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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에 갇힌 교사들을 석방하라 - 이현정/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간사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1 14:29
조회
355

철창에 갇힌 교사들을 석방하라
- 공안기관의 시대착오적 탄압일 뿐


이현정/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간사



지난 1월 25일, 난 겨울방학 교사 자율연수에 참여를 했다. 이 연수는 학교 교사들이 모여 통일교육 행사 실태 및 교육 개정안 내용을 분석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보는 자리였다. 필자는 교사들과 인사도 나누고, 학교 통일교육과 관련한 여러 내용을 배울 수 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일부 교사들이 강의실을 떠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을 띠었다. 그날 오후에 진행되는 구속교사 석방 촉구를 위한 결의대회에 참석하려는 움직임이었다. 며칠 전까지 함께 학교 교육을 얘기하던 동료 교사가 구치소에서 구속수사를 받고 있으니 더욱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이었다.

구속교사 석방 촉구? 8, 90년대에나 있을 법한 얘기가 다시 흘러나온다. 광장의 힘으로, 촛불의 승리로 평가받던 노무현 정권, 바로 이 참여정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이다. 아니 어쩌면 정권 초기부터 이 참여정부에는 광장의 힘, 촛불의 승리의 거대한 파도를 감싸 안아줄 넓은 바다조차 없었을 수도 있겠다.
한 쪽에선 장관급 회담, 한 쪽에선 구속 수사

이 글을 읽는 지금 평양에서는 남북 장관급 회담이 열리고 있다. 지난 6자회담의 2․13 조치 이행, 미사일 문제 이후 경색된 남북 관계의 회복을 위해 담당 책임자들이 악수를 하고, 마주보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러나 군포의 한 구치소에는 현직 교사 2명이 장관급 회담의 화사함과는 대조적으로 철창 안에서, 그리고 어둠 속에서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것이 오늘의 대한민국이다. 1월 18일에 체포 연행된 이후, 보안분실을 거쳐 구치소 수감까지 벌써 42일이 지났다. 그럼 왜 이렇게 현직 교사들이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것일까?

시간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동안 공안당국과 보수언론은 전교조를 이적 용공단체로 만들기 위해 갖은 노력(?)들을 기울여 왔다. 전교조 부산지부 통일학교 활동, 임실 지역 중학교 통일 등반행사 등에 용공의 잣대를 들이댔다. 그러나 트집 잡을 만한 것이 없다보니 결과적으로 지붕만 쳐다보는 꼴이 되었었다. 하지만 승냥이는 먹잇감(?)을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그대로 물러설 그들이 아니었다.

지난 1월 12일, 서울지방검찰청과 서울경찰청 보안수사대는 두 현직 교사 가택에 들어가 압수수색의 이유를 제대로 드러내지도 않고, 컴퓨터는 물론, 개인 문서. CD 등을 모두 압수해 갔다. 그 두 교사는 2005년과 2006년 전교조 서울지부 통일위원장이었던 김 교사, 그리고 2004년 통일위원장이었던 최 교사였다. 더불어 같은 날 수사기관은 학생신상자료가 들어있는 학교 업무용 컴퓨터까지 빼앗아가 버렸다.

이후 두 교사들은 1월 22일에 출두하겠다는 의사를 경찰에 밝혔고, 경찰 측에서도 동의하였다. 그런데 갑작스럽게도 1월 18일 오전에 두 교사는 자신의 집에서 체포되어 장안동 보안분실에 끌려갔고, 20일 구속 영장이 발부되어 현재 군포 지역의 구치소에서 계속하여 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

공안당국의 발표 내용은 이렇다. 두 교사가 전교조 게시판에 선군정치 승리 포스터를 게재함으로써 반국가단체를 찬양, 고무했으며, 이적표현물을 소지했다는 것이다. 또한 불온서적을 읽고 인터넷에 인용했기에 국가보안법 위반이라고 외쳐댄다. 보수언론도 맞장구를 치며 으르렁거렸다. 하지만 공안당국의 행위는 내용이나 과정에서 모두 부당하며, 전교조 길들이기를 위한 시대착오적인 탄압이라 밖에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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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 조선일보(Nkchosun.com)와 시사조선에 실려있는 선군정치 사진
오른쪽 - 전교조 서울지부 홈페이지에 게시된 선군정치 관련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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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 교육부 평화학교(http://tongil.moe.go.kr)에 있는 북한 사진들
오른쪽 - 서울교육청 발행 통일교육 지도자료 '북한사회의 이해'에 실린 사진 일부.




국가보안법,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

첫째, 범죄사실이 전혀 성립되지 못한다. 북한의 사회상과 주민들의 생활을 담은 사진 중 선군정치 관련 포스터 한 장이 국가 질서를 위태롭게 했다고 볼 수 없으며, 더불어 반국가단체를 찬양, 고무하는 것과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만약 이것이 위법 행위라면 이보다 더 많은 내용의 선군정치 사진을 게재한 통일부, 교육인적자원부, 보수언론 등의 담당자도 국가보안법 위반자들일 것이다.

둘째, 현직 교사들에 대한 구속수사 과정이 부당하다. 일정한 주거지가 있고, 이미 자료 등을 모두 압수당했으므로 증거를 인멸할 염려도 없고, 경찰에 협조를 했고, 자진출두 약속까지 하였으므로 도주 염려까지 없는 상황이므로 구속의 법적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엄청난 액수의 주가 조작을 한 기업인도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상황에서 현직 교사들은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현실인 것이다.

셋째, 수사기관이 구속 과정상 불법 행위들을 자행했다. 헌법과 형법에 엄연히 ‘피의사실 공표죄’라는 것이 존재함에도 수사과정에서 근거 없는 허위사실까지도 누설하였고, 피의자들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명예 또한 훼손하였다. 더불어 개인동의나 영장 없이 개인 정보 검색, 도청 의혹 등 사생활 침해에 의한 기본권이 박탈당함으로써 헌법, 통신비밀보호법, 형사소송법 등을 위반하였다.

교사가 교육과 관련된 내용의 자료를 갖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자료를 통해 보다 분석적인 수업을 진행하는 것도 교사의 몫이다. 그런데 이 땅의 공안당국과 보수언론들은 이러한 교사의 당연한 몫에 6․15 시대를 역행하는 국가보안법이라는 녹슨 칼을 아직도 마구 휘두르고 있다.

그러면서 그들은 자신들이 건설해 놓은 ‘살기 좋은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해치는 자들을 용서할 수 없다고 수갑을, 그리고 펜끝을 매섭게 휘두르고 있다. 아니 겉으로는 애국자인척 대한민국이라는 거창한 용어를 쓸지 몰라도, 사실은 오랫동안 축적해 놓은 그들의 밥그릇을 절대 놓고 싶지 않아서일 것이다. 밥그릇이 깨질 위기일수록 그들은 국보법 위반자를 마구 만들어내 미치도록 잡아두고 싶은 것이다.

이제는 이들의 그 대단한 활약상(?)이 국보법 폐지와 함께 곧 역사 속에서 사라지기를 기대해 본다. 폐탄광촌의 막장 속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그러한 어두운 곳으로 말이다. 그리고 미래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얘기하는데, 과거 일제시대 치안유지법의 후신인 국가보안법이 더 이상 장애물이 되지 않기를 바래본다.

마지막으로, 찬바람이 불어오는 지금도 구치소 안에서 수사를 받고 있는 두 교사들이 하루 빨리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와 교단에 설 수 있길 바란다. 이상 소설 ‘태백산맥’을 읽은 국가보안법 위반자 수백만 명 중의 한 사람으로서의 바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