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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퇴진, 주민소환 추진한다며 거리로 나온 조계종 (손상훈)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2 17:50
조회
366

손상훈/ 교단자정센터 원장


자승 총무원장은 지난 10월 10일 일간지 기자들과 만나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과 관련해 “서울시의 최종 인허가가 내려질 경우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주민소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자승 원장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대권 행보에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지난 4월 2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일부 국회의원 후보들의 선거 유세를 지원했다는 논란을 일으킨 자승 원장이 내년 대선에도 개입하겠다는 뜻을 드러내 논란이 예상된다. 연합뉴스 등 일간지 보도에 따르면 자승 원장은 10일 서울 봉은사에서 일간지 기자 간담회를 열고 “서울시가 오는 12월 즈음 최종 건축 허가를 내 줄 것 같은데, 이는 불교계를 기만하는 것이다”라며 "조계종은 박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제 신청을 검토하고 있으며 박 시장의 대권 행보를 지켜보지만은 않을 것이다"고 경고했다.


자승 원장이 밝힌 주민소환제 투표를 위해서는 서울시민의 10%의 서명동의를 필요로 한다. 서울시 유권자의 10%는 약 80만~ 90만 명이다. 또 서명을 얻었더라도 유권자의 3분의 1이 찬성을 해야 한다. 지난 9월 홍준표 경남지사 주민소환 투표청구인 유효서명이 기준(경남도민의 10% 이상)에 미달해 ‘기각’ 결정됐다. 조계종이 주민소환에 필요한 서울시민 10%의 동의를 얻어낼 수 있을 지 관심이다.


자승 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봉은사에서 500m 떨어진 삼성동 옛 한전 용지에 현대자동차가 105층(약 550m) 건물을 짓는 것은 문화재를 보호하고 있는 천년 고찰을 무시한 처사이다.”라며 “55층(275m) 이상 건물을 짓는 것은 안 된다는 방침을 정해 서울시에 요청했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종 한전부지 환수위는 초고층 건물이 들어설 경우 봉은사 일조권 침해로 인한 국가지정 문화재 훼손이 심각하고 수행환경도 위협 받을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어 조계종은 13일 오전 11시 봉은사 대웅전 앞에서 GBC 개발 저지를 촉구하고, 개발 인허가권이 있는 서울시를 규탄하는 법회를 열었다. 이 법회는 그동안 운영된 한전부지 환수대책위를 ‘졸속행정 재벌특혜 한전부지 GBC 개발 저지 봉은사 역사문화환경 보존 대책위원회’(공동위원장 지현ㆍ원명 스님)로 전환해 가진 첫 시위이다.


“박원순 시장과 현대차 사이에 어떤 이면 합의가 있었던 것일까. 박원순 시장은 우리에게 응답해야 한다. 봉은사 천년의 혼 팔아먹은 박원순은 서울시장 자격 없다. 즉각 퇴진하라.”


20161019web01.jpg사진 출처 - 불교닷컴


옛 한전부지를 불법강탈당해 원 소유주인 조계종에 돌려줘야 한다는 주장을 펴던 조계종이 이번엔 현대자동차 GBC 건립과 관련해 박원순 시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조계종의 협의체 구성과 논의를 거절하고 졸속행정과 재벌특혜로 전통문화를 말살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조계종에서 광고중단 압력 등 해종언론으로 탄압받고 있는 불교계 인터넷언론 불교포커스와 불교닷컴 등에 따르면, 이날 법회는 조계종이 ‘한전부지 환수’라는 구호를 떼고 ‘역사문화환경 보존’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첫 행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앞서 조계종은 현대자동차 부지가 봉은사의 옛 토지임을 근거로 환수를 주장하면서 ‘더민주 총선필패’, ‘亡 현대자동차’, 종무원을 동원한 ‘삼보일배’ 등 공감하기 어려운 퍼포먼스를 벌여온 바 있다. 하지만 한전부지 매각 당시 조계종이 보상금을 받아내고자 하는 계획에 직ㆍ간접적으로 개입되어 왔다는 정황이 지난해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진 바 있어, 종단의 이번 말 바꿈이 얼마나 많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지에 여전히 물음표가 붙는다.


13일 법회는 기존 한전부지 환수를 주장해 온 것과 달리 봉은사 역사문화환경 보존을 내세웠다. 법회에는 대책위 공동위원장인 조계종 총무부장 지현 스님, 봉은사 주지 원명 스님과 조계종 종무원 및 신도 등 사부대중 500여 명이 참석했다. 법회에서는 신도회 대표로 김철현 부회장이 나서 결의문까지 발표했다.


시민단체 공동대표를 오랫동안 지낸 공동위원장 지현 스님은 봉행사에서 “서울시가 현대차 GBC 개발인허가와 관련된 행정절차를 역사상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진행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1200년 봉은사의 역사문화수행환경에 피해가 발생될 것이 명약관화하게 된 상황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서울시와 현대차가 추진 중인 105층 건물이 들어서게 되면 동절기에 봉은사 전역이 4시간 동안 그림자에 가려 햇빛을 볼 수 없게 된다.”며 “이는 100년 전 목재로 지어진 선불당의 심각한 훼손을 야기하고 그 안에 보존되어 있는 동산 문화재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 불 보듯 뻔하다.”라고 말했다. 지현 스님은 “구 한전부지는 과거 군사정권과 그 대리인으로 나섰던 서울시가 대웅전을 제외한 모든 경내지를 강탈해 간 토지이다.”라고 주장했다. 기존 박정희 군사정권이 사찰 경내지를 강탈했다는 주장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스님은 “시장 취임 후 도시계획을 발표하며 역사와 문화가 숨 쉬는 서울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사실이 있다. 그럼에도 박 시장은 이곳을 철저히 외면한 채 역사와 문화, 그리고 문화재 영향에 대한 검토를 단 한 번도 하지 않고 오직 재벌특혜를 위한 용도변경 및 건축허가에 몰두하고 있다.”며 “역사와 문화를 온전히 보존 계승하기 위해 조계종은 어떠한 희생도 감수할 계획이다.”라며 박원순 시장을 겨냥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20161019web02.jpg지현 스님
사진 출처 - 불교포커스


