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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해(홍세화)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0-10-07 11:39
조회
639

홍세화/ 대학생


 대한민국에 코로나19가 창궐한지도 반년이 훌쩍 지났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길거리를 걷던 때의 기억은 벌써 희미해져만 가고, ‘언택트(Untact)’, ‘사회적 거리두기’ 등 새로운 생활방식이 우리의 삶을 채워나가고 있다. 이제 세계는 B.C.와 A.D.로 나뉘는 것이 아닌, Before Corona(B.C.)와 After Corona(A.C.)로 나뉜다는 말이 나올 만큼 코로나는 우리 삶의 곳곳을 서서히 잠식시켜 나가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은 역시 경제부문이다. 세계 경제는 2008년 경제공황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였다.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공포와 정부의 권고로 인해 거리의 사람들은 줄어들었으며, 이에 따라 소비가 위축되어 소시민들의 경제피해 체감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지난 5월 전 국민을 대상으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실시했다. 사실 그 당시 다른 국가들이 이미 코로나19에 의한 경제 침체에 따른 재난기본소득 지원 등을 실시한 것에 비해 우리나라의 긴급재난지원금 실행은 늦은 감이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뒤늦게라도 시행한 전 국민 대상 긴급재난지원금 덕에 소비시장이 작게나마 활기를 띄며 결과적으로 다수의 국민에게 희망과 행복을 안겨줄 수 있었다.



사진 출처 - 서울신문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는 생각보다 오랫동안 이어져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은 종식되지 않았다. 국내 코로나 바이러스 N차 유행이 지속되며 2차 긴급재난지원금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2차 긴급재난지원금의 실행에 앞서 국회에서는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보편 지급할 것인지, 선별 지급할 것인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갖은 토론 끝에 결국 2차 긴급재난지원금은 선별 지급하기로 결정되었지만 이에 대한 아쉬움은 가시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코로나 바이러스 창궐 이후 많은 의료진들을 비롯하여 관련 종사자들의 희생과 노고, 정부의 방역대책과 국민들의 협조로 다른 국가에 비해 적은 피해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에 우리나라의 위상은 더욱 높아졌고, 전 세계적으로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대를 기록하는 와중에 2020년 6월 기준 경제성장률 –1.3%에 머물러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하락세를 보여주었다. 이에 따라 OECD 국가중 재정건전성 2위를 기록하게 되었다.


 이렇게 탄탄해진 재정을 바탕으로 전 국민 대상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시행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선별적 복지가 시행되는 것의 안타까움은,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저마다의 이유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에서 더욱 커진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서류상으로 부양자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국가의 복지제도를 누릴 수 없는 사람을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또한 도움을 받기 위해 자신의 가난을 증명해야하는 과정도 당사자에게 비참하게 느껴질 수 있다.


 정부의 이번 2차 긴급재난지원금의 선별 지급 선택은 여러 단계의 합리적인 토론과 고민을 통해서 나온 결과일 것이고, 나의 이러한 주장은 경제개념과 원리를 명확히 알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놓는 푸념으로밖에 들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코로나19로 국민 모두가 힘든 이 시기에, 2차 긴급재난지원금과 통신비 지원 등 힘이 될 수 있는 복지제도를 한시적으로라도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지원해 주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까 누구도 걱정하지 않게, 모두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