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가시

home > 인권연대세상읽기 > 목에가시

‘목에가시’는 현장을 살아가는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한 칼럼 공간입니다.

‘목에가시’는 김형수(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총장), 신종환(공무원), 윤요왕(재)춘천시마을자치지원센터장), 이동화(아디 활동가), 이승은(경찰관), 이원영(용산시민연대 공동대표), 정한별(사회복지사) 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적폐청산을 위한 대동마당 시민 잔치를 열어보자 (손상훈)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9-28 16:47
조회
606

손상훈/ 교단자정센터 원장


 

  한가위. 명절을 앞두고 오랜만에 인사를 나누고 소중한 대화를 나누게 된다. 친척들과 대화의 소재는 단연 국정원과 군의 위법행위가 아닐까 싶다. 설마 그랬을까. 믿기 어려운 일이 드러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 군대가 벌인 불법행위가 뉴스를 통해 조금씩 알려지면서, 국가기관이 이정도 까지 깊숙하고 세밀하게 정치와 개인들을 탄압했는지, 그들의 조직적이고 치밀함에 놀라고 있다.


  그동안 문제제기를 해온 앞 선 단체와 전문가들이 용기 있게 지적해온 일이 사실이 되어가고 있는 것도 고마운 일이다. 시민들이 고마움을 표시하고 새로 회원에 가입하고 후원회비를 늘려가고 교육이나 실천에 더 많이 참여하는 것도 절실하다. 불법행위의 놀라움만큼 시민 개인이 힘을 합쳐 적폐청산을 이루는데 함께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라는 것을 다시 깨닫는 명절이 되고 있다.


  그저 생업에 종사하다 우연히 뉴스를 접한 시민, 개인은 어떻게 함께해야 할지, 자신들의 영역에서 열심히 싸워온 분들이 함께 모여 서로 격려하고 위안 받는 자리를 만들어 보았으면 한다. 불교계 시민단체와 조계종 선원수좌회 등의 승려단체들이 매주 목요일 ‘조계종 적폐청산 촛불법회’를 서울 보신각 앞에서 8차례 열어왔다. 주최 측 추산으로 2만여 명이 넘는 시민과 불자들이 참여해 왔다고 한다. 조계종의 적폐청산에서 시민사회와 함께 해야 할 사안은 국정원의 종교개입, 검찰의 상습도박 재수사, 적광 스님의 인권유린 재수사, 동국대 현 총장의 교비횡령 기소 등 이다.


 

20170927web02.jpg


사진 출처 - 불교포커스


 

  명진 스님이 봉은사 주지에서 내쳐진 이유가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 개입이라는 주장에 대해 진실이 무엇인지 시급하게 조사되어야 한다. 현직 조계종 총무원장과 국정원이 어떤 사전 협의를 한 사실이 있는지 밝혀져야 단식을 한 억울함을 풀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국정원은 너무 더디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조계종은 10월12일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있다. 선거에 개입하지 않으려는 점잖은 방식으로는 뒤통수만 맞을 것이다.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조계종 총무원장을 만난 것도 한 사례이다. 비공개로 한 의례적인 인사였다지만, 조계종 총무원은 마치 청와대가 명진 스님 단식천막을 방문한 국민소통수석의 행동을 사과하러 왔다고 주장하는 등의 언론 플레이를 했다. 어설프고 눈치 보는 애매한 자세로 적폐청산 활동을 찬물을 뿌리는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지난 8년간 자승총무원장 종권과 싸워온 불교계 시민단체들이 10월 11일 저녁에 시민과 함께 하는 집회를 서울 종로 종각과 우정총국 거리에 연다고 한다. 적폐청산을 염원하는 개인과 단체, 전문가 모두가 모여 가을 밤, 연대의 촛불잔치를 벌여보았으면 하는 꿈을 꿔 본다. 너무나 큰 국가기관과 공공영역의 적폐청산이 큰 절벽처럼 보인다. 그러나 생활 속에서 바로 보이고 매일, 매주 청산하고 싶은 적폐청산의 의제는 너무나 많다.


  명진 스님 단식에 이어 조계종 비구니 스님 두 분이 단식을 하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조계종의 원칙과 기본 생계를 보장하라는 요구다. 1만2천명의 절반을 차지하는 비구니의 여론을 움직이는 행동은 마치 여성 참정권을 찾는, 미국 노예들이 권리를 찾는 모습과 비교되는 새로운 역사가 되고 있다. 여성의 권리를 찾는 조계종의 적폐청산을 응원하고 함께 희망의 텃밭을 일구는 평화와 연대, 민주와 인권이 상생하는 10월 가을 밤, 함께 만날 것을 제안한다.


 

20170927web01.jpg


사진 출처 - 불교포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