관련해서는 원탁회의 재구성을 제안하고 용주사 사태에는 "총무원과 중앙종회가 특단의 자세로 나서달라"고 요청했다고 불교계 언론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공동추진위원장이란 명칭은 자승 총무원장 2중대라 불리는 도법스님이 맡은 여러 가지 조계종 직위 가운데 하나입니다. 도법스님은 2015년 11월 동국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면서 보름 넘게 단식한 교수와 밤샘 협의도 하고, 총무원장의 공개선언에 따라 민주노총 위원장도 자진 출두하라고 열심히 설득하는 노력을 했다고 합니다. 오는 3월 15일 조계종의 입법기구인 중앙종회가 열리는데 또 어떤 고군분투를 하실지 지켜봐야 합니다. 총무원장이 내린 지시를 근거로 열심히 포장하고 충성경쟁을 하는 모습이 ‘스마트 조폭’과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볼 일입니다.


20160127web01.jpg동국대 이사회 은석초교 앞 기자회견.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마이크를 입에 가져간 최광백 총학생회장은 “건중이가 30일이 넘도록 단식을 하고 있다. 여기 와서 발언을 하게 되면 울지 않으려 했는데 눈물이 난다. 총학생회장으로서 여러분을 볼 면목이 없다”고 말하며 결국 눈물을 떨궜다.
사진 출처 - 불교포커스


50일 단식한 학생, 투신하겠다는 학생의 노력으로 동국대 이사회는 지난해 12월 3일 ‘이사 전원 사퇴’를 결의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1월 11일 동국대 이사회는 임기가 짧은 순으로 이사직을 사퇴하기로 결의했다고 전해집니다. 한 달여 만에 가장 문제가 된 일면, 보광이사가 가장 임기가 긴 이사가 되는 결정을 한 것입니다. 불교계 일부에서는 동국대 이사회의 이런 결정은 조계종 정황상 자승 원장을 비롯한 최고위층의 입장이 없이는 나오기 힘든 결정이라는 의견입니다. 사회적 지탄을 받고 상황을 면피하기 위한 조치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사립학교법이 명시한 ‘덕망 있는 인사’를 추천해야 하는 조계종 중앙종회가 게으름을 피우는 동안 동국대 학생들과 교수들은 단식과 징계의 절벽 위에 서 있습니다. 올 2016년 동국대 구성원들은 또 다시 조계종 권승들과 싸움을 해야 하는 안타까운 처지에 놓여있습니다. 과거 ‘개혁세력’을 자처했던 일부 승려와 재가불자들까지 결합되어 변질된 ‘스마트 개혁’에 참여한다면, 피눈물을 흘릴 중생들은 더 많아질 것입니다. 사회법이나 조계종 종법을 위반한 승려와 추종자들에 대한 모니터를 함께 해야 할 이유입니다.


20160127web02.jpg한국불교종단협의회 신년하례법회 맞대응 야단법석.
용주사신도비대위 등은 1월 12일 낮 조계사 건너편 템플스테이 정보센터 앞에서 ‘용주사 주지 성월 퇴출! 동국대 정상화 촉구! 재가단체 신년하례 야단법석’을 열고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과 용주사 주지 성월스님, 동국대 총장 보광스님의 퇴진을 주장했다.
사진 출처 - 불교포커스


마지막으로 조계종에 비판적인 세력을 종단 차원에서 탄압하고 있습니다. 조계종 중앙종회는 2015년 11월 11일 불교계 언론 인터넷 매체인 <불교닷컴>과 <불교포커스>를 ‘해종언론’으로 규정했습니다. 종단 차원에서 해종언론대책위원회까지 꾸려 이들 매체에 대해 취재 지원 중단, 종단 출입 금지, 광고·후원 중단, 이미 게재된 광고 삭제, 간담회·인터뷰 금지 등 지침을 종단 산하 사찰에 내려 보냈습니다. 이들 매체는 최근 동국대 사태를 비롯해 자승 스님의 전일저축은행 대주주 접촉 의혹, 일면 스님의 탱화 절도 의혹 등을 비중 있게 다뤘습니다. 최고위층과 관련되어 심기를 건드릴 수 있고, 서로 충성경쟁하며 명예를 지키겠다고 정정보도나 언론중재위에 제소하거나 소송으로 가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절차나 해명 없이 광고를 게재하는 승려들까지 징계하겠다고 하는 조계종의 태도는 마치 5공 때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고 있습니다. 불교계와 조계종의 ‘스마트’하지 못한 ‘변질된 행태’를 잘 지켜봐 주시길 당부 드립니다.


이 글은 2016년 1월 27일 인권연대 웹진 <사람소리> 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