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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 이슬람 혐오와 한국사회 (이동화)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2 17:45
조회
410

이동화/ 아디(Asian Dignity Initiative) 사무국장


사례 1. 2016년 4월,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정당투표 기호 5번 기독자유당은 ‘동성애, 이슬람, 반기독악법을 꼭! 막아내겠습니다’라는 문구를 선거 공보물에 사용하였다. 그리고 투표결과 그 정당은 2.63%(62만 6,853표)를 획득하여 비례대표 확보에 필요한 3%에 미치지는 못해 국회진출은 실패했지만 전체 정당 보조금의 2%를 고정적으로 받는 정당이 되었다.


사례 2. 2013년 3월 20일 미얀마 중부 만달레이 주 메이크틸라(Meiktila)에서 무슬림 금은방 주인과 불교도 손님 사이의 언쟁은 폭력적 갈등으로 비화되었고, 한 승려가 무슬림 패거리에게 살해당한 후 불교도에 의한 무슬림 학살은 3일 동안 이어졌다. 미얀마 정부 발표에 의하면 이 학살로 인하여 43명이 살해되었고, 이슬람 사원(모스크) 37곳, 건물과 가옥 1,300여 채가 불탔으며 만 명이 넘는 이재민이 생겼다.


사례 3. 2016년 8월 18일 BBC의 보도에 따르면, 2016년 7월 한 달 동안 하루 평균 7,000건의 ‘이슬람 혐오’ 글이 트위터에 올라왔다고 하며, 같은 해 4월 하루 평균 2,500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배가 늘어난 수치라고 전했다. 특히 프랑스 니스에서의 트럭 테러와 같은 IS에 의한 무차별적 테러 이후에는 그 숫자가 급증한다고 하며 글이 작성된 지역은 영국, 네덜란드, 프랑스 등 주로 유럽에 집중이 되어 있다고 한다.


언급한 사례 이외에도 이슬람에 대한 혐오, 무슬림에 대한 차별은 전 세계적으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 대선 후보자는 공공연히 무슬림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있으며, 유럽의 극우 정당들은 이슬람의 폭력성을 내세우며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고 있다. 2003년 알카에다의 911테러 이후 IS의 참혹한 테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세상은 이슬람과 테러를 동일시하며 이슬람을 믿는 무슬림들을 테러리스트로 몰아세우고 있다.


국내는 어떠한가? 역사적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이슬람과 무슬림에 대한 접촉이 적은 상황임에도 이미 인터넷상에서 이슬람에 대한 혐오는 넘쳐나고 무슬림에 대한 편견도 상당하다. 앞서 언급한 기독자유당 사례뿐만 아니라, 2009년 성공회대 연구교수 보노짓 후세인 씨가 버스에서 겪었던 욕설과 인종차별행위는 한국사회 내에서 혐오와 차별이 특별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전북지역의 할랄단지 육성사업에 대해 보였던 인터넷상에서의 표현을 거칠게 요약하면 ‘수십만의 무슬림이 한국에 온다. 그들은 잠재적 테러리스트이고 우리의 안전을 해칠 것이다.’라는 식의 선동이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인터넷상에서 직접적인 혐오표현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것은 소수일지 모르지만 다수의 사람들은 이러한 혐오와 차별에 대해 무관심하지만 때로는 혐오와 차별을 유지하는 한 축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글을 빌어 밝히지만 인터넷 상에서의 이슬람에 대한 폭력적이고 반인권적 선동은 관련 책 몇 권만 읽어도 오류를 찾을 수 있는 허접한 것들이다. 특히 이슬람과 IS를 동일시하는 것은 공포와 무지가 만든 대표적 허상이다. 미국의 작가인 달리아 모가헤드는 ‘테드(TED)'를 통해 “테러단체 IS와 이슬람과의 관계는 KKK와 기독교만큼이나 관련이 없다”라고 하였고 전 세계 인구의 20%가 넘는 16억 명이 믿는 종교인 이슬람을 극단적 테러집단과 동일시하는 것은 다른 정치적 목적이 있지 않을까 의심이 든다.


1462268278_40.jpg사진 출처 - 참세상


분명히 말하지만 이슬람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잘못된 것이다. 그리고 이 잘못된 혐오와 차별은 국내외에 있는 무슬림에게 직접적인 해를 끼치는 것을 넘어서 우리 모두에게도 공포와 편견을 심어준다. 애니메이션인 주토피아에서 나온 이야기이지만 공포는 인간을 지배하는데 아주 훌륭한 무기라고 했다. 공포와 편견은 특정한 상황과 조건을 만난다면 물리적 폭력으로 비화된다. 앞선 미얀마의 사례처럼 평소 이웃이었던 주민들이 누군가의 집에 불을 지르고,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을 보면 인간의 이성이 참으로 무기력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사례 4. 2014년 10월 캐나다 어느 마을 모스크(이슬람사원)에 누군가 이슬람을 혐오하는 낙서를 썼다. ‘CANADA’ ‘GO HOME’(무슬림들은 고향으로 꺼져라) 그 이후 캐나다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이슬람 사원으로 가서 낙서를 지우고 “가지 마세요. 여기가 당신들의 집이에요.(YOU ARE HOME)"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그리고 수십만 명의 네티즌들이 동의하며 자신의 SNS를 통해 공유하였다.


혐오와 차별은 적극적인 선동뿐만 아니라 다수의 무관심과 냉소 속에서 성장을 하게 된다. 혐오와 차별이 나쁜 것임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우리 스스로도 혐오와 차별에 자유롭지 않음을 인정하며, 이를 바로 잡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더해지지 않으면 이미 강고하게 구축된 혐오와 차별은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앞선 캐나다의 사례까지는 못 가더라도 다가오는 선거에서 특정종교 정당이 특정종교를 혐오하고 차별하는 꼴을 또 볼 수는 없지 않는가?


이 글은 2016년 8월 24일 인권연대 웹진 <사람소리> 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