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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언론이 부러운 이유 (최지영)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8 14:38
조회
295

최지영/ 청년 칼럼니스트


‘자유는 책임을 뜻한다. 이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유를 두려워하는 이유다.’ 극작가 버나드 쇼는 자유와 책임을 동의어로 봤다. 자유가 방종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기준에 비춰본다면 한국 언론은 과연 얼마나 자유로운가, 그리고 얼마나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


‘국경 없는 기자회’가 발표하는 언론자유지수에서 상위권에 있는 나라들, 그러니까 광범위한 언론자유를 누리는 국가들을 쭉 훑어보면 성숙한 민주주의를 구가한다는 북유럽에 몰려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언론자유 수준이 민주주의 수준과 직결된다는 게 분명해 보인다. 언론자유지수를 보면 한국은 ‘정부는 비판을 참지 못 한다’며 70위로 평가받았다. 2005년에는 30위, 2014년에는 51위로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지속적으로 하락해왔다.


언론의 자유가 침해받은 사례는 많다. 기사 사전검열과 보도지침은 비판을 참지 못하는 정부의 전형적인 수법이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언론이 오히려 자유를 두려워한 적도 많았다. 언론의 자유는 언론의 책임과 짝을 이룬다. ‘세월호’는 한국 언론의 민낯을 보여줬다. 받아쓰기식 보도, 선정적 보도 등 부끄러운 사례가 끝없이 이어진다. 각종 언론단체는 수많은 반성과 자성을 내놓으며 책임 있는 언론이 되겠다고 했다. 하지만 ‘옥시’사태를 보면 달라진 게 없다.


가습기 살균제가 사회적 문제가 된 것은 5년도 더 됐다. 언론은 5년간 옥시 피해자들의 절규를 등한시했다. 검찰이 특별수사팀을 꾸리고 나서야 집중보도하기 시작했다. 정치/자본 권력을 감시하고, 약자의 목소리를 전할 ‘자유’를 언론 스스로 외면해온 것이다. 옥시 유가족 대표는 “언론의 관심이 고맙기도 하면서 당황스럽기도 하다. 조금이라도 일찍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줬다면, 이렇게 많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다. 옥시 전 사장 신원호가 검찰 수사에 앞서 포토라인에서는 고개 숙여 사과하고 청사 안에서는 동행인에게 “내 연기 어땠어요?”라는 발언을 했다고 언론이 보도했다. 그날 그 발언에 관한 기사 수십 건이 보도됐다. 확인 결과, 이 발언은 사실이 아니었다. 신원호는 물론 검찰 역시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자극적 기사 낚시질은 언론의 자유가 아닌 ‘언론사의 자유’일 뿐이다. 언론사의 자 는 일개 기업의 이윤추구의 자유나 다름없다.


20160706web01.jpg사진 출처 - flickr.com


자유가 책임과 동의어라는 시각에서 한국의 언론자유지수가 몇 년째 하락중인 것이 꼭 정부와 권력 탓만은 아닌 것 같다. 자유에 합당하는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은 언론사의 방종도 한몫했을 것이다. 2014~2016년 언론자유지수 하락(51~70위)과 세월호 보도, 기사 어뷰징, 옥시 사태 등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는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공정한 보도, 약자를 위한 보도는 언론의 책임인 동시에 언론의 자유이기도 하다.


“나는 언론인인 동시에 사형수라고 생각한다.” 한 이집트 기자가 했다는 말이다. 그는 파타 엘시시 군부정권을 고발하는 기사를 비밀리에 취재 중이다. 위험을 무릅쓰고 취재를 하는 이유를 묻자, “언제든 내 취재가 발각되면 정부가 날 살려두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누군가 해야 할 일이고 나는 이집트의 언론인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출처: 시사IN, 한국 언론자유지수 70위… 역대 최하위 기록). 비판을 참지 못하는 정부를 목숨을 걸고서라도 비판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의 언론자유지수가 훨씬 높지만, 이집트 언론이 훨씬 부러워지는 요즘이다. 참고로 이집트 언론자유지수는 159위다.


최지영씨는 국정화 교과서와 위안부 문제 등의 역사 문제에 관심이 있는 청년입니다.


이 글은 2016년 7월 6일 인권연대 웹진 <사람소리> 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