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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끝자락의 집 이야기(최우식)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9-01-16 10:31
조회
282

최우식/회원칼럼니스트


지난해를 보내는 아쉬운 마음과 새해를 맞이하는 두근거리는 마음이 교차하는 시기다. 새해 소망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 꿈은 자기 집이 아닐까. 소박하지 않은 꿈이다.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몇 년을 모아야 한다느니 하는 계산법도 이제 익숙하다. 송년회를 겸해서 서울에서 자취하는 친구들에게 물었다. 너에게 집은 어떤 곳이냐고.

A의 역사


Q. 원룸의 역사가 어떻게 돼?
A. 2010년에 올라왔지. 맨 처음에는 광진구. 500에 55. 8개월 살았다. 이때는 혼자 살았어. 8개월 뒤에 군대 갔지. 그리고 전역을 했는데 마침 비슷한 시기에 전역한 친구한테 먼저 연락이 왔어.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같이 올라가면 좋지 않을까? 그래서 콜! 너랑 살면 괜찮아. 둘이서 어린이대공원에서 2년을 살았지. 1년을 더 살려고 했는데 갑자기 아저씨가 5만 원을 더 올린다고 하는 거야. 그게 부담이 돼서 나왔어. 그때 잠깐 학교 기숙사에서 살았고 지금 집으로 오게 됐다. 여전히 친구와는 함께 산다.

Q. 좁은 집에서 둘이 사는 게 힘들 것도 같다.
A. 지옥이지. 씻는 것, 임무 분담을 하는 것도 문제야. 하지만 이런저런 문제보다도 친구 둘이 사는데도 떠들지 못하는 것이 제일 힘들어. 친구랑 원룸에서 둘이 살면 얼마나 신나냐? 컴퓨터 두 대 놓고 재밌게 살려고 했다. 밤새도록 게임하고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점점 옆방에서 컴플레인이 들어왔다. 아저씨들이 와서 조용히 좀 해줬으면 좋겠다. 이게 시작이었다. 그러다가 우리가 노이로제가 왔다. 말을 크게 하지 못하는 노이로제.

Q. 학생 때가 아니고 돈을 벌잖아. 지금 같이 사는 이유는 뭐야?
A. 돈이야. (Q. 지금도 돈이야?) 일단 가장 큰 문제는 월세를 내기 시작하면 돈을 못 모아. 우리는 돈을 반반씩 내면서 돈을 모으고 있어. 그게 되는 거야. 쉽게 말하면, 그게 아니었으면 부모님에게 손을 벌렸을지도 몰라. 아끼는 돈이 30만~40만 원 정도 돼. 그 돈 아끼는 대신 내 개인을 주는 거지.

Q. 그럼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할 때는 어떻게 해결하나?
A: 이거는 다년간 이 친구와 같이 살아서 느낀 건데. 우리는 좌식 의자가 있어. 좌식 의자를 벽 끝까지 밀어붙인 다음에, 벽만 보고 혼자 있어 그냥. 핸드폰 하면서 혼자 있어 그냥. 이어폰 끼고 혼자 있어. 그리고 우리 둘은 에어팟 나오자마자 에어팟을 샀다. 왜냐하면, 서로 이어폰을 끼고 다녀 그냥. 집안에서. 애가 말하는 것도 안 들리고 내가 말하는 것도 안 들리니까. 우리는 그런 식으로 극복을 하고 있어. 근데 지옥 같아. 이어폰 그만 끼고 싶어. 잘 때도 에어팟 끼는 것도 짜증나고.

Q. 그 밖에 문제는 뭐가 있을까.
A. 나는 책을 사다 갖다 놓는 편이고 친구는 옷을 사다 갖다 놓는 편이다. 그래서 나는 책 50권을 딱 정해놔. 50권이 넘어가면 나머지 책은 버려. 친구도 일정량을 사면 버려. 우리는 집에 그게 정해져 있어. 옷걸이가 정해져 있어서 그 이상이 되면 버려. (Q. 너 한 달에 책 20만 원어치 산다며?) 나머지는 다 중고서점에 파는 거지. 그렇게밖에 할 수 없더라고.

