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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수업을 마치며 - 꿈틀,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다.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09 09:53
조회
637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매주 수요일 총12강에 걸쳐 진행된 꿈틀학교 인권교육이 끝을 맺었다. 한 학기 동안 사회탐구의 주제로 ‘인권’을 선정하여 전개된 이번 교육은, 인권연대가 매주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강의토론을 비롯하여 현장참여로 진행됐다. 학생들은 세계인권선언을 비롯하여 청소년, 정보사회,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팔레스타인, 장애 인권 문제에 대해서 교과서에 갇힌 딱딱한 이야기가 아니라 현장 활동가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으며, 이를 통해 일상의 곳곳에서 인권을 발견하는 연습을 하였다. 또한 서대문 형무소와 남영동 인권센터 등 한국 사회에서 반인권의 역사를 간직한 현장들을 직접 방문하여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현재의 위치를 확인하기도 하였다. 다음은 한 학기 인권 수업을 담당했던, 꿈틀학교 김나영 교사의 글이다.
인권, 주제부터 무겁고 어려운 수업!
처음에 인권연대에 수업을 부탁드리면서도 걱정이 많았었습니다. 교사의 입장으론 ‘아~ 집중력 떨어지는 아이들, 수 업에 잘 참여할 수 있을지….’ 사실 꿈틀엔 강의식 수업이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첫 수업. 조금은 무거운 주제였던 팔레스타인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예상외로 아이들의 눈은 빛이 났었고, 폭력을 정당화하는 이스라엘에 대해선 정말 어이없는 듯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두 번째 수업, 팔레스타인의 현실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고 인권연대가 매주 화요일 진행하던 팔레스타인 캠페인의 마지막 집회에 갔습니다. 여러 단체에서 온 다른 많은 활동가들과 아직은 서로 어색하고 거리의 낯선 분위기에 눌리기도 하였겠지만, 지난 시간에 들었던 이야기들이 떠오르는지 한명도 자리에 앉은 사람도 없이 꼼짝 않고 서서 집회가 끝날 때까지 진지하게 참여를 하였습니다.
세계인권선언에 대한 수업에 참여하면서 아이들의 시각은 혼란이 온 듯이 보였습니다. 한동안은 시도 때도 없이 학교에서 “인권침해야!” 하는 이야기를 했지만, 그 모습이 참 기특했습니다. 아마도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는 것 같았습니다.
일반학교를 그만둔 우리 꿈틀이들이 사회의 따가운 시선을 이기고 살아야 하듯이 성소수자도, 이주노동자도, 장애인도 모두들 각각 다르기는 하지만 어려움을 가지고 있고, 의도적으로 또는 알게 모르게 늘 자신들의 인권을 주장하고 살아야만 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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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학교 인권교육에 함께했던 학생들
그리고 수업에서 꿈틀이들이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세상은 누가 바꾸어 주지 않는다”일 것입니다. 나도 내 자리에서 나의 인권을, 그리고 각각의 입장이 다른 약자들의 입장을 서로 서로 함께 이해하며 조그마한 노력들을 사소해 보일지라도 함께 해야만 한다는 것. 이것일 것입니다.
또 중요한 한 가지. 지지받지 못하던 자신들의 지나온 일들이 어쩌면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라 자신들의 인권이 소중히 다루어지지 않아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의 시도는 각각을 소중한 존재로 자각할 수 있게 했던 것 같습니다.
오늘 마지막 수업을 했습니다. 그동안 자기가 생각했던 인권을 이미지로 표현하고 글로 설명을 하고 그것으로도 전할 수 없는 느낌과 생각은 이야기로 나누었습니다. 날마다 곁에서 아이들을 보고 있는 교사의 입장에선 아이들이 포토에세이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부족하다고, 좀 더 잘 좀 하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습니다. 그렇지만 돌아보니 ‘또 한걸음을 멀리 떼려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권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는 아이도 있고, 뭔지는 어렴풋이 알겠지만 사진을 고르는 것이 너무 어려웠던 아이, 다른 사람의 어려움이 진정 마음 아팠던 아이, 조금은 주장할 권리가 아닐 수도 있는 것을 주장하고 싶은 아이…. 조그만 웃음이 지어집니다.
세상에서 배우고, 만남을 통해서 배우는 꿈틀이들에게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줌으로 꿈틀이들의 세상은 또 조금 넓어지고 조그만 희망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기회를 만들어 주신 인권연대 식구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수업에 많이 빠졌다고 너무 섭섭해 하진 마세요. 참여한 시간만큼 그들의 경험의 나무가 커가고 있으니까요….
도시형대안학교 꿈틀학교 길잡이교사 김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