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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여만 명이 딱 한 번 찾는 제주가 아니라, 100만 명이 열 번 오고 싶은 제주는 어떨까? (이현정)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2 18:11
조회
505

- 제주 오라관광단지 개발 인허가 절차 중단을 환영한다. 추후 완전 불허를 기대한다.


이현정/ 꽃씨네농작물 농부


6월 초에 일주일동안 일본을 다녀왔다. 이에시마(家島) 커뮤니티 활동을 경험하기 위해서였다. 제주의 한 방송국 시민자문단으로 동행했고, 제주의 지속가능한 미래 모습을 담은 해외 사례 촬영이었다. 이에시마는 일본 섬 속의 섬이다. 오사카 간사이공항에서 차로 1시간 40여분 서쪽으로 가면 히메지시가 나오고, 거기서 다시 배를 30여분 타고 들어간다. 인구는 5,500여명 규모이다. 외부에서는 이 섬에 들어갈 때 자동차, 오토바이 등 교통수단을 가져갈 수 없다. 모두 섬 안에 있는 교통수단을 활용해야 한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생업에 종사하는 주민들, 지역 NPO 활동가와 회원들, 관광조합장, 여행객들, 행사 자원봉사자들과 외지 참여자들, 그리고 공공기관장까지. 사는 모습은 다 달랐지만, 이에시마 지역을 사랑한다는 게 크게 느껴졌다. 이 지역은 오랫동안 어업이 기간산업이었고, 100여년 전부터는 채석업도 이어져오고 있다. 반가웠던건 이 채석업 사업권이 지역 주민들에게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에는 대기업이나 특정 이익집단에 특권이 집중되어 있어 막상 지역 자원의 혜택이 주민들에게 크게 돌아가지 않는다. 제주도 마찬가지다. 제주 바람을 이용하는 풍력발전소 경우에도 외부 업체에 수익이 들어간다. 과거 제주 중산간 마을목장도 중요한 자원이었는데, 안타깝게도 대다수가 골프장 등 대규모 개발업체에 팔렸다.


20170614web02.jpg이에시마 항구 모습
사진 출처 - 필자


이에시마 지역 주민들은 알고 있었다. 100여 년 동안 채석업으로 주민들이 먹고 살았지만, 이제 몇 십 년 후면 이 자원은 유한하다는 것을 말이다. 지금부터 환경 보전을 고려하여 적정량을 채굴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어업과 채석업 지역 기간산업에서 관광업을 새로운 산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들이 보여주고 싶은 것은 이에시마가 지닌 섬의 향기다. 이에시마의 아름다운 자연 환경, 지역에 자부심이 높고 친절한 사람들, 신선하고 맛있는 생선 요리들을 여행객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십오 년 전부터 본격적인 커뮤니티 활동이 이어졌다. 마을만들기 연수회, 탐색되는 섬 프로젝트, 주민이 참여하는 이에시마 종합진흥계획, 마을사업 기금 설립 및 운영, 빈집 게스트하우스 프로젝트, 특산품 개발과 지역 공익사업 등이 펼쳐졌다. 그러면서 2007년에 주민들이 NPO법인 ‘이에시마’를 만들었다. 이 NPO는 어패류 특산품을 판매하고, 그 수익으로 마을만들기 활동을 전개하였다. 물론 이 커뮤니티활동 과정에서 주민들만이 아닌 외부 조력자들이 있었다. 바로 스튜디오-L 커뮤니티 디자인팀이었다. 한국에도 많이 알려진 야마자키 료 대표가 있는 곳이다. 아쉽게도 현재는 공익 커뮤니티 활동 규모가 작아졌다. 스튜디오-L팀이 몇 년의 활동을 마치고 떠난 후, NPO 등 주민들이 자립하는 과정에서 과도기를 겪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이에시마 사람들은 섬의 향기를 간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에시마 자연 환경을 잘 보전하고 활용해 주민들이 직접 관광업을 키워가고 있다.


