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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 국제연대에서 사람의 연대로 (이동화)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2 17:31
조회
320

이동화/ 민변 국제연대위 간사


2003년 이라크 전쟁으로 이라크를 처음 방문했을 때, 전쟁으로 온 나라가 황폐화되고 삶의 조건이 붕괴되었던 그곳에서 만났던 이라크인 살람은 자신들의 고통이 한국에 전해지길 바랐다. 그리고 한국의 군대가 오지 않기를 바랐다. 2004년 이스라엘의 점령 하에 있던 팔레스타인, 그 곳의 칼리드도 자신들은 테러리스트가 아니라는 사실을 한국 사람들이 알기를 바랐다. 이후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변한 것은 많지 않다. 여전히 이라크도 시리아도 팔레스타인의 상황도 나아지지 않았다. 그들과 함께 했던 기억과 경험은 개인적으로 큰 의미가 되어 국제연대 활동을 하고 있다.


2007년 1월부터 민변이라는 법률가 단체에서 국제연대 활동가로 지내고 있다. 민변에서 처음 시작했을 때 30대 초반이었는데 지금은 40대 초반이다. 30대의 대부분을 민변에서 보냈다. 되돌아보면 한미 FTA 반대, 광우병 촛불집회, 4대강 공사 반대 활동, 용산참사, 나꼼수 표현의 자유 억압, 제주강정마을 기지반대, 세월호 사태 등 보수정권 하에서 기본적 인권이 후퇴되었던 한국 상황에서 많은 이슈들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강구하였다. 여전히 한국 인권상황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한국을 ‘헬조선’이라 한다. 충분히 공감한다.


국내에서의 국제연대 활동은 주로 한국의 이슈를 알리고 이에 대한 연대를 요청하는 것이다. 그래서 종종 다른 국가에서 벌어지는 이슈에 대해 한국에서 활동하고자 할 때 주위에서 ‘국내 상황도 안 좋은데’ 라는 반응도 있고, ‘국내에서 해야 하는 게 얼마나 많은데’라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이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시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항의시위를 했는데 주변 어르신 한 분은 우리보고 종북이라고 북한으로 가라고 했다. 황당하였지만 놀라지는 않았다. 비단 국제연대 활동뿐만 아니라 전체 운동이 편협하게 해석되는 건 다반사이니깐.


art_14563805753564.jpg사진 출처 - 충북일보


사실 국내의 많은 분들은 국제연대라고 하면 대단히 거창하거나 하기 어려운(영어가 가능해야 하는) 활동이라 생각한다.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국제연대 활동에 관심이 없거나 그 주제가 공감할 수 없어서는 아닐 것이다. 2003년 이라크 전쟁에 대한 국내 반전 운동, 2009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 시의 한국 시민사회의 연대활동은 충분히 우리 안에서 제대로 된 사실 전달만 있다면 그 사안에 공감하고 무엇인가를 연대 할 수 있다는 걸 확인해 주었다. 문제는 그 현장과 한국의 시민사회를 이을 수 있는 계기이다.


이제 곧 민변에서의 국제연대 활동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주변에서 무슨 안 좋은 일 있냐고 한다. 무슨 일 없다. 아니 무슨 일이 있기는 하지만 그게 민변에서의 일이 아니라, 그 이전 이라크에서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졌던 일 때문이다. 주위의 몇몇 좋은 사람들과 단체를 만들어 활동하려 한다. 아시아(사람들이 이라크와 팔레스타인이 아시아인줄 몰랐다고들 한다.)의 상시 분쟁과 인권침해지역의 활동가를 발굴하고, 피해자를 지원하며, 현장과 한국의 시민사회를 연결하는 활동을 해 보려 한다. 주변에서 걱정이 많다. 모아둔 돈은 있냐고, 단체 재정은 어찌할 거냐고, 솔직히 그건 나도 걱정이다. 돈을 많이 벌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 하고, 가정도 있는데... 그래도 하고 싶고 해야 할 일을 할 생각이다. 더 힘들고 더 열악한 곳에서 치열하게 지내고 있는 그들을 생각하면 백 번이고 천 번이고 활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제 아시아 곳곳의 사람들과의 연대를 위한 국제연대 활동을 시작하려 한다. 지극히 개인적으로 사람 때문에 시작한 운동이다. 다시 그들을 바라보고 한 걸음 나아가는, 시간이 조금 지났지만 새로운 삶의 시작이다.


이 글은 2016년 5월 18일 인권연대 웹진 <사람소리> 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