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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 청소년 투표권 행사, 오늘의 주인공이 되는 길 - 이현정/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간사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1 14:23
조회
436

이현정/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간사



07년 대선 승리를 향해 2년여를 넘게 준비해 온 고건 전 총리가 갑작스럽게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방송사에서는 벌써부터 최대 수혜자, 수혜 정당 등을 분석하면서 고건 지지자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하긴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인만큼, 정치권과 국민들의 관심도가 꽤 높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높은 관심도 속에서 소외받는 예비 유권자들이 존재한다.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에서 18세라는 딱지를 붙이고 살아가는 60여 만 명의 청소년, 바로 그들이다. 만족스러울 수는 없겠지만, 06년 지방선거에서는 국내에 오랫동안 거주해온 외국인 중 영주권을 취득한 후 3년이 경과된 그들에게도 투표권이 주어졌다. 유럽의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드문 일이며, 아시아 최초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청소년은 미래의 주인공이다.’라는 맹목적 구호를 외치면서도 현실적 공간에서는 그들을 주변인으로 묶어내고 있는 실정이다.

모두들 잘 아시다시피 한국 사회에서 18세가 갖는 국가적 의무는 꽤 많다. 세금도 내야하고, 노동의 의무도 갖고 있다. 그리고 남자의 경우 20대 청춘 시절 730일을 군대에서 보내야만 한다. 더불어 공무원에 임용될 수도 있고, 결혼도 할 수 있는 법령 체계를 충족시키는 나이이다. 그럼에도, 사회적 법령 체계에 순응해 가는 18세 그들에게는 투표권을 주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로는 기성세대들이 만들어 가고 조작해가는 구조적이고 모순적인 폭력에 있다. 바로 18세 청소년은 정치적 선택에 따른 합리적 판단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즉 아직 정치 판단력의 미숙아인 청소년들에게 국민, 주민 대표자들을 뽑을 수 있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논리에는 큰 문제점들이 있다.

첫째, 모든 공공기관, 사회 여론에서 청소년을 미래의 주인공이라고 쉴 새 없이 외쳐대고 있지만, 실제로는 미래라는 가상적 상황 속에 현실이라는 규율, 통제의 방식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청소년은 미래의 주인공이니까 지금은 예쁘게, 착하게, 온실 속의 화초와 같게, 아무 비판의식 없이 잘(?) 자라기만을 바라고 있는 것이다. 이 얼마나 모순적인 폭력인가. 진정으로 청소년들을 미래의 주인공으로 여긴다면, 지금부터 그들이 사회적 책임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기성세대들이 강조했듯이 만약 청소년들이 정치적 선택에 합리적 판단력을 갖추지 못했다면, 그리고 그들을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주요한 미래 구성원으로 판단한다면 수업 교과목, 재량 활동, 특별 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정치적 선택과 관련된 시민 행동을 차근차근 배울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미래 사회의 주인공 형성은 복권과 같이 저속한 대박 개념이 아니기 때문이다.

둘째, 합리적 판단력 부족과 관련, 정치권 및 우리 사회는 2~30대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율도 낮은데 굳이 18세 청소년들까지 투표권을 부여할 필요가 있냐고 반문한다. 그런데 그거 알고 있는가? 실제로 06년 5.31 지방선거 때 처음으로 투표권이 부여된 19세 청소년들의 투표율이 약 38%로 20대 전체, 30대 초반 유권자들보다 앞서 있다는 것을 말이다. 선거에 관심이 없어 투표율이 낮을 것 같으므로 18세는 못주겠다는 논리대로 한다면 20대 전체, 30대 초반 유권자들에게도 똑같이 투표권을 주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 사회는 선진국 대열에 끼고자 하는 것을 참 좋아한다. 여러 사회 현상을 OECD 국가들과 비교하는 것을 좋아하고, 그러한 대세에 따라가고자 맹목적으로 쫓아가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그러나 사회 구성원들을 위한 복지 수준, 인권 신장에는 뒷전에 물러나 있다. 전 세계적으로 18세 청소년 투표권 현황을 살펴보더라도 약 140여 개의 국가에서 18세 이하 청소년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있는데도, 우리는 그냥 뒷짐만 지고 있다. 05년도에 19세 투표권 하향 조정을 했지만 그것 또한 부족하다.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세계적 추세에 따라 가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결국 많은 것을 잃어가면서도 추진하는 무역 협상 등과 비교해보면 참 모순적이라는 것을 살펴볼 수 있다.

18세 청소년 투표권 부여는 바로 인권의 문제이다. 정치적 의사 표출이 자유스럽지 못하고, 마냥 정치 및 사회 판단력 미숙아로 낙인이 찍혀 청소년들은 사회적 행동에 여러 제약을 받고 있는 것이다. 또한 UN의 아동 권리에 관한 협약에 따르면 당사국 아동의 결사의 자유, 평화적 집회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얘기하고 있지만, 한국의 청소년들은 그들의 의견을 표출할 평화적 집회 개최 또한 교육부, 학교의 탄압과 감시를 받아야만 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18세 청소년 투표권 부여는 바로 청소년 인권 신장과 직결되는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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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18세 청소년 투표권 현황을 살펴보더라도 약 140여 개의 국가에서 18세 이하 청소년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있는데도, 우리는 그냥 뒷짐만 지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흥사단교육운동본부, 21세기청소년공동체희망, 한국YMCA전국연맹, 대한YWCA연합회 등 40개의 단체가 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531지방선거참여를위한청소년운동본부를 발족하여 활동했었다. 19세 청소년들이 처음 맞이하는 선거에 적극적인 참여를 하고, 장기적으로 18세 청소년까지 투표권을 확대하기 위한 목적으로 활동하였다. 상임대표로는 17~19세 등의 각 단체의 청소년 회원들이었다. 이러한 참여와 성장의 활동 결과를 통해 청소년운동본부는 현재 청소년 인권, 자치팀을 운영하고 있으며, 07년 대선, 08년 총선과 관련, 지속적으로 청소년 선거참여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청소년들의 정치, 사회참여 확대가 미래를 더 밝게 해줄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소위 기성세대들이 얘기하듯 미래의 주인공들을 잘 길러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청소년들은 사회적 경험이 없으니까 그들이 정치적, 사회적 의견을 보유하지, 표출하지 않고 커주기 만을 바라는 것, 이것이야말로 우리 미래에 독극물을 뿌리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청소년들을 미래뿐 만이 아닌, 오늘의 주인공으로도 바라보아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