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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개입이 평화를 재건할 수 있다고 믿는가? - 이동화/ 민변 국제연대위원회 간사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1 14:51
조회
379

당신의 개입이 평화를 재건할 수 있다고 믿는가?
- 아프리카의 이라크 '소말리아'의 비극


이동화/ 민변 국제연대위원회 간사



지난 5월 15일 소말리아 인근 해역에서 "한국인" 선원 4명이 탑승하고 있던 2척의 어선이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무장 세력에 의해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하여 2006년 4월 ‘동원호 납치’ 이후 다시금 한국의 언론에 소말리아가 언급이 되었다. 한국 언론에 따르면 소말리아인근 해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이자, 소말리아는 오래된 내전으로 인하여 나라가 피폐하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유명한 한국 연예인이 자선(?)활동을 위해서 아프리카로 떠날 때 자주 언급이 되는 나라중 하나이기도 한 소말리아에서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고,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약간 뜬금없지만 전 세계의 분쟁지역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는 미국은 소말리아에서 또 무슨 짓을 하고 있을까?
1960년 식민지 해방부터 최근까지의 소말리아의 상황

소말리아는 1960년 유럽제국주의 국가의 식민지 상황에서 해방이 되었지만 그 이후 바렐 정권에 의해서 1991년까지 독재정권의 시절을 겪었고, 이후 소말리아 내부 부족그룹과 군벌세력에 의해서 법과 질서가 없는 무정부 상태에 놓여졌다. 더군다나 1990년도 초반 엄청난 가뭄과 기근으로 인하여 수백만 명이 아사의 지경까지 갔다가 유엔의 긴급 식량지원으로 인하여 최악의 상태는 모면하였지만 계속되는 군벌간의 전투로 인하여 소말리아는 피폐해져만 갔다. 미국과 유엔은 군사작전을 동원하여 소말리아 대표군벌의 지도자 아이디드를 제거하려 했으나 실패로 끝나면서 1995년에 미군과 유엔군은 소말리아로부터 철군을 하게 된다.

계속되는 무법, 무정부상황, 군벌간의 전투로 인하여 소말리아는 극도의 사회 혼란상황으로 치 닫게 되었고, 이 상황으로 인하여 1999년에 이슬람 상인을 중심으로 한 이슬람법정연대가 탄생되었고 전체 소말리아 인구의 95%이상이 무슬림인 소말리아의 종교적 조건과 이슬람 상인 자본의 결집으로 탄생한 이슬람법정연대의 영향력은 점차 확산되었다. 이에 자신들의 영향력 감소를 우려한 소말리아 내부군벌들은 반테러연합이라는 것을 결성하여 이슬람법정연대와 대립하게 된다. 미국은 반테러연합에 자본과 군수용품을 지원하였지만, 이슬람법정연대의 영향력 확산을 막기에는 부족하였다. 2004년 인근국가 케냐에서는 유엔의 중재로 소말리아 주요 부족 지도자들이 모여 선거를 하여 소말리아 과도정부가 출범하였지만, 수도 모가디슈의 군벌들도 어쩌지 못하는 무능력을 보이며, 인근 기독교국가인 에디오피아 국경에 위치한 바이도아 지역에서 유명무실한 존재로 남아있었다.

2006년 6월 이슬람법정연대는 수도 모가디슈의 군벌을 몰아내고 수도를 접수하였고, 계속적으로 그 영향력을 소말리아 전역으로 넓혀갔다. 이에 위협을 느낀 에디오피아는 미국의 군사기술 지원과 자금, 군수품 지원과 소말리아 과도정부를 돕는다는 명분으로써 이슬람법정연대와의 전쟁을 선언했고 소말리아로 진군을 하게 된다. 막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에디오피아 군은 개전 2주 만에 수도 모가디슈를 점령하고 2007년 1월말에는 실질적인 소말리아 전역을 점령하게 되면서 표면적으로 전쟁은 끝난 듯 보였다.

2007년 1월 이후 미국은 아프리카연합(AU, 이하 AU)을 통해서 평화유지군의 명분을 이용하려 했지만, 친미국가인 우간다를 제외하고는 여타의 AU국가들은 군대를 파견하지 않았고, 소말리아에서 발을 빼려했던 에디오피아 군대는 소말리아에 계속 주둔하게 된다. 소말리아 과도정부는 가시적인 소말리아 평화를 위해 에디오피아 군대의 힘을 비러 각 군벌의 무장해제를 진행하려 했으나 실패하게 되고 에디오피아의 침공 시 교전을 피하고 소말리아 내부로 스며들었던 이슬람법정연대의 세력과 각 군벌은 소말리아 과도정부와 에디오피아 군대를 상대로 게릴라전을 수행하여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게 되어 소말리아 내부의 여론은 더욱 악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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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미시위중인 소말리아인들
사진 출처 - 재미존


