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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라는 말의 폭력 (이보라)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8 14:08
조회
521

이보라/ 청년 칼럼니스트


자신의 가치관과 행동 방식을 타인에게 무작정 강요하는 중장년층을 우리는 ‘꼰대’라 부른다. 꼰대는 유행어일 뿐 아니라 사회 문제의 주요 원인이다. 꼰대식 교육은 아이들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파괴해버린다. 꼰대식 직장 문화는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며 경직된 조직 분위기를 만든다. 꼰대 같은 아버지는 자식들과 갈등을 일으키고 가정 내 소통을 마비시킨다.


이 같은 현상을 봤을 때 꼰대는 이 땅에서 없어져야 하는 것처럼 보인다. 꼰대는 경멸의 대상이 됐다. 반공 독재 시절, “너 빨갱이지?” 라는 말이 널리 쓰였듯 오늘날엔 “너 꼰대지?”라는 말이 통한다. 2016년 ‘반꼰대 시대’에서는 “꼰대가 되지 말라”는 설교를 곧잘 들을 수 있다. 젊은이들도 자기들끼리 꼰대가 되지 말자고 주의하는 분위기다. “나이 따지지마, 꼰대 같아.”, “자기주장 좀 줄여, 그게 꼰대야”라는 말들을 주고 받는다. 꼰대 테스트, 꼰대 퇴치법 등도 인터넷 상에서 떠돌고 있다.


나도 최근 주변에서 ‘꼰대가 되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나이가 어리고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반말을 했을 때, “왜 예의를 안 지키느냐”고 따졌더니 나이를 따지는 꼰대로 몰렸다. “기자는 영향력을 많이 끼치기 때문에 사명감이 필요하다”고 했더니 직업윤리를 강요하는 꼰대라 한다. “사람이 태어났으면 남들을 위해서 나누면서 살아야지 왜 자기만 아냐”고 주장하면 ‘진보’ 꼰대 소리를 듣는다. 극단적인 사례일 수 있겠지만 단지 예의와 직업, 인간이란 존재에 대한 주관을 드러낸 것일 뿐이었는데 꼰대로 격하된 것이다.


AKR20160107198400797_08_i.jpg사진 출처 - 연합뉴스


처음으로 되돌아가보자. 꼰대라는 말은 자신의 가치관과 행동양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폭력성을 거부하자는 데서 나왔다. 하지만 지금은 꼰대가 되지 말라는 주장이 왜곡돼 사람들의 사상과 행동의 자유를 제약하기도 한다. 그동안 꼰대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폭력에 둔감해진 것은 아닐까. 꼰대를 비판하는 스스로가 또 다른 꼰대는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이보라씨는 약자와 소수자에 관심을 갖고 머니투데이에서 인턴기자로 활동하는 청년입니다.


이 글은 2016년 1월 13일 인권연대 웹진 <사람소리> 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