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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에가시’는 김형수(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총장), 신종환(공무원), 윤요왕(재)춘천시마을자치지원센터장), 이동화(아디 활동가), 이승은(경찰관), 이원영(용산시민연대 공동대표), 정한별(사회복지사) 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국제단체와 정치적인 활동 (이동화)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2 17:55
조회
316

이동화/ 아디(Asian Dignity Initiative, 아시아인권평화디딤돌) 팀장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때문에 거의 한달 이상 온 나라가 분노하고 있다. 사람들의 분노는 기존의 다른 권력형 비리 때와는 확연히 달랐고, 가정에서 직장에서 거리에서 사람들은 박근혜 하야와 퇴진을 외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당선이후 최저(最低)인 한 자리 숫자이고, 역대 대통령 중에서도 가장 낮은 지지를 받고 있다. 사실상 박근혜 맹신도를 제외하고는 일반 국민들의 마음에서 박근혜 씨는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닌 범법자일 뿐이다.


백만의 촛불이 광화문을 밝혔던 11월 12일, 그 역사적 순간을 함께 하고 싶었지만 예정되어 있는 해외 출장 때문에 백만의 촛불 파도타기와 그 함성을 인터넷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아쉬운 마음에 한국에 돌아가자마자 단체 활동가들과 11월 19일 집회에 함께 참여하기로 의견을 모았고, 곧바로 전체 회원들에게 11월 19일 집회 참여 문자를 보냈고 예상치 못한 문자를 받게 되었다.


주요내용은 이러했다. “아디의 회원인데, 아디 정관에 이러한 (집회참여) 활동도 포함되어 있는지? 사조직이 아니기에 단체 설립목적에 맞게 활동해야 한다. 나 역시 박근혜 정부에 분노하지만 아디를 통해 이러한(집회참여) 정치적인 활동을 하고자 회원이 된 건 아니다”


사실 기존에 활동했던 단체에서 정치적 활동 때문에 제약을 받아본 적은 없었다. 차라리 더 열심히 하지 못해서 질책을 받은 적이 많았기에 받는 순간 약간 당황했다. 그리고 19일 집회가 정치적 행동인가? 하는 불편한 궁금증도 있었다. 하지만 아디와 같은 회원기반 단체에서 회원들의 의견은 무척 소중하기에 다시 찬찬히 문자를 보았다. 그러면서 과연 무엇이 정치적 행동(?)인가 하는 고민이 들었다.


l_2016111901002778200220293.jpg사진 출처 - 경향신문


일반시민들이 시민단체에 가입하는 동기는 대체로 단체의 미션 또는 활동에 동의하기 때문인데 설립된 지 1년도 안된 아디의 경우는 활동보다는 미션이나 가치에 좀 더 끌려서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짐작컨대 문자를 주신 회원 분은 아디를 기존의 국제구호단체와 같이 국제적으로 선한 활동을 하는 단체라고 이해하며 회원가입을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일반(?)적 시민사이에서 떠올릴 수 있는 구호단체나 개발단체들의 정치적 행동의 수준은 어떠할까? 개인적 판단이지만 국내에서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큰 국제단체나 구호, 개발단체들의 정치적 행동은 거의 없다. 특히 국내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대해 단체들이 의견을 내거나 참여했다는 이야기를 접한 적이 없다. 물론 내가 잘 모르는 단체 내부의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고 그것이 합리적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침몰 사건과 백남기 어르신 사망사건과 같이 중요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그 단체의 미션과 가치에도 부합되지 않을 것이다.


군사독재시절 정치적 이슈에 대해 의견을 낸다는 것은 누군가의 생존과 직결되는 무시무시한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이뤄졌다는 요즘도 사람들의 정치적 의사표현은 쉽지 않다. 군사독재시절 누군가 막걸리 마시고 대통령 욕했다고 평생 간첩누명 쓰고 살아가야 했다면, 지금은 정권에 반대되는 정치적 의사표현을 하면 종북이나 좌파빨갱이로 치부된다. 시민사회는 정치적 활동에 대한 활기를 많이 상실했고, 정부의 지원금이나 기업의 후원금에 목매는 국제구호, 개발단체의 경우 정치적 행동은 절대적 금지사항이다.


돌아가서 회원분의 문자는 ‘무슨 정치적 행동이야? 때려쳐!’라는 뉘앙스라기보다 ‘절차에 따라 행동해야 해!’라는 애정담긴 걱정의 표현이다. 하지만 이 문자를 계기로 아디 활동가들과 회원들이 합의할 수 있는 정치적 활동에 대한 고민을 하였다. 그리고 이 고민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아디가 아시아 인권과 평화를 전면에 내세우지만 인권과 평화가 어떤 특정국가에 한정되는 것이 아닌 보편적이고 세계적인 차원에 지켜져야 함은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정치적 범위를 가지고 있을 회원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다가갈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되었다. 더 이상 당위(當爲)적 접근이 아닌 진정성과 설득력으로 말이다. 그 고민의 해결책이 언제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박근혜 퇴진을 위한 집회에는 나가야겠다. 좀 덜 정치적(?) 단체 문자로 보다 많은 회원들에게 전달해야겠다. 박근혜 당신은 끝이야!!!


이 글은 2016년 11월 23일 인권연대 웹진 <사람소리> 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