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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민영화의 서막, 제주 녹지국제병원 설립을 반대한다! (이현정)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2 16:42
조회
331

이현정/ 꽃씨네농작물 대표


12월 30일. 한 해가 진다. 올 1월, 아내와 세 살배기 딸과 함께 제주 서쪽 저지리에 정착했다. 저지리는 전형적인 중산간 농촌마을이다. 오름, 곶자왈, 관광지들이 많아 최근 마을에서는 마을생태관광을 시작하였다.


어느덧 제주에 정착한지 1년이 되었다. 처음에는 제주에서 몇 년 살다가 육지로 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몇 달 살다가 바뀌었다. 가족들과 이곳 생활이 좋아 오래 살기로, 그때부터 생계 활동까지 더 바빠졌다. 결국 일을 많이 벌렸다. 농촌 민박도 시작했고, 자연환경해설사 공부를 해서 제주생태*역사 여행도 진행하고 있다. 또 마을에서 고맙게도 밭을 무상으로 빌려줘 콜라비도 700평 재배하고 있다. 1월이면 수확인데, 우리 가족이 키운 첫 농산물이라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 글을 쓰는 직전까지도 아침부터 귤을 땄다.


우리 가족의 새로운 터인 제주에 최근 안타까운 사건이 터졌다. 아니 매우 중요한 전국 사건이다. 지난 12월 18일, 박근혜 정부가 국내 최초의 영리병원인 제주 녹지국제병원 설립을 승인한 것이다. 물론 최종적으로 제주도가 설립 심의 승인을 해야 하지만, 지금 분위기로는 제주도가 정부에 사업계획서를 올린만큼 설립이 허용될 분위기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고 책임져야 할 의료 분야도 결국 민영화의 서막이 올랐다.


제주 녹지국제병원 설립을 적극적으로 반대한다. 제주도정은 당장 이 나쁜 짓들을 멈춰야 한다. 의료 민영화란 결국 자본이 더 몰리는 것에 의료 투자와 치료를 하고, 더 많은 자본을 회수하는 것에만 관심을 둔다. 왜냐하면 기존 병원들과는 달리 영리병원 수익은 투자자가 회수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 때문에 의료의 공공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당연히 국민건강보험 시스템은 붕괴된다. 공공성을 담보해야 할 의료분야마저 죽는 것이다.


현행 의료법은 영리병원 설립을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녹지국제병원 설립 승인은 특별법으로 인해 제주도에 예외적으로 허용되어 추진하고 있다. 만약 이게 설립된다면 특별법에 의해 육지의 경제자유구역에도 우후죽순 생겨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궁극적으로는 의료법까지 바꿔 버젓이 자본 회수만을 내세우는 악덕 의료민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다. 꼭 막아야 한다.


00546910701_20151219.JPG국내에서 처음으로 영리병원 설립 승인을 받은 중국 녹지그룹의 녹지국제병원 건설 공사가
지난 18일 제주 서귀포시 토평동 병원 부지에서 진행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사진 출처 - 한겨레


녹지국제병원 설립주체도 도마에 올랐다. 의료사업 경험이 전무한 중국녹지그룹이라는 부동산 재벌기업이 추진하고 있다. 결국 녹지국제병원은 미용이나 성형 등을 통해 막대한 돈벌이 사업을 대한민국에서 해간다는 것이다. 나쁜 박근혜 정부와 제주도정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이 그룹과 구체적인 병원 사업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국민의 알 권리조차 틀어막고 있다. 사업계획서를 보면 2017년 3월에 서귀포에서 개원하여 4개 과목을 진료하는 것으로만 알려져 있다.


박근혜 정부, 그리고 제주도정은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설립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국민건강보험 제도의 근간을 없애버릴 의료민영화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최근에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들어올 때와 나갈 때가 한결 같은 사람, 진실한 사람을 강조했던데 기가 막힐 노릇이다. 본인이 내건 대선 10대공약을 지키지 않는 사람 입에서 나온 말 치고는 부끄럽기 짝이 없다. 더불어 본인이 4대 중증 질환 국가 보장까지 공약으로 내세웠던 것을 잊은 것 같다. 모두 반대로 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국민들이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정부와 제주도정은 공공의료를 훼손할 의료민영화 작태를 당장 멈춰라!


이 글은 2015년 12월 31일 인권연대 웹진 <사람소리> 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