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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 환경 제주도? 글쎄... (이현정)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2 16:26
조회
352

이현정/ 저지리 문화예술창고 <탐라표류기> 부대표


‘이명박근혜’라는 표현이 자주 쓰인다. 이명박과 박근혜 대통령의 나쁜 정책과 부정 권력의 연속성을 비꼬는 말이다. 역시 최근에 환경문제에서도 또 드러났다. 바로 이 정부가 내놓은 ‘산악관광 활성화 대책’ 계획이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산악관광이라 쓰고, 환경파괴와 대기업 정책이라 읽는다. 이명박도 대운하가 어려워지니 그럴싸하게 포장한 4대강 사업으로 30조 원 세금도 날리고, 심각한 환경파괴를 가져왔다. 지금 이 정부가 하는 짓도 똑같다. 강으로 향했던 삽이 단지 산으로 간 것이다. 휴양시설 확충, 관광사업 확대, 일자리 창출 등 언급하는 내용이 4대강 사업 시작과 영 똑같다. 이제 그 약발은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하지만 저들은 또 힘으로 밀어붙일 수 있다. 그러니 막아야 한다.


필자가 살고 있는 제주도. 이곳 또한 환경파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독자들 대다수는 제주를 청정의 섬으로 인식할 것이다. 그러나 제주 또한 크게 신음하고 있다. 국제자유도시 건설이라는 미명 아래 제주는 현재 곳곳에서 환경이 파괴되어가고 있다. 한 번 들여다보자.


지금 제주도정의 최고 비전은 국제자유도시 건설이다. 그런데 이 국제자유도시가 뭐냐. 바로 사람, 상품, 자본을 자유롭게 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알고 있다. 자본의 무서운 폐부를. 자본은 심장이 없기에 결국 단기간에 최대 수익을 내는 것에만 집중한다. 지금 제주 환경파괴의 모든 문제는 여기에서부터 시작한다.


먼저 지난 2002년부터 2011년까지 제주는 국제자유도시 1차 계획을 마쳤다. 제주를 홍콩, 싱가포르처럼 금융, 자본, 물류 항구를 집중시키는 것이었다. 결과는 실패였다. 이후 2012년부터 2021년까지 2차 계획을 진행 중이다. 이 계획의 핵심은 외국자본 유입을 크게 확대하는 것이었다. 마치 마카오와 같이. 그러면서 랜드마크적 복합리조트를 제주 곳곳에, 특히 개발되지 않은 중산간 지역에 세우게 된다. 여기에 우근민 전 도지사는 외국인이 5억 원 이상을 제주에 투자하면 영구적 영주권까지 주는 매우 파격적인 특혜까지 제공하였다. 이른바 부동산이민투자제도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법인이 50억 원 이상 투자하면 각종 세금 감면과 국공유재산 무상사용까지 해주는 투자진흥지구제도까지 현재에 이르고 있다. 원희룡 도정은 버젓이 이것이 ‘제주의 환경자원을 활용한 창조경제 구현’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서부터 시작됐다. 결국 중국 및 동남아 화교자본의 부동산 투기꾼들이 모였다. 이러면서 그들은 보다 큰 땅을 원했고, 보전 지역인 중산간 지역 곳곳에 분양형 콘도와 카지노를 짓고 있다. 울창한 숲이었던 이곳이 파괴되어가고 있다. 무서운 것은 바로 카지노 사업이다. 기존 총 8곳의 카지노는 호텔 부대시설로 밀폐형 작은 규모였는데, 이제는 대규모 카지노를 운영하기 위해 숙박시설이 들어서는 것이다. 자본 입맛에 맞는 카지노 운영규모는 매우 커졌다. 드림타워, 신화역사공원, 이호랜드까지 카지노 설을립 준비 중이다. 결국 투자진흥의 결과가 제주도를 위한 것이 아니라 외국, 특히 중국의 투기로 이어지면서 제주도의 환경파괴는 날로 심각해져가고 있다.