이제 제주로 시선을 돌려보자. 어제 제주도청이 의미 있는 기자회견을 하였다. 몇 년 동안 논란이 컸었던 제주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 인허가 절차를 중단한다는 것이다. 제주도의회가 환경영향평가 마지막 심사를 하였고, 그 결과 도의회가 철저하고 투명한 검증을 도청에 요구하였다. 필자가 작년에 이 공간에서도 오라관광단지 개발 문제점을 쓴 적이 있다.


오라관광단지 개발은 제주시 북쪽 한라산국립공원과 붙어있는 아래쪽(해발 350~580미터)에 약 108만 평의 대규모 관광단지를 건설한다는 것이다. 2021년까지 대규모 호텔과 콘도, 컨벤션과 골프장, 면세점과 백화점, 테마파크와 카지노 건설 등 6조 2800억 원의 역대 최대 규모다. 마라도 12배 크기에 상주활동 6만 명이라는 결국 중국인 상주 거대도시의 출현이다. 자연 파괴는 물론이고, 지금도 심각한 제주 지하수 상수도와 하수 처리 문제, 엄청난 쓰레기 처리와 교통 혼란, 대기질과 소음 오염, 거대한 부동산 폭등과 영세업자 상권 파괴, 중산간 고도 완화 파괴, 중국인 대규모 저가 관광과 환경 파괴 문제, 국제 투기자본의 전형적인 결과 출현 등이 자명하다.


20170614web01.jpg개발 반대 활동
사진 출처 - 헤드라인제주


이제 이 사업은 모든 행정의 인허가 절차가 중단되었고, 장기간 유보되는 상황을 맞았다. 아직 완전한 사업 불허는 아니다. 제주도가 자본검증위원회를 구성해 선 자본검증, 후 절차진행을 하겠다고 한다. 실제 사업자인 중국계 거대 자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 추진업체가 자본금 950억 원의 국내 기업 (주)JCC인데, 어떻게 이 업체가 6조원이 넘는 대규모 사업을 펼칠 수 있을까. 그런데 이 (주)JCC의 지분 100%를 보유한 곳이 버진아일랜드 국적의 투자회사 ‘하오싱 인베스트먼트 리미티드(Haoxing Investment Ltd)’라 한다. 결국 이곳이 몸통인데, 국내 업체 사장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심장이 없는 외국 투기 자본은 지속가능한 제주 그림이 아니라, 돈 되는 곳에 큰 빨대를 꽂는 것에 불과하다. 결국 제주를 재앙으로 몰아가는 길이다. 결과적으로 이 대규모 개발사업은 불허되어야만 한다.


작년에 제주도에 1,600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고 여기저기서 자랑스럽게 밝힌다. 궁금하다. 실제 1,600만 명일까? 가족 만나려고, 또 일 때문에 온 사람들도 꽤 되는데 수치를 너무 높였다. 그리고 400만 명 외국 관광객 시대를 말하는데, 대부분 중국 국적이거나 화교계 사람들이다. 이번에 사드 여파로 한 국가에 편향된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또 질 낮은 저가 단체여행의 적나라한 현실도 나타났다.


이러한 상상을 해본다. 1,000여만 명이 딱 한 번 찾는 제주가 아니라, 100만 명이 열 번 오고 싶은 제주는 어떨까? 대규모 저가 단체여행으로 많이 찾아오는 제주가 아니라, 국내외 다양한 곳에서 건강하고 아름다운 제주 섬의 향기를 맡으러 오게 하면 어떨까? 그러려면 제주가 먼저 바뀌어야겠다. 대규모 개발 관광사업이 핵심이 아니라, 섬의 향기를 보여줄 아름다운 자연 환경, 이 땅에서 부지런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건강하고 맛있는 먹거리를 선보이자. 더불어 제주 도민들이 함께 협력하고, 그 관광업의 혜택도 누릴 수 있게 해주자. 살고 있는 도민들의 행복이 우선시되어야 관광업도 성공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정책 결정과 집행 과정에서도 도민들의 목소리가 담겨야 한다. 느린 속도로 가더라도 말이다. 이게 지속가능한 아름다운 제주를 만드는 길 아닐까.


이 글은 2017년 6월 14일 인권연대 웹진 <사람소리> 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