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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졸한 해군, 강정마을 구상권 청구를 당장 멈춰라! (이현정)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2 16:56
조회
347

해군은 강정 주민 다 죽이고, 강정 재산 다 가져가라!


이현정/ 꽃씨네농작물 대표


어제 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가 막을 내렸다. 모두 모여라는 뜻의 ‘모다들엉, 평화!’ 슬로건으로 4월 23일부터 26일까지 10개국 34편의 영화가 상영되었다. 영화뿐만 아니라 평화포럼, 북콘서트, 거리 공연 등의 다양한 행사로 구성된 첫 영화제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해군기지로 파괴된 강정마을 공동체를 복원하고, 제주섬과 세계의 평화를 기원하는 취지로 영화인들과 주민들이 이끌었다. 지금까지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세월호 사건을 다룬 <업사이드 다운> 개막작 상영도 인상적이었다. 내년 2회 영화제도 기대해볼만하다.


그러나 개막식이 서귀포예술의전당에서 갑작스럽게 서귀포성당으로 바뀌었던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서귀포시에서 정치적 편향성을 이유로 개막 전 주에 불허한다고 ‘일방적 통보’를 했다. 그렇다. 아무리 영화제라도 강정마을의 문제는 어느덧 시끄러운 ‘정치 사건’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우리는 분명히 안다. 이 짓을 누가 시작했고, 지금도 치졸하게 끌고가고 있는 주모자가 누구인지를.


대한민국 정부와 해군의 치졸함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3월 28일에 해군은 강정 주민, 성직자 121명과 관련 5개 단체를 상대로 34여억 원의 구상금 청구 소송을 냈다. 제주 해군기지 공사 방해로 공사가 지연되었으니 배상하라는 거다. 저들이 뻔뻔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치졸함의 민낯을 또 드러냈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조경철 마을회장은 ‘가만히 내버려두어도 회복될까 말까 한데 아예 강정주민들을 다 죽이려고 작정한 것이며, 주민들이 더 이상은 참지 않고 다시 일어나 저항할 것’이라 밝혔다. 또 마을회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거짓말과 협박, 폭력이 난무했고, 강제수용을 하지 않겠다는 말을 하고는 입에 침이 마르기도 전에 땅을 빼앗았고, 농사짓게 해달라고 애원하는 농민들에게 군복을 입은 해군 장교들이 십 수 명씩 몰려다니며 위협을 가해 쫓겨날 수밖에 없었다.’고 역설했다. 결국 국가와 대형 건설사들이 공권력을 앞세워 불법적으로 공사를 강행해 마을이 파괴되었는데, 또 죽이려 한다.


175984_200593_3441.jpg사진 출처 - 제주의소리


그런데 현재 해군의 구상금 청구 소송은 문제점이 많다. 첫째, 공사가 예정보다 지연된 것은 여러 가지 이유 때문이다. 사업 적법성에 대한 법적 논란과 소송 싸움, 불법공사로 인한 제주도의 아홉 차례 공사 중지 명령, 바람이 강한 지형과 태풍 등으로 인한 공사 구조물 파손과 유실 등이 주된 이유였다. 즉 주민들이 공사장 정문 앞에서 잠깐 동안 공사차량을 막아서 공사가 지연되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둘째, 해군의 청구 소장 자체가 불법이다. 해군이 민사소송 준비를 위해 검찰에서 강정 주민의 형사사건 기록을 열람하고 등사한 것은 불법이다. 해당 재판이 아니면 본인 외에는 열람할 수 없는데, 특히 다른 민사소송을 위해 검찰이 해군에게 기록을 넘겼다는 것은 형사소송법과 개인정보보호법까지 어긴 불법이 된다고 민변은 밝혔다.


셋째, 일부는 소장 요건도 갖추지 못 했다. 60여 퍼센트의 피고인들 주민번호와 주소를 '불명'으로 처리했으므로 소장 조건 자체도 성립되지 못한다. 해군이 얼마나 무리하게 강행하는지 알 수 있다.


많은 노동운동가들이 밝혔듯이, 노동운동의 가장 큰 고통은 감옥살이가 아니라 바로 재산 가압류이다. 많은 노동자들을 옥죄고 결국 죽음으로까지 내몰고 있는 가장 공포스러운 것이다. 그렇게 보면 이번 해군의 비용 청구 목적도 다르지 않다. 강정해군기지에 반대하는 마을 주민과 단체들에 대한 협박용일 수 있다. 민변에서도 ‘원고인 대한민국이 국민을 상대로 소송을 남용한 것이며, 그 목적은 국책사업 반대 국민들을 협박하기 위한 것이며, 정말로 돈을 받기 위한 소송이 아니라 국민을 겁주기 위한 국가의 폭력이자 야비한 수법’이라고 적극적인 대응을 해주고 있다.


반문을 해본다. 삶의 터전이 불법적으로 짓밟혀 공권력에 저항하는 결과가 이렇게도 힘들어야 하는 것일까. 우리들 누구라도 싸웠을 것이다. 평화로운 생존권을 위협받아 저항하는 것은 주권자로서의 당연한 헌법상 권리이고, 또 마땅히 보장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많은 주민이 현재 범법자로 살아가고 있다. 여기에 34억 원 구상금 청구까지. 이 고통의 끝은 어디일까.


다행스럽게도 현재 민변에서 적극적으로 대응을 해주고 있어 주민들은 외롭지 않다. 또 이번에 선출된 3명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과 제주 시민사회단체에서도 해군 구상금 청구 소송을 가만두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강정 주민들은 현재 처절하게 외치고 있다. “해군은 강정 주민 다 죽이고, 강정 재산 다 가져가라!”고. 치졸한 대한민국 정부와 해군, 그리고 이에 침묵하고 있는 제주도정은 주민들의 피 끓는 절규를 들어라. 그리고 강정마을 구상권 청구를 당장 멈춰라!


이 글은 2016년 4월 28일 인권연대 웹진 <사람소리> 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