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가시

home > 인권연대세상읽기 > 목에가시

‘목에가시’는 현장을 살아가는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한 칼럼 공간입니다.

‘목에가시’는 김형수(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총장), 신종환(공무원), 윤요왕(재)춘천시마을자치지원센터장), 이동화(아디 활동가), 이승은(경찰관), 이원영(용산시민연대 공동대표), 정한별(사회복지사) 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공포의 대상 IS(Islamic State)와 ‘테러와의 전쟁’에 관하여 (이동화)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2 16:11
조회
304

이동화/ 민변 국제연대위 간사


 

지난 2014년 여름 한 달 반 동안 자원활동을 했던 ISM(International Solidarity Movement, 팔레스타인인권 국제연대단체)으로부터 한통의 메일을 받았다. 전(前) ISM 활동가였던 케일라 뮬러(Kayla Mueller) 씨가 IS(Islamic State)에 의해 살해당했고, 팔레스타인과 시리아 난민을 위해 활동했던 그분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개인적으로 잘 모르고 팔레스타인에서 뵌 적은 없었지만 두려움과 공포 속에서 마감했을 그분의 마지막을 떠올리니 한동안 멍 하면서 가슴이 아렸다.

20150304web01.jpg
전 ISM 활동가였던 케일라 뮬러씨, 생전 ISM 숙소에서의 모습.
사진 출처 - ISM 홈페이지


IS에 의해 살해당한 사례는 케일라 씨 뿐 아니다. 올해 2월 초 일본의 프리랜서 기자이자 활동가인 고토 겐지 씨는 참혹하게 참수 당했고, 2월 3일 요르단출신의 조종사 마즈 알카사스베 씨는 산채로 불에 타 살해당했다. 그 영상들은 Youtube에 공개되었고 전 세계는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개인적으로 이 소식을 접하면서 힘들게 묻어두었던 김선일 씨 기억이 떠올랐다. 2003년 당시 김선일 씨를 참수했던 조직이 현재의 IS이다. 그리고 최근 한국인 한명이 IS에 가담하였다는 뉴스를 접할 수 있었다. 이후 요르단은 IS 점령지역에 공습을 이어갔고, 미국과 이라크는 지상군을 투입하겠다고 한다. 온통 IS이다.

2001년 9.11 사건이후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한다. 침공을 개시한지 40일도 안돼서 미국은 바그다드를 점령하고 종전을 선언한다. 미국의 승리로 마무리된 듯 했다. 하지만 진정한 전쟁은 미국의 점령이후부터 시작되었다. 미국은 수도 바그다드와 주요 유전도시들을 장악하며 정치권력을 시아파에게 넘겨주었고 권력에서 축출되었던 세력들과 미국에 적대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던 중동 지역 일대의 무장 세력들은 이라크에서 무장투쟁활동을 하였고, 이라크내 다양한 종족별, 종파별 무장그룹들은 그 세를 키웠다. 점령초기 미국 및 점령군에게 집중되었던 공격은 2003년 후반부터 점차 이라크 내 정치인과 권력자들에게로 확장되었고, 2004년 중반부터는 특정세력이나 권력자에 집중되지 않고 자신의 종파가 아니면 공격하고 그 공격받은 세력은 또 보복을 하는, 모두가 모두를 두려워하는 극심한 혼동의 상태로 되어버렸다. 2003년 팔루자, 사마라, 바그다드를 중심으로 그 세를 키웠던 IS는 2004년 미군의 팔루자 군사작전으로 인하여 수천 명의 이라크인들이 사망하면서 본인 활동에 대한 이라크인들의 지지를 받으며 성장하였다. 하지만 이후 무슬림과 소수의 타종교인들도 살해하는 극단성을 보이며 당시의 알카에다 이라크 조직으로부터 축출이 되기도 하였다. 그리고 2011년 시리아 내전이 지속되면서 IS는 그 세력을 확장하였고 시리아와 맞닿아 있는 이라크 북부지역까지 점령하며 이 지역의 유전을 중심으로 수십 억 불의 자금을 챙기며 어마어마한 조직으로 성장했다. 또한 그들은 자신의 신념과 목표에 반하는 세력을 모두 적으로 간주하고 잔인하게 포로들을 살해하며 그 동영상을 공개하여 전 세계인들을 경악케 하였다.

이제 IS는 2003년 부시가 이야기 했던 또 다른 ‘악의 축’이 되었다. IS로 인하여 또다시 이슬람종교와 이를 믿는 무슬림들은 극단주의자들로 폭력의 종교로 오해 받고 있다. 개인적으로 아는 모든 무슬림 친구들은 IS를 규탄하고 IS의 어떠한 행동도 이슬람에 기반을 두고 있지 않는 광신도 극단주의자라고 한다. 하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IS의 잔혹한 영상과 메시지에 묻힌다.

2001년 이후 미국에 의한 ‘테러와의 전쟁’은 또 다른 국면을 맞고 있다. IS와의 전쟁이다. 언론을 통해 IS에 대한 비난의 수위가 높아진다는 것은 미국과 그 동맹국에 의한 지상군 투입의 시점이 임박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2004년 팔루자에서 그러하였듯 미국에 의한 지상군 투입은 한시적으로 IS를 이라크 몇 도시로부터 쫓아낼 수는 있어도 IS의 존재를 지울 수는 없을 것이다. 여전히 이스라엘을 지원하며 팔레스타인 점령에는 관심 없고, 석유와 군사기지 확대에만 관심 있는 미국이 존재하는 한 그 지역에서의 반미감정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고, 이를 숙주로 삼고 있는 IS를 비롯한 여러 무장단체들은 그 영향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부시 정권의 테러와의 전쟁은 역설적으로 전 세계를 테러와의 전쟁으로 밀어 넣은 계기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