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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해고와 반복되는 용서 (서진석)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8-02-07 18:11
조회
184

서진석/ 회원 칼럼니스트


#1 “오늘까지만 일하는 걸로 하자. 고생했고 오늘까지 일한 돈 십 이만 원”
그렇게 나는 해고통보 하루 만에 다른 아르바이트를 알아봐야하는 신세가 됐다. 나의 항의에 사장은 더 이야기해봤자 서로 좋을 거 없다며 말을 줄였다. 해고 이유라도 듣고 싶어 떼를 쓰며 물었다. 그는 며칠 전 나의 항의를 이야기했다.


내 일은 치킨을 배달하는 것이었다. 두 달 동안 치킨을 배달했다. 그러던 어느 날 사장은 오토바이가 고장 났다며 하루만 시급을 이천 원 덜 받고 다른 일을 하라고 지시했다. 처음엔 배달을 할 오토바이가 없으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서 시킨 대로 일했다. 생각할수록 부당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서 “가게의 사정도 이해해요. 그래도 제게 양해라도 구해주셨으면 좋았을 거 같아요”라고 조심스레 항의했다. 알고 보니 그게 해고의 이유였다. 화가 났고, 녹음기를 켰다.


남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학자금 대출과 그 이자를 갚으며 살고 있다. 아르바이트를 하지 못하면 ‘군대도 갔다 온 자식’이 부모님께 손을 벌려야한다. 썩 내키지 않는 일이다. 그래서 해고 이틀 후 사정을 설명하며 다른 아르바이트를 구할 때 까지만 일을 할 수 없냐고 물었다. 답장은 오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날 구직광고 사이트에 시급을 천 원 더 올려 새로운 배달원을 구하는 광고가 올라왔다. 부품이 된 기분이었다.


생애 첫 해고에 막막했다. 청년유니온이라는 단체에 도움을 구했다. 덕분에 단체의 노무사와 상담할 수 있었다. 그는 필요한 정보만을 충실히 전해줬다. 인터넷으로 임금체불진정을 넣었고 노동부의 조사를 받으러 갔다. 조사 후 “체불임금이 지급되더라도 처벌을 원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네”라고 답변하고 왔다. 나만 돈을 받고 없는 일로 만드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해고 하루 전 출근을 지시한 문자 메시지, 녹취에 담긴 구두해고통보, 서면으로 된 해고예고가 없는 점들이 노동부 감독관에게 설득력이 있었나보다. 그의 조사와 압박에 사장은 내게 해고예고수당에 십만 원을 더 얹어 지급했다. 그저 내게 온 건 손에 잡히지도 않는 계좌이체 내역뿐이었다.



치킨집 사장과의 마지막 문자
사진 출처 - 필자


#2 “네가 정 원하면 노동부에 가서 받는 수밖에 없어”
치킨집 사장의 말이 아니다. 치킨집에서 해고된 후 새로 시작한 횟집 사장의 말이다. 사장은 장사가 되지 않아 인건비를 줄여야한다며 이주 후에 그만두라고 말했다. 그래서 “해고를 할 거면 최소 한 달 전에 말씀해주시거나 한 달 치 임금을 지급해주셔야 합니다”라고 말하니 노동부에 가라고 말했다. 나는 마가 끼인 게 아닐까 생각했다.


두 번째 해고통보를 받은 뒤 며칠 후, 치킨집 사장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내 상처를 짐작한다며 너무 미워하지 말라고 했다. 서로의 입장차이가 있는 것이고, 자신도 나 때문에 자신을 돌이켜 봤다며 용서의 미덕을 구했다.


사장이 말한 “미워할수록 나만 힘들어지더라”는 조언을 곱씹었다. 실제로 내가 미워하는 마음으로 법적 절차를 밞을수록, 나에게도 상대의 미움이 내게 위협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그러다 문득, 아르바이트를 할 때 연중무휴 일만 하고 친구도 못 만나는 게 지친다며 일주일에 하루를 쉬겠다는 사장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사장의 맥락이 있지 않을까, 어렴풋하게 추측하기 시작했다.


가해자는 사과하고 피해자는 용서를 한다. 경험 속에 교훈을 얻고 조금이라도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이처럼 아름다운 결말로 이어질 수 있을까. 답을 알 수 없지만 사장의 맥락을 이해하고, 그가 얻었다는 교훈을 믿어보기로 했다. 막상 취하를 하니 내 마음이 가벼워지고 사장에게 느끼던 미움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다.


노동의 가치, 약속의 이행, 법 준수, 당연하지만 지켜지지 않는 것들이다. 그 상식의 불이행으로 서로 다른 위치에 있는 이들은 각자 얼마만큼의 피해를 볼까. 약자의 용서는 궁핍한 현실 때문에 강제된 것이 아닐까. 왜 이런 상황들이 반복되는 걸까. 정답 없는 고민은 잠시 내 머리를 표류하다 이내 일상이라는 현실에 부유해갔다.


전국의 중년 사장들은 대부분 부모로서 살아가고, 높아지는 임대료와 노후 계획 걱정에 밤잠을 이루지 못할 테다. 반대로 아르바이트 노동자인 청년들은 끼니, 대출을 고민하며 살아간다. 각자의 위치에서 보이는 풍경이 다름은 자명하다. 최소한의 상식과 법이 지켜지는 사회가 필요할 뿐이다. 나의 불편함이 상대의 불안함을 해소할 수 있다면 잠시 내가 불편을 감수해야하는 것 아닐까. 그럴 때에 비로소 잘못, 사과 그리고 용서라는 불필요한 회복과정이 점차 사라지지 않을까.


서진석 : 기자가 되기 위해 배우며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