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가시

home > 인권연대세상읽기 > 목에가시

‘목에가시’는 현장을 살아가는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한 칼럼 공간입니다.

‘목에가시’는 김형수(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총장), 신종환(공무원), 윤요왕(재)춘천시마을자치지원센터장), 이동화(아디 활동가), 이승은(경찰관), 이원영(용산시민연대 공동대표), 정한별(사회복지사) 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지리산 산적 퇴치법 (손상훈)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8-10-17 15:27
조회
951

 손상훈/ 종교투명성센터 운영위원, 교단자정센터 원장


 지리산에 산적이 나타났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잠시 놀랐지만 바로 수긍이 갔다. 시민단체 참여연대와 인근 주민들이 낸 조계종 천은사의 관람료 징수문제다. 안진걸 참여연대 시민위원장은 "2000년에 참여연대가 문화재 관람료 문제로 공익소송을 해서 대법원이 부당이득이라는 판례까지 나왔다. 그런데도 지켜지지 않았다"며 문화재 관람료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현재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는 사찰은 약 70곳이다. 문화재를 보유한 사찰 500여 곳 가운데 일부만 징수하는 것이다. 불국사 등 사찰관람이 중심인 경우 시민들의 불만이 거의 없다. 그러나 사찰을 방문하지 않고 국립공원을 주로 이용하려는 시민들은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한다. 당연한 지적이고 개선되어야 할 과제다. 2018년 3월에도 국회에서 의원실과 단체들이 토론회를 열어 해결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해결을 위한 제도개선은 미흡하고 조계종은 침묵하고 있다.

 조계종은 최근 10년간 시민들에게 받은 관람료의 사용 내역부터 공개해야 한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문화재 관람료를 받는 것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어떻게 쓰이는지 먼저 관람료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지리산 천은사에 대해서는 "이렇게 길을 막고 돈을 받는 것은 국민 재산권 침해다"라고 했다. 지난 수십여 년 간 조계종 총무원이 수억에서 수십억대의 국고보조금을 횡령하는 등의 부정부패 사건이 나면 사찰재정투명화, 관람료내역 공개를 수습방안으로 내놓았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한 번도 제대로 쓰임새가 공개된 적 없다. 왜 이럴까. 정치권이나 정부 관련부처, 사정당국이 눈감고 나 몰라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계종의 눈치를 보고 여야가 민원과 항의에 겁내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조계종을 비롯한 불교계 시민사회단체와 조계종 신도단체는 지난해부터 함께 행동하여 ‘조계종 총무원장’을 퇴진시키는, 현대불교사에 새로운 사례를 만들었다. 1994년 조계종 교단개혁은 승려와 재가불자가 함께 했다면 2018년은 평신도(재가불자)가 주도했다는 차이가 있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수만 명이 서울 종로 보신각에서 촛불법회와 행진을 했다. 조계종의 적폐청산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천막 정진단’을 만들어 싸웠다. 우리 나이 80세 가까운 스님의 40여 일간의 단식에 많은 시민과 이웃종교, 시민사회, 언론인들이 함께 해준 지원이 큰 힘이 되었다.


 불교계의 미흡한 역량만으로 이룰 수 없는 성과를 만들었다. 임기 1년 안팎인 현직 총무원장이 탄핵되는 역사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 아니라 제 잇속을 지키려는 이익집단인 약 300여명의 승려들이 전두환 식 체육관 선거처럼, 그들만의 잔치로 인물만 교체되었고 문제점은 여전히 그대로 인 상황이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최근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에 임명된 승려는 징역형의 유죄판결을 받은 인사다. 경기도 S시 시장이 이 승려에게 뇌물을 받고 사법처리를 받았다. 이 승려는 납골당 사업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겨 고위직 승려에게 상납했다는 의혹과 함께 미국 라스베이거스 해외원정팀이 실무를 추진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불국사 종상승려 등과 함께 미국 여행을 추진한 여행사 자료가 엠비씨 피디수첩에 공개되기도 했다. 나라에서 세금으로 지원하는 템플스테이 지원예산과 폐사지 복원예산, 전통사찰지원관련 예산을 나누는 총무원의 부장(사회로 치면 장관급 인사)이 되었으니 ‘세금’을 어떻게 사용할지 ‘매의 눈’으로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산적에 이어 세금 먹는 아귀의 탄생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지리산의 산적을 없애는 방법은 참여연대에 이어 종교계, 시민사회, 시민들이 대규모 소송인단을 모집해 다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 문제를 제기해 보는 방법이 있다. 이번 단풍철에는 지리산 국립공원에 가보자. 사찰을 가고 싶지 않음에도 길목에서 입장료를 여전히 받고 있다면 인터뷰도 하고, 녹음도 하고, 입장료를 낸 영수증도 모아보자. 이웃 종교인들과 시민사회가 이런 단풍철 운동을 다시 시작할 때 신임 조계종 총무원장이 호응해 주길 기대한다. 지난 10여 년간 관람료 사용 내역을 낱낱이 공개해 모든 이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 연간 수백억 원을 직간접적으로 지원받는 조계종 사찰들이 지켜야할 최소한의 의무이다. 국고보조금과 관람료 지출내역도 투명하게 처리하지 못하면서 조계종 지원예산만 늘리려 하는 것은 종교의 대표적인 악습이다. 신임 총무원장은 합리적인 관람료 개선책을 통해 시민의 신뢰를 회복하길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