공동위원장 봉은사 주지 원명 스님도 “서울시는 전통사찰의 보존 의무를 져버리고 1970년 정권의 하수인이 되어 평화롭게 수행하며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고 있던 우리 봉은사의 10만평을 강탈하는데 앞장서더니 이제 와서는 전례 없는 재벌특혜 졸속행정으로 봉은사의 역사와 문화재를 송두리째 훼손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졸속행정과 재벌특혜는 국가 법령에 따라 보존하고 수호하여야 할 전통사찰 봉은사의 수행환경의 침해와 천년 문화재의 훼손을 전제로 하고 있어 박원순 서울시장의 문화정책에 대한 단면을 볼 수 있다.”면서 “서울시에서 35층 이상 건물의 신축허가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지만 유독 현대자동차 GBC 건축 허가만큼은 서울시장의 종전 시정철학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고 있어 그 배경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대책위는 박원순 시장과 현대차 GBC 건립을 반대하는 동영상을 상영했다. 대책위는 이 동영상에서 “박원순 시장과 현대차가 어떤 이면합의를 한 것인지 밝혀야 한다.”는 엉뚱한 주장까지 펼쳤다.


대책위와 신도들은 법회 후 거리로 나섰다. 대책위는 봉은사에서 현대차 부지 앞까지 현수막과 알림판을 들고 행진하며 “GBC 개발계획 즉각 중단하라”, “서울시는 재벌특혜 졸속행정 반문화적 개발 즉각 중단하라”, “헌법파괴 문화재 훼손 GBC 개발계획 강행하는 박원순 시장 즉각 퇴진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서울시 "역사문화환경 침해 없을 것"…"문화재영향평가 고의 누락은 사실 아냐"


한편, 조계종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서울시는 “GBC 개발이 봉은사의 역사문화환경을 침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미 도시건축위원회를 통해 검증된 부분”이라고 반박에 나섰다.


“서울시가 봉은사에 대한 문화재영향평가를 고의 누락 시켰다는 것이 사실이냐”는 물음에 최경주 서울시 동남권사업단장은 “문화재보호법이나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문화재영향평가는 공사 구간 50m 이내에 있는 문화재에 해당한다. 300m이상 떨어져 있는 봉은사는 대상이 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개발인허가 절차를 사상 유례 없는 속도로 강행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최 단장은 “1년 넘게 절차를 거쳐 가며 진행하고 있고 아직도 거쳐야할 절차가 많이 남아있다”며 “되레 현대차 측에서 속도감 있게 추진하려 하는 부분을 법과 절차에 맞춰 진행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최 단장은 “종단에서 처음에는 저희를 찾아와 토지 소유권 관련 문제를 자꾸 이야기 하셔서 곤혹스러웠다. 저희가 당사자도 아니고 해서 딱히 말씀드릴 부분이 없었다. 그 외 사항에 있어서는 지금도 적극적으로 만나 면담에 응하며 모두 설명 드리고 있다.”라며 “GBC는 서울시 도시공동위원회를 거쳐 사업 승인을 받아 진행해 나가고 있는 사업으로 향후 도시 발전을 위해 그 개발이 어느 정도 허용되어야 한다는 공통된 인식이 있다. 앞으로도 현행법에 정해진 법적 절차에 따라 사업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종은 한전부지 환수위를 봉은사 역사문화환경 보존 대책위로 전환해 가진 첫 행사에서 ‘박원순 퇴진’을 앞세웠다. 자승 총무원장이 주민소환을 언급한 그대로 신도들까지 내세워 주민소환 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한전부지 환수위 활동이 보상금을 받아내기 위한 것이라는 정황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조계종은 보상금을 넘어 대선을 겨냥한 특정후보 흔들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논란까지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조계종은 4·13 총선을 앞두고 ‘더민주 총선필패’와 ‘박원순 대권 불발’ 등의 알림판과 구호를 내세우며 서울시를 압박했지만, 성과를 얻지 못하고 종교단체가 스스로 정교분리의 원칙을 저버리고 총선에 개입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은 바 있다.


10월 13일 조계종은 ‘해종언론’이라는 해괴한 덫을 씌우며 언론을 탄압하는 모습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날 법회를 취재하던 <불교포커스> 기자를 사찰 밖으로 내쫓았다. <불교포커스>에 따르면 “기자가 법회 현장을 취재하는 동안 호법부 스님들은 수차례 몸을 잡고 사진 촬영 및 취재를 방해했으며, 일부 종무원들은 기자를 찾아와 ‘죄송하다. 스님들께서 내보내라고 해서 나가야한다’며 사찰 밖으로 나갈 것을 수차례 종용했다.”라고 전했다. 박원순 시장 주민소환 운동 선언과 박원순 시장 퇴진을 요구하는 조계종의 주장이 어떠한지 시민사회가 엄정하게 지켜보아야 한다.


이 글은 2016년 10월 19일 인권연대 웹진 <사람소리> 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