이로 인해 토지 잠식과 난개발이 커져가고 있다. 도 행정은 외국인 토지소유가 제주도의 1%밖에 안 된다고 하지만, 한라산 등 개발제한구역이 많기에 1% 소유는 매우 심각하다. 도 행정이 매우 기만적이다. 현재 제주도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유명한 관광지인 송악산의 경우, 화산지대라서 지반이 약해 계속 무너져가고 있는데 중국자본 휴양지 공사로 30미터를 더 파겠다고 했다. 이곳이 절대보전지역인 오름임에도 이것을 해제시키고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최근에 다행히 재검토에 들어가긴 했으나 안심할 것은 못 된다. 남원읍 위미지역 공동장의 경우, 중국 자본이 단기 수익을 위해 싸고 넓은 땅인 중산간 지역을 개발하였고, 분양이 되지 않아 유령 마을이 되어 환경파괴 흔적만 고스란히 남아있는 형국이다.


i.aspx?Guid=9009f1e935b74ce4a0cb57dbfe1151df&Month=20150730&size=640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해발 500m 중산간지역에서 아덴힐리조트 개발이 한창이다. 이 사업은 오름과 산방산 등 제주 천혜의 자연환경과 경관을 훼손하고 있다는 논란을 빚고 있다.
사진 출처 - 한국일보


중국 투기자본에는 어둠이 많다. 중국 관광객이 폭증했지만, 결국 제주 내에 있는 중국업체들만 살찌웠다. 도민들에게 돌아간 것은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제주에서 중국인 여행객 80여 퍼센트가 이렇게 운영된다. 저가로 많이 데려온 후에 중국업체 쇼핑센터로 데려가니 경제적 낙수효과는 크지 않다. 제주도정은 일자리 창출, 경기부양 효과, 건설업 소득증대 효과를 강조하지만, 매우 비현실적이다. 일용직 증대만 늘어났고, 오히려 투자진흥지구제도로 취득세, 소득세 등 감면 혜택이 더 크다. 경기부양 효과를 언급하지만, 하와이에서 원주민들이 일본 자본에 쫓겨나듯이 주민들이 중국 자본에 밀려날 수 있다. 현재 제주에 종합개발업체가 약 800여 곳인데, 공룡처럼 많아져서 부동산 거품이 사라지면 모두 공멸할 우려도 있다.


다행인 것은 최근에 반가운 판결이 나왔다. 서귀포 예래동 유원지 건설과 관련해 대법원에서 ‘결국 주민 공공복리에 기초한 유원지 개발계획이 필요하다는 점.. (중략) 이미 공사 중인 유원지를 제외하고도 공사가 진척되지 않은 유원지 사업에 대해서도 공익성이 확보된 유원지 계획이 다시 이뤄져야 한다.”고 원인 무효 판결을 내렸다. 현재 한라산 바로 밑의 산록도로 위쪽으로는 처음 개발되는 애월읍 상가리 관광단지 건설에도 제동을 걸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되었다.


필자는 며칠 전 저지리 동네주민들과 함께 표선읍 가시리 마을을 답사하였다. 그곳이 지난 몇 년 동안 마을사업을 어떻게 이끌어왔고,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한지 살펴보고자였다. 마을사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는 바로 마을이 운영할 수 있는 공동소유 토지가 남아있다는 것이었다. 주변 마을 목장들이 골프장 등 개발사업에 모두 부득이하게 팔려갔다면, 이곳 가시리는 3명의 역대 이장들이 대법원 재판까지 가면서 약 220만 평의 마을공동목장을 지켜냈다. 재판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마을 오름 한 곳을 파는 아픔까지 겪으면서 주민들이 마을목장을 꿋꿋이 지켜냈다. 현재 가시리 마을은 이러한 공간으로 조랑말체험공원, 유채꽃 플라자 등의 다양한 마을사업을 성공적으로 펼쳐가고 있다. 물론 사업 수익은 고스란히 마을에 바로 들어가는 구조이다. 여기에 환경까지 지켜가면서 말이다.


반면에 박근혜 정부는 환경파괴를 시도하고, 원희룡 도정은 환경 보전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산악관광이라는 거짓 포장으로 산을 파괴하려고 한다. 막아야 한다. 설악산에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지리산, 한라산 등 아름다운 국립공원들이 계속 파괴되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현재 제주도 환경파괴는 위에서 살펴봤듯이 더 심각한 수준이다. 원희룡 도정이 재검토를 하겠다고 하지만 대책을 내놓는 게 없다. 제주도정이 몇 가지 과제를 바로 실천해야 할 때이다. 첫째로 국제자유도시 비전을 수정해야 한다. 이는 환경파괴와 투기자본 유입만 늘어날 뿐이다. 오히려 세계환경수도로 비전을 바꿔야 한다. 둘째로 기존 투자진흥지구와 부동산투자이민제도를 없애야 한다. 셋째로 도민들에게 혜택이 갈 수 있는 지속가능한 개발이 필요하다. 생태관광 확대만이 환경 보전과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것이다. ‘자연*문화*사람의 가치를 키우는 제주’ 슬로건이 부끄럽지 않은 제주도정으로 바뀌어야 한다. 많은 것을 잃기 전에 빨리 움직여야 한다.


이 글은 2015년 8월 5일 인권연대 웹진 <사람소리> 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