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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에가시’는 김형수(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총장), 신종환(공무원), 윤요왕(재)춘천시마을자치지원센터장), 이동화(아디 활동가), 이승은(경찰관), 이원영(용산시민연대 공동대표), 정한별(사회복지사) 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아시아 인권을 위한 연대? 한국에도 할일이 얼마나 많은데 (이동화)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2 18:10
조회
349

이동화/ 아디(Asian Dignity Initiative, 아시아인권평화디딤돌)활동가


다음달 6월이면 아시아인권평화디딤돌(이하 아디)에서 상근한지 1년이 다 되어간다. 다른 단체와 마찬가지로 아디도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되기에 사람들을 만날 때 부지런히 단체와 활동을 소개하고 후원을 요청한다. “아디는 아시아 분쟁지역에서의 피해자와 현지 활동가를 지원하는 활동을 합니다. 어쩌고저쩌고” 그럴때 매번 그런 것은 아니지만 꽤 많은 상대방이 갸우뚱하는 느낌을 받는다. ‘뭔 소린지는 알겠는데 정확히 무슨 활동을 하는지는 모르겠다’는 그런 느낌?^^ 그리고 그 분들 중 일부는 순수한 취지로 “이런 활동(아시아연대)을 왜 하세요? 무슨 이유(계기)때문이에요?” 라고 묻거나, 일부는 “아시아 연대가 의미 있는지는 알겠는데, 한국에도 필요한 일이 얼마나 많은데요? 그게 우리랑 무슨(어떤) 상관이에요?”라는 질문을 한다. 한국의 사회문제가 아닌 아시아의 인권과 평화를 위한 연대를 한다는 것이 많이 낯설고 그 필요성도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당연하고 충분히 이해된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질문들에 답을 하고자 한다.


먼저 개인적 이야기를 풀자면, 국제연대 활동을 처음 접한 건 2003년 이라크 전쟁 때였다. 당시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를 제거한다는 명분으로 미국은 일방적으로 이라크를 침공했고 그 부당한 전쟁에 한국정부가 참전하였다. 한국군의 파병결정은 많은 국민들의 분노와 저항을 불러일으켰고, 많은 사람들이 전쟁반대 파병반대를 외쳤다. 나도 그 중 하나였다. 그리고 우연한 계기로 이라크에 직접 방문했을 때 나는 그 곳에서 ‘사람들’을 만났다. 사진과 글, 영상과 자료를 통해서만 접했던 이라크와 이라크인 들을 실제로 만났던 순간이다. 그 지역의 요르단 사람과 팔레스타인 난민들을 만나 그들의 어려움과 문제를 알게 되고 공감했다. 소위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국제연대 활동가가 된 이유였다.


20170524web01.jpg이라크 바그다드 알마시텔 마을에서 만난 아이들
사진 출처 - 필자


‘아시아 연대활동’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낯설고 무겁게 여긴다. 쉽사리 함께 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관점을 바꿔서, 아시아 연대활동을 ‘활동’이 아닌 ‘사람’을 중심에 놓으면 어떨까? 아시아 어느 나라에 살고 있는 어쩌면 가족일수도 있고 친구일수도 우연히 만나서 이야기 나눴던 그런 ‘사람’ 말이다. 아시아 연대를 생각지 말고 그 ‘사람’과의 연대라고 상상해 보자. 그 사람이 한밤 중 폭탄이 떨어져 온 가족이 죽고 자기만 살아남은 전쟁의 공포 속에 두려움에 떤다면? 본인이 믿는 종교와 신념으로 인해 누군가에게 살해 위협을 받는다면? 아마도 우리는 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다. 아시아 연대활동은 내가 잘 알고 있는 ‘그들’과의 연대이다. 왜인지, 어떤 이유인지 중요치 않다.


앞서 받았던 질문 중 “한국에도 해결해야할 사안이 많다”라는 이야기는 너무 당연하고 맞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혹시나 그 문장속에 한국인 우선이라는 폐쇄성과 배타성이 담겨 있다면 그건 동의하기 어렵다. 한국내 다양한 시민사회운동(여성, 노동, 환경, 장애, 아동, 빈민, 교육 등등)에 대해서 어느 운동이 우선순위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모든 운동은 자신의 영역이 항상 시급하고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시아 연대활동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이득을 위해 남의 어려움에 대해 순위를 매기는 건 비겁하고 운동의 원칙에도 맞지 않다. 오히려 다양한 영역에서 서로 연대하고 배려하며 함께 해야 작은 변화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한국이랑 무슨 상관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솔직히 아시아의 다른 국가와 비교할 때 한국의 시민사회가 이 정도로 성장하고 정치와 사회, 문화가 현재의 위치까지 오게 된 데에는 외부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518광주민주화항쟁에서 함께 했던 국제인권단체와 외국인 저널리스트의 노력, 군사정권시기에 한국의 양심수를 보호하기 위해 움직였던 많은 국제사회의 도움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한국의 시민사회는 여전히 한국의 문제를 국제사회에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는 수준에서 국제연대를 이해하고 있다. 또한, 요즘 한국내에서 이민자와 이주노동자, 무슬림에 대한 혐오와 차별들이 커지고 있다. 노동, 여성, 환경, 민주주의 등 지키고 개선해야 할 사회적 가치들이 위협을 받는 이 현상은 한 국가 차원을 넘어선 많은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현상들이다. 사회문제는 갈수로 세계화 되는데 그에 대한 저항이 한 국가 내에서만 이뤄진다면, 그것은 그리 현명한 방법은 아닐 것이다. 다시 말해 “아시아 연대활동은 한국사회와 많은 연관이 있고 이제 한국의 시민사회에서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글은 2017년 5월 24일 인권연대 웹진 <사람소리> 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