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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언론사의 지역감수성 (이상재)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2 16:31
조회
346

이상재/ 대전충남인권연대 사무국장


얼마 전 대표적인 인터넷언론사에서 기획한 모금행사에 약간의 돈을 보냈다. 기획의도도 좋고 기획기사의 주인공도 평소 알고 지내던 지역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모금기획이 종료되고 난 후 그 언론사로부터 문자 한통을 받았다. 모금에 참여한 사람들의 성의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자기네 언론사 대표의 특별강연에 무려 ‘무료’로 초청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전에도 이런 내용의 문자가 심심찮게 올 때마다 그냥 넘겼지만 그날따라 기분이 그렇게 좋지 않았다. 대전사는 사람에게 서울에서 하는 강연행사에 무료로 초대한다는 발상이 약간은 웃기고 또 얼마간은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서울 사는 독자들은 지하철비용 2~3천 원에 다녀올 수 있는 무료 강연이지만 지방에 사는 독자들은 왕복 KTX기준으로 5만 원 이상의 비용과 적어도 반나절 이상의 시간을 들여야 되는 행사를 어떻게 무료 초대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인터넷언론사인 만큼 스마트폰에서도 이 언론사의 기사를 볼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느끼는 감정은 지방에 사는 독자로서의 소외감이다. 정치, 사회, 경제, 교육, 여성, 여행 등으로 자세히 분류 되어있는 기사 카테고리에 지역은 빠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 지역의 기사를 읽어 보려면 PC로 접속하거나 스마트폰에서는 PC버전으로 들어가서 다시 깨알 같이 작은 글씨의 지역 면을 그야말로 조심스럽게 터치해야 겨우 들어갈 수 있다.


큰 카테고리에 ‘스타’를 배치하고 그 아래에 다양한 연예계 기사 카테고리를 배치한 것에 비하면, 스마트폰에서 접하는 이 언론사의 ‘지방’에 대한 정책은 차라리 거의 없음에 가깝게 느껴진다.


몇 달 전 모 신문에서 충남과 세종시를 담당했던 기자가 부서이동으로 인해 서울 본사로 떠났다. 지역 시민사회의 크고 작은 현장에 대해 훌륭한 기사를 썼던 기자인지라 지역 사람들의 아쉬움이 컸다.


그래도 난 사람이 있으니 곧 든 사람이 있을 줄 알았지만 6개월여가 지난 지금까지 그 자리에 신입이나 경력기자가 새로 왔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더구나 그 신문사는 그 기간에 정기 신입기자 채용까지 있었는데 말이다.


충남, 충북, 대전, 세종, 강원이 한 면에 실리는 그 신문의 지역 면에서 이제 충남과 세종의 기사, 특히 예전과 같은 현장밀착형 기사는 좀처럼 찾아 볼 수가 없다.


신문사의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분에게 기자 충원 소식을 물어봤지만 몇 가지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당장은 힘들다는 대답만이 돌아왔다.


그 신문사의 사회부나, 정치부, 혹은 다른 부서에도 이렇게 기자 한 명이 비면 그냥 그대로 오랜 시간 내버려 두는지 궁금하다.


충남과 세종 담당 기자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는 언론사의 사업방식을 지켜보는 지역의 한 구성원으로서의 심정은 답답함을 넘어 분노까지 느껴진다.


앞서 얘기한 인터넷언론사와 나중에 언급한 신문사는 우리사회의 대표적인 진보언론사라 일컬어지는 곳이다.


언론사도 그렇지만 서울권역에서 활동하는 진보적인 시민단체에서도 느끼는 답답함 중의 하나는 지역에 대한 인식과 감수성이다.


사실상 서울 언론사, 서울 시민단체인데도 중앙언론사로 자칭하거나, 단체명에 서울이라는 지역명을 아예 붙이지 않아 마치 전국구 단체인 것처럼 보이게 한다.


변방이 없는 중앙이 있을 수는 없다. 변방이 있어야만 중앙이 인식되고 중앙의 존재가치가 생기는 것이다.


‘중앙’언론사가 되고 싶다면 변방에 신경 쓰고 투자하길 바란다. 그것이 올바른 진보이고 진정한 중앙언론사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버겁고 힘들다면 아예 ‘서울언론사’로 거듭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정론직필하는 제대로 된 언론사가 드물어서 그렇지 지역 언론사는 솔직히 차고 넘치는 것이 현실이니 말이다.


이 글은 2015년 9월 23일 인권연대 웹진 <사람소리> 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