 

특히나 3월말에 있었던, 에디오피아군과 모가디슈에 자리한 '하위예'부족과의 전투, 이에 기존의 이슬람법정연대의 전투 합류로 인하여 알려진 사망자가 1086명이고 부상자는 4000여명이 넘는 최악의 전투가 발생하였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또한 4월 중순에는 에디오피아 군대와 이슬람 무장 세력과의 교전으로 최소 165명이 숨지고 229명 이상이 부상당했다고 소말리아의 '엘만'인권단체가 발표했으며, 4월 21일에는 모가디슈에서 에디오피아군이 이슬람법정연대 진압작전 중 교전으로 인하여 52명이 죽고 120명이 부상당했다고 알려졌다. 또한 소위 AU의 "평화유지군"이라는 외피를 뒤집어 쓴 우간다 군대 역시 계속적인 소말리아 저항세력의 공격을 받았다. 3월 말의 최악의 전투 또한 그 시작은 우간다 군대에 대한 공격으로부터 시작이 되었고, 3월과 4월의 교전이 한풀 꺾인 5월 1일에 모가디슈로 진입하였지만, 5월 16일 저항세력의 폭탄공격으로 인하여 우간다 군인 4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을 당하였다.

더 큰 문제는 지속되는 에디오피아군과 지역 군벌, 이슬람법정연대그룹과의 교전으로 인하여 모가디슈 전체 인구 중 1/3에 해당하는 35만 명 이상의 소말리아 사람들이 모가디슈를 빠져나와 최악의 피난민의 상황이 되었고, 남아있는 모가디슈 소말리아 사람들도 급성 설사병과 콜레라에 시달리고 있으며 식량과 의약품, 깨끗한 물 등이 모두 부족한 상황이지만 교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유엔이 지원하는 구조대는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기에 소말리아 사람들의 고통은 외형적으로 정부가 있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간 지속되어왔던 무정부상태보다 더한 상황에 처해있다.

아프리카의 이라크 "소말리아"

현재까지의 소말리아의 모습을 보면 2003년부터 진행된 이라크 비극의 역사와 배경은 다르지만 또한 대단히 유사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911사태, 테러와의 전쟁 선언 이후 미국은 이라크를 직접 침공하였고, 소말리아는 에디오피아를 내세워 간접 침공하였다. 똑같이 알 카에다라는 테러집단을 침공의 이유로 삼았으며, 현재 지배정부는 미국의 절대적 영향력 아래에 있으며, 국가 내부의 상황은 침공전보다 훨씬 더 악화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결과적으로 작년의 이슬람법정연대 영향력 하에서의 소말리아는 그 어느 때보다 최소한의 질서와 평온이 유지되었던 상황이었지만 미국과 에디오피아, 그리고 소말리아 과도정부에 의해 이마저도 박탈당한 상태이다.

또한 그들 국가의 민중들은 생존을 위해 투쟁해야 하며, 또한 생존자체가 삶의 이유가 되어버린 상황에 처해있다. 더욱이 폭력이 폭력을 재생산하는 사회 구조 속에서, 폭력은 민중들의 삶에 내면화되어 사태의 해결방식 또한 폭력에 의존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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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모가디슈에서의 소말리아 아이들
사진 출처 - 잭켈리


 

현재의 사태를 조금이나마 진정시킬 수 있는 현실타협적인 안으로써, 외세가 배제된 상황에서 소말리아 과도정부가 소말리아내에서 막강한 군사력을 지니고 있는 부족들의 권력을 일정정도 인정하면서 이슬람법정연대까지 포괄하는 연대체를 꾸리는 것이겠지만, 이슬람법정연대를 테러집단이라고 낙인찍은 미국이 그 배후의 영향력을 거두지 않는 이상 이는 이라크에서 당장 평화가 오는 것만큼 이나 힘든 일일 것이다.

이라크의 상황이 그러하듯이 외세가 계속적으로 개입될 때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더욱 꼬이게 된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는 이라크를 통해서 지켜보고 있다. 비극이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이유는 그 해답이 없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제국주의가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유지, 확장하는데 있으며 그러는 동안 다수의 사람들은 고통을 당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생존자체가 삶의 이유가 되는 비극의 상황 속에서 지내야 할 것이다.

이라크에서 "평화와 재건"을 자랑스럽게 수행하고, 레바논에도 군대를 파병하려는 한국정부의 모습을 보면서 소말리아에서 지속되고 있는 전쟁과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소말리아인들의 불행과 고통의 책임을 미국과 제국주의, 과도정부, 에디오피아 이런 것들에게만 떠넘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정부도 그리고 그 정부 속에서의 나 역시도 이러한 구조와 연결 속에서 소말리아인, 이라크인들의 불행과 고통에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