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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교육감’ 시대의 ‘학교 밖 청소년’ (서동기)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8-07-23 13:35
조회
892


서동기/ 대학생


 ‘학교 밖 청소년’들은 우리 교육 시스템에 대한 살아있는 저항이자 교육 시스템의 실패에 대한 살아있는 증거다. 지방선거 후 다시 시작된 ‘진보 교육’의 시대에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해 가장 최전선에 나서야 할 사람들은 바로 ‘진보 교육감’들이다.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학교밖청소년지원법)’에 따르면 학교 밖 청소년이란 초등, 중등학교 과정에서 3개월 이상 결석하거나 취학의무를 면제 받은 청소년 또는 고등학교 과정에서 제적이나 퇴학 처분을 받거나 자퇴한 청소년들 정규 국가교육과정에 진학하지 않은 청소년 모두를 통칭한다. 매년 6만에서 7만 명의 청소년이 학교 밖으로 나오고, 학령기 청소년의 6%에 해당하는 38만 7천 명 정도가 전체 학교 밖 청소년으로 추정되고 있다.


 ‘학교밖청소년지원법’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그들에 대한 지원계획을 수립하고 실태조사와 상담. 교육, 취업, 자립 등을 지원한다. 현재 학교 밖 청소년들에 대한 지원은 여성가족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학교 밖 청소년지원센터’에 의하여 이뤄진다. 지원센터들은 청소년들을 위한 검정고시 학습, 취업을 위한 교육을 진행 중이지만 이마저 학교 밖 청소년 중 20% 가량이 참여하고 있을 뿐 추적조차 되지 않는 청소년들이 많다.


사진출처-pixabay


 지난 몇 년간 학교 밖 청소년지원센터에서 청소년들을 만나고 교육에 참여했다. 그러나 그들에 대한 교육 역시 대개 검정고시 합격을 위한 과목 교육에 지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지원센터들은 ‘대학생 멘토’ 들을 저렴하게 고용하여 그들을 통해 검정고시 합격만을 목표로 하는 교육을 제공한다. 그나마 학교 밖에서 국가에 도움을 청하는 20%의 학생마저도 국가와 우리 교육 시스템은 적당한 구색만 맞추고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교육부 등 국가교육시스템 안에서 학교 밖 청소년의 소외는 노골적이다. 법률 내에서 교육시스템의 역할은 학생들이 학교 밖으로 나가는 경우 학생들의 인적사항을 지원센터로 전달하는 것에 그친다. 교육부와 정부는 그들을 교육의 대상으로 상정하고 있지 않다. 국가교육시스템의 실패로 정규교육에서 이탈한 청소년들은 다시 배움의 사각지대에 방치된다.


 현장에서 만난 청소년들은 각자 학교 밖에서 방황하고 있었다. 자퇴 후 일상의 무기력함을 토로하는 학생부터, 학교 밖의 현장에서 여전히 최저시급도 받지 못한 채 배달 아르바이트를 지속하는 학생, 진로를 고민하고 대입을 준비하고자 하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방황 하는 학생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학생들이 있었다. 그들의 공통점은 모두 우리 교육 시스템의 실패로 인해 배제되고 사각지대에 다시 방치되어 있는 학생들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 밖 청소년을 우리사회는 단지 골칫덩이로 여기고 있을 뿐이다. 청소년들의 폭력 범죄 사건이 터질 때면 학교 밖 청소년들은 문제의 원흉으로 언급된다. 어떤 사건이 있을 때 우리 사회는 그들에 대해 반짝 관심을 내보이고 처벌 강화를 쉽게 외친다. 하지만 그 이전에 우리 사회의 마땅한 책임과 의무를 다 했는지 물었을 때 기존 시스템의 수혜자들과 책임 있는 자들은 부끄러움을 느껴야 마땅하다. 그 대표가 바로 진보 교육감들이다.


 지난 6월의 지방선거에서 전국 17개의 교육감 선거구 가운데 14곳에서 진보 교육감 후보가 당선되었다. 교육감 직선제의 시행 이후 진보 교육감은 2010년 6곳, 2014년에 13곳에서 당선되며 지속적으로 세를 확장해왔다. 동시에 이번에 당선된 14명의 진보 교육감들 중 11명은 현직 교육감이다. 이들이 교육 정책의 연속성, 책임성을 확보하여 능동적으로 정책을 펴나가야 할 책무는 적지 않다.


 진보 교육감의 시대가 다시 시작되었다. 3기 민선교육감 시대가 시작되며 이제는 진보 교육감만의 새로운 시도와 기존의 교육과 다른 무엇을 제시해야 할 때가 되었다. 학교 밖의 청소년들을 새로운 교육 실험의 대상으로 삼아 우리의 제도권 교육의 문제점을 성찰하고 다른 교육의 가능성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은 어려운 일일까? 학교 밖 청소년과 진보 교육감의 만남이 참된 교육의 가능성을 여는 마중물이 되는 상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