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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들아 일어나라. 민주영령의 교훈 벗 삼아 (손상훈)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8-05-16 17:21
조회
1033

손상훈/ 종교투명성센터 운영위원, 전 교단자정센터 원장


 지혜로운 딸들이 함께 총무원장도 직접 뽑고, 대표 목사님도 직접 뽑는 그 날이 오기를 소원하며.


 사랑하는 딸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란다. 아버지세대에는 익숙한 민주영령(민족민주열사), 친박단체 어르신들은 호국영령에 버금가지 않을까 하는 김동수 열사, 조성만 열사 같은 이름을 말이다. 지난해 인권시민단체 회원 가입을 권유했을 때 경쾌하게 대답했던 얼굴과 다른 딸의 모습에 속으로 많이 놀랐다. 사랑하는 딸은 영화감독을 꿈꾸고 있고, 다큐도 제작하고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던 초등학생 때 보고 싶은 동영상 못 보게 하는 미흡한 아버지를 향한 얼굴이 떠올랐다.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과 욕구에서 일어난 표정. 복잡했고 원망어리기도 하고 화난 얼굴이기도 한, 뭔가 부탁하기라도 하는 그런 애뜻하고도 복잡한 속내가 드러나는 어린아이의 얼굴이었다. 그런데 2018년 5월을 살아가는 23살. 96년생 사랑하는 딸은 무심하게 처음 들어보는데 그 분이 누군데 하면서 딴청을 부리며 제 할 일을 한다. 섭섭했다.


 여성 호르몬이 많이 분비되는 50대여서인지, 아니면 사랑하는 딸에게 소외당하고 있다는 근거 없는 억측이 들어서인지 모를일이다. 그래도 다시 차분하게 '딸아, 딸들아 일어나라, 많은 이의 행복을 위해, 함께 걸어가자'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한 여고생에 의해 처음으로 발의된 스승의 날 즈음에 참으로 난감하다. 민주영령, 처음 들어보고 그 분이 누구셔. 갑자기 멍해졌다. 아니 앞이 캄캄해졌다. 그동안 뭐하며 살았길래 딸도 모르는 짝사랑을 했는지. 이십여 년 아니 삼십 여년의 활동 가운데 가족과 진심으로 공유한 일이 얼마나 되는지 세워보았다. 참으로 몇 건 되지 않았다. 내 삶의 50여년의 교훈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묻고 싶었다.


 내 종교자유인권을 탄압했던 학교 교목이셨던 성경선생님은 도박으로 구속되셨고, 내 모교에서는 학생강제예배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고 한다.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조계종립종합대학인 동국대는 여전히 선택할 수 없는 종교의무강요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판례를 바꿔서 헌법과 법률을 개정해야 사립학교의 강제종교교육은 중단될 수 있다. 이천오백년전 이 땅에 부처님, 예수님이 살아오신다면 통탄할 일이다. 아니 지금도 교훈으로 살아계신 예수님과 부처님이 회초리를 들 대 사건이다. 인류의 스승들은 '모든 사람은 평등하고 존엄하다'고 가르침을 주었지만 오늘 현실을 살아가는 종교계(특히 불교계)는 인권감수성이 낙제점이다. 조계종 총무원장에게 딸이 있다면, 진정으로 아버지를 사랑한다면 스스로 일어나 외쳐야 한다. '아버지 저는 알겠습니다. 아버지가 저를 낳아주고 길러주셨지만 아버지를 아끼는 많은 이의 사랑을 저버렸음을 이제 알게 되었습니다. 아버지, 조계종 승려이신 아 사랑하는 아버지 부디 공직을 사퇴하시고 공개반성(불교용어로 참회)을 하시길 간절하게 원합니다'. 상상해보았다. 내 딸이 나를 섭섭하게 만든 심정으로.


 연등회는 삼국시대부터 한반도에 살아온 조상들이 전통문화로 이어온 아름다운 축제이다. 지난 5월12일 서울에서 열린 연등회에서 수만 명이 모인 행사에서 조계종 설정총무원장은 아무런 해명과 반성도 없이 입바른 가르침만 메아리하고 말았다. 지난 5월1일 방영된 엠비시 피디수첩에 알려진 설정원장의 부조리, 부정부패, 은처의혹에 대해 한마디 사과도 없었다. 이런 모습을 보고 '파렴치'라고 불러야 할지 고민이다. 어찌 조계종 총무원장을 상대로 이런 비판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을까. 곱씹어 보았다. 결론은 내 탓이다. 지난 30여 년 동안 종교계 시민사회(특히 불교계 시민사회)가 시민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우리사회의 민주인권 확대를 소홀하게 한 결과라는 뼈아픈 성찰과 반성이 공명되었다. 그리고 사랑하는 딸들과 함께 긴급 행동할 아버지, 어버이들이 민주영령의 뜻을 이어받고 교훈을 벗 삼아 실천할 때라는 결론이다.


부처님우시는 날. 서울 인사동
사진 출처 - 불교닷컴


 어떤 독설과 비판으로도 전환시키기 어려운 조계종 적폐청산의 현실 앞에 이제 깨어나야 한다. 최근 신도 상습 성폭행으로 구속된 서울 모 교회 목사, 엄청난 공금을 맘대로 요리한 인천의 모 신부님처럼. 재벌승려, 조계종은처승려, 성추행의혹 조계종 교육원장 승려 이런 말이 다시는 회자되지 않도록 이제 한국종교계 최고위급 직업종교인들을 절복시켜야 할 때이다. 끝으로 민주영령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김동수 열사상, 조성만 열사상 등 '종교계시민사회인권단체'들이 공동으로 심사하여 20대 청춘들에게 소중한 상을 주는 준비모임을 발의해 본다. 1980년5월27일 전남도청에서 계엄군의 총탄에 산화하신 김동수 열사는 당시 대불련(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전국 대학생 불교동아리연합조직.1963년 창립) 전남지부장으로 당시 부처님오신날 봉축 연등회 행사를 준비하다 '학생수습대책위원'으로 시신을 수습하고 안치하는 일을 하셨다. 지금 동국대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활동하는 '미동추. 미래를 여는 동국추진위원회'소속 학생들이 김동수 열사의 교훈을 벗 삼는 실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부디,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딸들이 '종교계 적폐청산(성폭행, 성추행, 부정부패, 은처의혹, 사립학교 갑질, 총장의 논물표절, 교비횡령 등)을 위해 소박한 실천에 함께 해주시길 요청한다.


지난 5.10.목. 개최된 촛불법회와 행진 모습
사진 출처 - 불교닷컴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는 오는 5월17일(목).저녁7시 서울 종각역 보신각에서 촛불법회를 개최한다.



성평등불교연대 토론회


 또한, 성평등불교연대라는 불교계 시민단체는 5월26일 마야페스티벌을 벌인다. 여러 이웃종교 학자분들의 토론회와 저녁7시 노래와 춤 등 문화예술행사도 개최한다고 한다. 더 이상 굶어죽는 오누이가 없기를 바라는 간절한 오누이의 기도가 '관세음보살의 서원'이 되었다고 하고, 그래서 불교계에서 '관세음보살'을 말로 표현하는 기도를 한다. 앞으로 태어나고 자랄 이 땅의 딸들이 행복하길 온 마음으로 절실하게 발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