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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는 언론계에서 일하는 전문가들이 멘토가 되어, 작성한 칼럼에 대한 글쓰기 지도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칼럼니스트로 선정된 김태민, 이서하, 전예원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칼럼니스트를 위해 안동환(서울신문), 안영춘(한겨레), 우성규(국민일보), 기자가 멘토 역할을 맡아 전문적인 도움을 줍니다.

응답 없음 (오민석)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8 14:15
조회
282

오민석/ 청년 칼럼니스트


전 세대보다 못살게 되는 최초의 세대, 전후 가장 희망 없는 세대. 청년 세대를 지칭하는 말들이다. 열정페이, 비정규직, 좁은 취업문 등 청년들이 마주한 문제들을 나열해보면 끝이 없다.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한 세대 전체가 소수자가 되어버렸다.


절망과 함께 자존감도 추락하고 있다. 최근 SNS 등에서는 정말 말도 안 되는 광경을 많이 볼 수 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면 맨몸으로 차도에서 굴러다니거나, 자동차 바퀴에 다리를 깔아 부러뜨리기도 한다. 일상의 낮은 만족감을 일탈로 채우고 있다. 극우 성향 젊은 누리꾼의 집합소인 일베는 날이 갈수록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자라는 세대는 괜찮을까? 나날이 심각해지는 가정폭력 사건들이 모든 걸 말해준다. 가정에서 당한 폭력을 밖에서 다른 아이에게 되갚아준다. 폭력은 돌고 돈다. 최근 학교폭력 방지 교육 등으로 표면적인 학교폭력은 적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대신 스토킹 등 새로운 유형의 학교폭력이 증가했다. 폭력 그 자체가 없어지진 않았다. 근본적으로 변한 건 없다.


일본에서는 청년세대를 ‘유토리 세대’라고 부른다. 2000년대에 주입식 교육을 개혁해서 조금 여유로운 교육(유토리 교육)을 받고 자랐기 때문이다. 일본 기성세대는 유토리 세대의 특징으로 ‘나약하고, 쉽게 좌절하고, 꿈꾸지 않고, 시키는 것만 하고, 실패를 두려워한다.’ 등을 꼽는다.


2015033101033011000001_b.jpg사진 출처 - 문화일보


한국에서라면 어떨까. 지금 한국의 기성세대 역시 이런 눈으로 청년세대를 바라보는 건 아닐까. 이런 ‘청년혐오’는 이들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지 못한다. 오히려 그 혐오가 내면화된 결과는 끔찍하다. 이들은 ‘자살하고 싶다.’ ‘빨리 자살하자.’ 같은 농담을 툭툭 던진다. 평범한 대화에서도 자신의 존재를 부정한다.


응답하라 1988에 이어 시그널까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대단한 인기였다. 봉황당 골목이 1988년 쌍문동의 어디였을지 추측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과거에 대한 향수가 짙어도 너무 짙다는 생각도 든다. 많은 사람이 앞보다는 뒤를 보고 있다. 박정희 향수는 물론 80년대에 대한 향수도 나타나고 있다. 저항마저 현실이 아니라 추억이 되어버렸다.


(도대체 우리는 어디에 응답해야 하는 걸까.)


우리 세대는 응답할 곳이 없다. 우리가 응답해야 할 곳은 오직 바로 이 순간이다. 하지만 향수에 밀려 지금 이 순간은 보이지 않는다. 당장 총선에서 새로운 세대가 잘 보이지 않는다. 녹색당이나 노동당을 제외하면 거의 없다.


언제쯤 우리 세대의 상태 창에서 응답 없음이 사라질까.


오민석씨는 경제적 불평등으로 생기는 인권 문제에 관심이 있는 청년입니다.


이 글은 2016년 3월 30일 인권연대 웹진 <사람소리> 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