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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힝야 난민을 만나다 (이동화)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11-17 17:56
조회
812

이동화/ 아디(아시아인권평화디딤돌) 활동가


지난 8월 25일 미얀마군의 대대적인 로힝야 무장세력 색출 작전과 함께 시작된 로힝야 인종청소사태, 현지에서 전해오는 참혹한 소식에 아디를 비롯한 국내 시민단체들은 긴급기자회견을 준비했다. 기자회견 당일 날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국내 거주 로힝야 난민 모하메드 이삭 씨를 만나게 되었다. 그는 1988년 미얀마 반군부 민주주의운동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군부의 표적이 되어 주변국에 피난하였다가 2000년대 초반 한국으로 밀항했고 국내 종교인의 도움으로 난민지위를 획득하여 지금까지 서울에서 거주하고 있다. 미얀마에 있는 가족친지를 통해 참상을 접하고 있던 그는 우연찮게 국내 기자회견 소식을 듣고 생업중임에도 기자회견에 나와서 로힝야의 참혹한 실상을 전해주었다.


아디는 올해 현지 인권실태 조사를 위해 두 차례 방글라데시 난민촌에서 로힝야 난민들을 만났다. 그리고 피해생존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이 전해준 이야기들은 너무도 충격적이어서 현실감마저 들지 않을 정도였다. 마을에 들이닥친 군인들은 사람들을 향해 무차별 사격을 했고 사람들을 집안에 몰아넣고 불을 질렀다. 여성들을 강간하고 아이들도 무자비하게 살해했다. 죽음과 극한의 공포가 번져나가면서 로힝야 여성과 아동, 그리고 늙고 병든 사람들은 무엇 하나 제대로 챙기지 못한 채 무작정 이웃나라로 피신했다. 피난하는 그들의 뒷모습에 사격을 하며 행여나 돌아올까 봐 길에 지뢰를 매설했다. 이것이 그들의 이야기였다. 광기가 몰아쳤고 인간의 존엄은 상실됐다. 유엔에서는 피난민의 숫자가 60만 명이 넘는다 했고 이는 미얀마 로힝야 전체인구의 절반이 넘는 숫자이다.


국내에서 외국의 인권이슈는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한다. 대부분이 관심이 없거나 관심을 낼 여력이 없다. 그래서 로힝야 사태가 많은 언론을 통해 알려지는 걸 아디는 환영했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국제적 압박여론이 국내에서 형성되길 바랐다. 그리고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미얀마군대의 반인권적 전쟁범죄를 성토했다. 하지만 국내 인터넷 댓글들은 뭔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갔다. 로힝야 관련 기사의 댓글들 중 상당수는 “로힝야 족은 친일파이며 과거 미얀마 사람들을 학살했다” “무슬림 불법이민자가 갑자기 분리 독립을 요구해서 발생한 사태이다” 등으로 로힝야 역사관련 여러 논쟁들을 역사적 진실로 간주하며 이슬람 혐오에 가득차 ‘로힝야 사람은 당해도 싸다’식의 내용이다. 그리고 이러한 댓글은 아주 높은 추천을 받았다. 이 주장들은 섬뜩하면서도 위험한 논리를 기반으로 한다. 20세기의 대표적인 인종청소 사례였던 유대인 학살, 르완다 학살, 코소보와 보스니아 인종청소 사태들을 살펴보면 특정 종교와 민족에 대한 혐오와 차별, 정치집단의 적극적 선동, 내부집단의 적극적, 암묵적 용인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고 현재의 로힝야 사태와 상당히 유사하다. 소위 가해자의 전형적인 논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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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필자


하지만 만약 한국의 댓글러와 혐오 댓글을 추천한 사람들이 실제 로힝야 사람을 만나 그들의 아픔과 고통을 전해 들으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여전히 로힝야 사람들을 폄훼하고 혐오하는 댓글을 남길까? 장담할 순 없지만 로힝야 인권사태에 대해 꾸준히 입장을 밝혀온 국내 시민단체들은 이러한 가정을 했을 것이다. ‘한국의 시민사회가 로힝야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의 현재 모습을 바라본다면 분명히 변화가 있을 것이다. 혐오는 줄어들고 이해는 높아질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상황논리로 자신들의 눈과 귀를 멀게 했던 혐오와 편견을 걷어내고 사태를 객관적이고 인간적으로 바라볼 것이다’ 그래서 아디를 포함한 국내 시민단체는 국내에 거주하는 로힝야 난민과 로힝야 난민촌을 방문한 두 명의 활동가를 모시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마련하였다. 이런 식으로 행사를 소개하는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로힝야 관련하여 한국 인터넷 상 댓글은 최악의 인권사태를 겪고 있는 로힝야 난민들에게 큰 상처를 내고 있다. 한국전쟁을 통해 민족간 폭력의 결과와 피난의 고통을 DNA속에 인식하고 있는 한국의 시민사회가 난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무엇인지 함께 이야기하고 혐오와 증오가 아닌 평화와 공감의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로힝야 난민들에게 전해야 할 첫 번째 댓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