 

B의 역사


Q. 역사가 어떻게 돼?
B. 고등학생 때 6인실 기숙사가 시작이었지. 수험시절에는 예민해서 많이도 싸웠다. 2년이 지나자 서로가 알아서 조심하게 되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대학생이 되고 나서였다. 서로의 시간이 정반대였다. 저녁 8시에 불을 끄고 새벽 5시에 불을 켜는 친구와 함께 살았다. 게임하는 친구도 만났고 전도하는 친구도 만났다. 나이가 들고 못 살겠다는 생각에 원룸으로 나왔다.

Q. 고시원이랑 하숙집은 언제 살았던 거야?
B. 둘 다 재수 때. 고시원에서 3개월 살다가 옆집이 너무 무서워서 나왔다. 밤마다 이상한 주문을 외웠다. 고시원을 나와서 하숙집을 들어갔다. 재수생 여자 전용 하숙집이었다. 여기는 좋았다. 1층에 스터디 룸이 있고 도시락 싸주시고 아침에 깨워주시고 좋았다. 120만 원이었다. 삼시 세끼 다 주니까 나쁘지는 않았다.

Q. 원룸 살기 시작하고 생긴 문제점은 뭐야?
B. 집주인과의 트러블? 예를 들면 보증금을 잘 안 주려고 하든가. (Q. 보증금을 안 주려고 해? A. 안 주려고 하지, 많이) 나는 그래도 학교 앞이니까 소문나니까, 주긴 다 줬어. 근데 그걸 안 주려고 안간힘을 쓰는 거야 막. 계약서 이 조항의 이 조항이 뭐다. 아니면 뒷사람이 안 들어와서 돈을 못 준다. 월세 안 받았다. 막 이런 경우도 있었음. 그런데 장부에 받았다고 적혀 있어서 넘어갔지. 카드 보증금 5000원 못 받은 경우도 있다. 청소 보증금도 있다. 나갈 때 무조건 내야 해. 금액을 빼서 준다.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다음 사람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명목이다.

사진출처- 뉴시스(광안리 황금돼지 조형물)


한국개발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30세 이하 청년층의 월 소득 평균의 34.2%를 주거비로 부담한다고 한다. 100만 원을 벌면 34만 원을 주거비로 사용한다는 것인데. 실제 주거비는 그에 두 배에 달하는 게 보통이다. 취업한 청년들이 수치를 많이 낮추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대다수 청년의 실제 부담률은 훨씬 더 높을 것이다.

하지만 주거 문제는 청년 문제의 한 단면에 불과하다. 식비를 포함해 절대적 빈곤 비용을 정산하면 상대적 빈곤 비용을 계산해야 한다. 통신비와 화장품, 옷값에 술값을 조금 계산에 포함한다. 여기에 다달이 갚고는 싶은 학자금 대출과 취업에 들어가는 비용을 생각하면 글쎄 계산이 될지 모르겠다. 결국 이 모든 것을 견디게 만드는 원동력은 취업이다. 하지만 청년 체감실업률을 보여주는 확장실업률은 22.8%로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았다고 한다. 게다가 19년 경제 전망은 하나같이 어둡기만 하다.

내 친구 A가 8평짜리 원룸을 친구와 나누어 사는 행위는 이런 상황을 극복해보려는 나름의 노력이었을 것이다. 다른 선택을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가령 창문 없는 고시원을 선택하는 식으로 말이다.

뾰족한 수가 있을까. 나는 인터뷰 마지막 질문으로 어떤 집을 꿈꾸고 있느냐고 친구들에게 물었다. A는 월세를 내지 않는 집으로 가고 싶다고 답했다. B는 아파트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해결책은 무엇일까. 둘 다 취업이었다. 뭐 그렇다. 이미 이곳은 제로섬의 게임이 지배하는 곳인 것이다. 하지만 윈-윈 게임이 아니라고 절망할 필요가 있을까. 제로섬 게임의 승자가 되고 나서 이 문제를 외면하지만 않는다면, 나만이 아니라 사회가 외면하지 않는다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우리는 그렇게 그날을 보냈다. 어쨌거나 19년 기해년은 꿈에서라도 나오면 복권을 사야 한다는 자본주의의 영물, 돼지의 해이지 않은가. 적어도 19년은 돈 문제로 덜 걱정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최우식 : 사람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피디 지망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