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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이슬람 국가), 테러와 테러방지법 (이동화)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2 16:40
조회
340

이동화/ 민변 국제연대위 간사


2015년 11월 13일 프랑스 파리에서는 동시다발적인 테러로 132명이 사망하고 350여명 이상의 시민이 부상당한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이 테러에 대해 IS는 본인들의 소행임을 밝히며, 다시 한 번 전 세계인을 충격과 공포에 빠지게 하였다. 이후 프랑스와 미국을 중심으로 서방국가들은 IS 점령지에 대한 직접 폭격을 진행하고 있고, 유엔차원에서는 모든 수단(군사적 방안포함)을 동원하여 IS를 몰아내기 위한 결의안이 채택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2001년 911 테러이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침공 모습이 다시 재현 되고 있다.


IS와 한국은 이미 한차례 악연이 있다. 2004년 이라크에서 발생한 김선일 씨 납치와 살해 사건이 바로 IS의 전신인 ‘유일신과 성전’이라는 단체가 자행한 것이다. 이라크 전쟁이후 미국에 의한 점령시기부터 IS의 전신인 ‘유일신과 성전’이라는 단체는 이라크 바그다드 인근 도시인 팔루자, 티크리트, 라마디, 소위 수니 삼각지대에서 반미와 반제국주의에 기대어 세를 확장시켰고, 이라크의 혼돈과 시리아의 내전으로 인해 결정적인 세력 확장을 이뤄낸 무장 세력이다. 알고 보면 지금의 IS를 탄생시킨 배경에는 미국에 의한 이라크 전쟁과 점령이 있는 셈이다. 이라크 내 수많은 무장 세력과 종교 세력도 IS의 잔혹함과 극단적 방식에 대해서 치를 떨고 있고, 알 카에다 조직도 공식적으로 IS와의 단교를 선언하고 최근 선전포고도 한 상태로 알려졌다.


IS가 잔혹한 테러를 계속하면서 전 세계적인 이슬람포비아와 적개심이 높아가고 있다. 그리고 무장 세력에 대한 군사적 공격 또한 별다른 저항 없이 용납되고 있다. 지난 9월,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아기 쿠르디의 사진으로 인한 시리아 난민에 대한 우호적 분위기와 시리아 내전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은 IS의 파리 테러로 그 갈 길을 못 찾고 헤매고 있다. 그 와중에 이스라엘에서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무차별적 군사공격으로 십 수 명의 이스라엘인들과 9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사망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여전히 팔레스타인에 대한 무자비한 폭력과 살상은 계속되고 있고 이에 대한 팔레스타인의 저항도 계속되고 있다.


AKR20151115001800081_01_i.jpg파리 테러가 발생한 바타클랑 주변에 꽃다발을 갖다 놓는 시민
사진 출처 - EPA=연합뉴스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파리 테러이후 많은 사람들이 프랑스 국기를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플픽)으로 올리며 파리 테러에 의해 희생된 이들을 애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IS가 자행한 다른 테러(이라크와 시리아, 레바논에서의 테러와 암살)와 파리 테러의 희생자들을 비교하며 프랑스 국기 플픽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한다. 개인적으로 본인의 페이스북 플픽에 프랑스기를 올린 것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더욱이 그들이 다른 테러에 눈감고 파리 테러에만 반응한다고 생각지도 않는다. 하지만 파리 테러를 비롯한 IS의 만행이 지속되는 이 순간에도 서방국가를 중심으로 하는 공중폭격과 군사적 행동은 그 지역의 무고한 사람들의 희생을 야기하고 있다. 언론에서 이에 대한 뉴스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IS의 공포가 전 세계를 뒤덮은 현재, 테러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고 올바른 대응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힘을 잃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테러방지법’을 제정하여 테러를 방지하자는 입법 활동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미 911 테러 이후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가 테러방지법을 제정하였지만, 테러가 줄어들기는커녕 현재의 모습처럼 더 만연되고 있다. 국회에서 제정하려는 테러방지법은 테러행위와 테러위험인물, 외국인테러전투원 등에 대한 정의가 모호하고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고, 이미 현행 국내법으로 항공기납치, 폭탄테러, 인질, 국제범죄조직 등을 처벌할 수 있음에도 국가정보원에 테러관련 예방과 대응에 대한 권한을 위임하여, 그렇지 않아도 문제가 가득한 국가정보원에 무소불위의 날개를 달아주려 한다. 만약 테러방지법이 제정되면 국정원은 ‘테러’라는 명분으로 민간단체를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휴대폰을 도감청하며, 금융정보를 마음대로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이미 대선에 개입하고 서울시 공무원을 간첩으로 조작한 국정원에게 그러한 권한을 넘겨주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한 것임이 명백하다.


이제 한국의 많은 사람들도 테러로부터 자유롭지 않다고 느끼고 있다. 불안과 공포가 가득하다. 언론은 균형을 잃은 지 오래고, 국회는 국민의 불안과 공포를 활용해 국정원에 통제할 수 없는 권한을 몰아주려 하고 있다. 우리가 지금 지켜봐야 할 대상이 IS만은 아닐 것이다. IS를 만들어 냈던 전쟁과 점령, 그 이전부터 지속되고 있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과 탄압, 그리고 테러방지법까지, 하나하나 실에 꿰어진 구슬처럼 하나의 관계로 인식해야 한다. 그래야 부분이 아닌 전체가 보이고, 문제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쿠르디를 잃었던 슬픔 마음을, 파리 테러에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는 마음을 하나하나 엮어야 이 비극적인 상황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2015년 12월 2일 인권연대 웹진 <사람소리> 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