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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교육진흥법이 궁금하다 (이상재)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2 16:20
조회
267


이상재/ 대전충남인권연대 사무국장


 

오는 7월부터 ‘인성교육진흥법’이 시행된다고 한다. 단순한 법의 이름만으로는 무슨 의도로 만든 법인지 짐작하기 힘든 이 법의 목적은 ‘건전하고 올바른 인성(人性)을 갖춘 국민을 육성하여 국가, 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데 있다’고 한다.

이 법을 초안한 사람들은 ‘건전하고 올바른 인성(人性)을 갖춘 국민’이라고 하면 정확히 어떤 꼴의 사람을 가리키는 것인지 바로 떠오르기 때문에 이런 법을 만들었겠지만, 평범한 필부에 지나지 않은 나 같은 사람에게는 국가보안법 7조의 반국가단체의 찬양, 고무죄 만큼이나 모호하고 어렵기만 하다.

‘건전하고 올바른 인성’의 실체가 과연 무엇인지 그것이 단순 교육을 통해 ‘육성’될 수 있는 것인지는 의문스럽다. 하물며 그렇게 육성된 인성이 무려 ‘국가와 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하는데 목적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놀랍기까지 하다.

궁금해서 인터넷 사전으로 찾아본 인성의 사전적 의미는 ①사람의 성품, ②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사고(思考)와 태도 및 행동의 특성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인성(人性)을 사람의 성품이라고 하던,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사고와 태도 및 행동의 특성이라고 하던, 이 정의에 따른다면 한 사람의 인성이란 적어도 단시일 내에 규정되거나 길러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 법의 시행에 맞춰 이미 ‘인성평가 자가진단표’란 것을 만들어 이번 학기부터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성을 진단하고 있다고 한다. 그 진단 항목 중의 몇 가지를 보면 “나는 나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나는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태극기, 무궁화 등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것을 소중히 여긴다.” 등이 있다. 이와 같은 질문지에 전혀 아니다’에서 ‘매우 그렇다’까지 1점에서 5점까지 학생 스스로 매겨서 나온 결과를 토대로 학생의 인성을 진단하고 지도한단다. 이러한 질문지로 개인의 인성을 제대로 평가하는 것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더구나 대학입시에서 인성·적성을 반영하고 수시모집에서 ‘인성면접’을 실시하는 대학이 생긴다는 마당에 자가진단표에서 1-2점을 선택하는 모험과 장난(?)을 할 학생이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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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경향신문


교육현장에 문제가 생기면 땜질식 처방이후에 시간이 흘러 사안 자체가 흐지부지 해지길 기다리는 것이 우리나라 교육 관료들의 문제해결 특징이었다.

난데없는 인성교육진흥법 실시도 연이은 학생자살사건과 어린이집의 유아 폭행사건이후 일부 보수단체와 정치권의 주장으로 현실화 되었다. OECD국가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높은 대한민국의 학생자살률과 어린이집의 유아보호에 대한 불안을 인성교육강화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 교육 관료와 정치권의 해법 또한 그동안 늘 해오던 임기응변식 처리에 다름 아니다.

그동안 대한민국의 크고 작은 교육정책이 바뀔 때마다 당사자인 학생은 혼란과 부담감만 더해졌고 혜택은 오히려 교육과 관련된 시장(市場)에서 가져갔다.

당장 이 법안의 통과에 따라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는 의무적으로 인성교육을 실시해야 된다고 한다. 이에 따라 사교육 업체가 ‘인성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교육부 인증을 따기 위해 경쟁을 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논술시험이 부활하면 논술학원이, 영어교육이 강화되면 영어학원이, 방과후 수업이 실시되면 방과후프로그램 전문기업이 돈을 버는 것과 똑같은 교육부와 사교육시장의 사이좋은 행진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초등학교에서부터 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하루 10시간 이상씩 공부에만 매달리는 과도한 입시경쟁체제와 그렇게 공부해도 확실하게 보장되지 않는 불안한 미래와 사회구조 앞에 놓여 있는 것이 현재의 대한민국 학생들의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놔두고 사교육시장에 의존하는 껍데기뿐인 인성교육을 외치는 정치인과 교육 관료들을 지켜보는 심정은 갑갑하기만 하다.

정말로 학생들의 인성(人性)을 키우고 싶다면 타인의 아픔과 처지에 공감하는 것을 힘들게 하고, 배우고 느낀 것에 대한 실천을 가로막는 현 교육체제 전반에 대한 성찰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 성찰이 진정성 있는 것이라면 현재 시행하려고 하는 ‘인성교육진흥법’과 같은 내용과 방식은 하지 말아야 한다.

인성은 그따위 교육방식으로 길러지지도 측정되지도 않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 참된 인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