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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미투는 끝나지 않았고, ‘With You’도 계속된다(주윤아)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0-06-10 15:59
조회
876

주윤아/ 교사


 스쿨미투의 시초였던 용화여고의 가해 교사가 한차례 무혐의 처분 끝에 지난 5월 불구속 기소되고 첫 공판을 앞두고 있다. 고발부터 재판에 이르는 2년 남짓의 과정에서 학생들과 시민의 힘이 크게 작용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용화여고 학생들이 2018년 4월 창문에 포스트잇을 붙여 학교 내 성폭력을 고발하며 시작된 스쿨미투는 1) 2년간 전국 100여 개의 학교로 번졌다. 용화여고의 가해 및 연루 교사 대부분은 가벼운 징계처분을 받은 후 다시 학교로 복귀했고, 파면된 교사 1명만이 유일하게 수사 대상에 올랐으나 같은 해 12월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되었다. 검찰과 교육청의 미온적 대응과 2차 가해까지 발생하며 학생들은 위축되고 지지 단체의 활동도 줄어들며 세간의 관심에서도 멀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2019년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이 진정서를 접수하면서 추가 보완 수사가 이루어져 검찰이 지난해 12월 수사를 재기하자 다시 시민모임은 지난달 5월 검찰의 기소 여부를 앞두고 총 8,403명의 개인 및 단체 연명을 받아 탄원서를 제출하고, 검찰의 기소와 엄중한 처벌이 결정될 때까지 1인 시위를 이어갔다. 결국 피해 사실을 제기한 지 2년이 훌쩍 넘어 가해 교사가 재판을 받게 되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는 신고를 하면 법이 해결해 줄 것이라 믿었던 학생들의 미투 이후 또 다른 지옥의 시간을 잊지 않아야 하고, 피해 학생들의 진술 의지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을 성찰해야 한다.


 2019년 정치하는 엄마들은 스쿨미투 전국현황 데이터베이스(스쿨미투 전국지도)를 공개하며 학교별 사안처리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 후 정보공개 판결을 받았지만, 서울시교육청이 항소하여 결국 깜깜이 징계가 되어 버렸다. 이처럼 스쿨미투 2년이 지나도록 학교가 평등하고 안전한 공간이 되기는커녕 최근 ‘속옷 빨래 숙제 낸 초등교사’, ‘애인이 필요하다’며 기간제 여교사에게 성희롱을 일삼은 초등 교감 사건에서 보여지듯, 다양하고 교묘한 방식의 학교 내 성폭력이 이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학교가 오히려 각종 성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3월 대한민국은 코로나19 신종바이러스의 습격 못지않은 텔레그램 집단 성착취 사건, 일명 ‘N번방’의 끔찍한 보도를 접하게 된다. 사실 우리 사회의 디지털 성착취 범죄 사건은 1997년 ‘빨간 마후라’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이후 소라넷사이트, 연예인 단톡방 불법 촬영물 유포 사건 등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만큼 많고 결코 그 역사가 짧지도 않다. 그러나 이를 단지 오락거리로 소비하거나 혹은 소수의 일탈로 치부하며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결과, 처벌받지 않은 소라넷 회원 100만 명이 보안이 강한 해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그대로 이동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이번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서 경찰이 확인한 피해자 중 아동청소년 피해자의 수가 16명에 달하며, 여기에는 초등학생까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디스코드 등을 이용한 디지털 성범죄에 가담한 10대 청소년이 전체의 70%에 달한다고 한다. 촌각을 다투며 발달하는 다양한 메신저는 10대 청소년 등 미성년 사용자가 많은 것이 당연하고 앞으로 더 가속화될 것이다. 피해자 단속을 강조하는 성폭력 예방교육과 여성 혐오가 일상의 유머로 통용되는 학교 문화, 오랜 억압과 차별이 구조화된 학교는 평등하고 안전한 공간은커녕 성폭력과 성착취 범죄의 토양이 되기 십상이다. 성인지 감수성의 변화 없이는 겉으론 스쿨미투는 지지한다고 말해도 뒤에서는 그릇되고 왜곡된 성의식으로 또 다른 성범죄를 주도하거나 가담하는 결과만 낳을 뿐이다.



사진출처 - 정치하는 엄마들(https://www.politicalmamas.kr/school_me_too)


 스쿨미투 2년을 돌아보면 학내 성폭력의 오랜 역사만큼이나 그 처벌 과정 또한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재학생 혹은 졸업생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에 대한 반복적 진술 과정과 낯선 수사와 재판 절차를 오롯이 감당하며 고소 진행 의지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므로 사법 처벌의 전 과정을 피해자 개인(학생)에게 전가하는 방식은 지양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평등하고 안전한 학교를 바라며 피해 학생들이 어렵게 용기를 낸 스쿨미투의 해결 주체는 누가 되어야 하는가? 사법부와 교육청은 각종 성범죄에 가담한 교·사대 예비교사들이 교단에 서지 못하도록 해야 하며, 스쿨미투 등 각종 성비위 관련 교원들을 강력하게 처벌해야한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성범죄가 당연히 ‘범죄’임을 명확히 하고, 가해자가 처벌받고 피해자는 보호받는 제도를 실제 작동시켜, 피해자들이 자신이 목소리를 낸 것을 후회하지 않도록 응답해야 할 것이다.


 스쿨미투 해결을 바라는 이들은, 스쿨미투의 첫 시작을 연 용화여고의 가해 교사 기소 및 재판부의 판결을 지켜보고 있으며, 정의로운 판결이 나올 때까지 ‘With You’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더이상 스쿨미투 피해자들에게 ‘해결’까지 떠넘겨서는 안 될 일이다.


1) 정치하는 엄마들 스쿨미투 전국지도(https://www.politicalmamas.kr/school_me_t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