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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이현정)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2 14:52
조회
458

이현정/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간사


 

제목만 보면 무슨 글일까 하고 궁금증이 생길 것이다. 무슨 내용을 쓰려고 엄마, 아빠를 등장 시켰을까 하고 말이다. 그렇다면 먼저 오해를 풀어주기 위해서, 내 자녀 이야기는 아니다 라는 것을 밝혀둔다. 나는 최근에 ‘청소년 통일교육’ 기획 및 진행을 맡아서 하고 있다. 제목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는 교육 모임에서 만났던 한 청소년 친구의 표현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며, 교육 활동에서 만났던 청소년들의 소담스러운 모습들에서 커가는 내 모습을 말해보고자 저작권 침해(?)의 위험을 무릅쓰고 인용해 봤다.

 

야외 교육활동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일회용 컵에 자기 이름을 쓰고 그 컵을 계속 사용하였다.



 우리 모두는 청소년 시기를 겪었다. 겪어보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일 게다. 단지 자신이 겪었던 청소년 시기의 고민, 방황, 노력의 흔적들이 지금의 모습에 비춰져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정도의 차이점일 것이다. 나의 청소년기를 가만히 떠올려 본다. 참 평범했던 것 같다. 학원을 자주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학교, 집, 학교, 집, 가끔은 친구들과 오락실도 가곤 했던 매우 평범했던 아이였다. 이러하다 보니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활동에서는 그들을 잘 이해해줄 수 있는 경험적 준거, 가치 판단의 철학적 기준을 분명히 갖고 있지 못했다. 그래서 처음 그들을 만날 때에는 정체(?)를 잘 알 수 없는 그들이 왠지 두려운 존재로도 인식되었다.

통일교육 활동 중, 청소년 친구들에게 ‘갈등’에 대해서 표현해 보자고 했다. 친구, 가족과의 마찰, 전쟁, 폭력, 정치인 싸움, 옷과 음식 선택의 갈등 등 여러 의견이 나왔다. 한 친구가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로 표현했다. 순간 모두가 웃었다. 나도 비슷한 상황들을 겪었지만, 모두들 겪은 듯 했다. 그 내용처럼, 어린 아이들에게는 정말 큰 갈등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는 청소년 자녀에게까지도 그 물음에 대한 분명한 대답을 듣고자 하는 부모님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모두가 웃은 이후에 이어진 그 친구의 말이 지금까지도 깊게 남는다. 자신이 어렸을 때, 이러한 갈등을 겪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통일의 모습과도 닮은 것 같다고 한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기준 안에서, 우리들이 갇혀 있는 것 같으며, 어른들이 원하는 대답을 해야 할 것 같다는 것이다. 이후 그 친구의 얘기를 떠올리면서 나 또한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경계선, 분단의 역사 관점에서 청소년들을 대하고만 있지는 않았는지 하는 생각들을 해 보면서 나의 모습을 되돌아 볼 수 있었다.


통일 카툰을 그리기 위해 연습장에 미리 그려보는 청소년 친구의 뒷모습. ‘아~ 갈등 밀려오네~’ ^^*



 통일교육 활동을 마칠 때 쯤, 우리는 그동안 함께 해온 여러 통일교육을 통해 변한 자신을 사물, 동물, 자연 등으로 각자 표현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참 다양하며, 자신의 마음이 담긴 소박한 표현들이 많이 쏟아져 나온다. “저는 젓가락이 떠올라요. 젓가락이 하나이면 아무 것도 할 수 없겠지만, 둘이면 해낼 수 있거든요. 이 활동을 통해 통일 마음이라는 친구와 또 지금 제 옆에 있는 친구들을 둘 다 얻고 갑니다.”, “저는 민들레요. 민들레는 아름답지는 않지만, 많은 꽃씨를 만들어서 여러 곳에 날려 보냅니다. 저도 이 곳에서 통일에 대해 많은 생각을 만들었고, 이 꽃씨를 여러 곳에 날려 보내고 싶어요.”, “저는 숄이 떠올라요. 사람의 어깨를 감싸주는 따뜻한 숄처럼, 분단의 갈등을 따뜻한 마음으로 감싼다면 통일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언어, 문화의 차이를 극복하고, 통일경운기를 타고 통일농장으로 출발~~ ^^*



 시간이 흐르고, 그 두려운 존재였던 청소년들이 어느덧 이제는 더욱 더 두려운 존재, 존경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청소년들이 교육을 받고자 날 찾아오지만, 엄밀히 말하면 활동을 펼치면서 내가 더 그들에게서 배우고 있는 것 같다. 친구들의 몸짓, 마음 하나하나에서 많은 것들을 배워가고 있다. 그리고 그들을 닮아가고 있는 것 같다. 누군가 그랬다. 키 큰 나무숲을 지나니 내 키가 커졌고, 깊은 강을 건너니 내 혼이 깊어졌다고. 이제는 어느덧 청소년 친구들이 나에게 키 큰 나무 숲, 깊은 강이 되어 주었다. 나 또한 그 친구들에게 그렇게 되어주고 싶다. 이번 주 창조하는 토, 일요일 대구 지역의 키 큰 나무 숲, 깊은 강을 만나러 간다. 서로에게 바치고 싶다. 그런 나를 떠올리며, 벌써부터 들 떠 있다. ^^*

* 보태기 : 매월 2, 4주 토요일이 언제부터인가 ‘놀토’라는 표현으로 대변되고 있다. 우린 창조하는 토요일 ‘창토’, 무언가 꿈틀거리고, 꿈을 품을 수 있는 토요일, ‘꿈토’라 부른다. 청소년 친구들과의 약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