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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가 허락하지 않는 투표 용지 (이보라)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8 13:53
조회
341

이보라/ 청년 칼럼니스트


언제부턴가 우리나라에서 흔하게 쓰이는 말 중 하나는 '꼰대'다. 정치사회적 권력이 있는 기성세대들이 젊은이들에게 자신만의 삶의 방식, 가치관, 지식 등만이 옳다고 강요할 때, 이런 기성세대들을 우리는 꼰대라 부른다. 그런데 꼰대는 일상 생활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꼰대는 정치의 영역에까지도 깊숙이 침범해 있다. 기성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경험과 지식 등을 배경 삼아 젊은이들의 정치적 의사를 얕게 보는 경향이 있다. 이를 가장 잘 드러내는 모습이 최근 있었다. 지난 8~9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된 선거권 연령 하향 관련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정치권의 무덤덤한 풍경이다.


현재 한국의 만 18세 청소년들은 선거권만 갖지 못한 '불완전한' 국민이다. 이들은 국민으로서 운전 면허 취득, 군 입대, 공무원 임용 등이 가능하다. 선거권만 연령 기준이 만 19세로 돼 있어 투표를 하지 못한다. 운전대도 잡고 입대할 수 있고, 공무원도 될 수 있지만 투표 용지는 집을 수 없다. “할 수 있는 건 다 해, 뭘 모르는 너희 대신 판은 우리가 짤 테니까” 한국 사회의 꼰대들이 투표 용지를 이들에게 허락하지 않고 있다. 선거권 연령이 늦어지니 20대 청년들이 정치에 대해 보이는 관심도도 떨어지게 된다. 영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처음 투표를 경험한 연령이 높을수록 향후 투표율이나 정치참여율이 낮았다.


2015082411295164199_1.jpg?time=1429051618 선거권을 위한 시민연대'가 지난 2014년 5월 6월4일 총선을 앞두고 청소년 선거권 보장을 위해 시위하고 있는 모습
사진 출처 - 희망의우리학교/ 머니투데이


현행 선거권 연령 기준은 세계적 추세에도 맞지 않다. 세계적으로 만 19세 이상으로 선거권 연령으로 잡는 나라는 소수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만 19세로 선거권 연령이 책정된 국가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 일본도 지난 6월 만 20세였던 선거권 연령을 만 18세로 낮췄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동떨어진 높은 선거권 연령으로 한국 청소년들의 목소리는 정치권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과열경쟁, 주입식 교육, 체벌 문제 등 뿌리 깊은 교육 문제에 교육의 당사자들인 청소년들이 목소리를 낼 수 없다. 학교 현장의 문제점을 가장 깊이, 잘 알고 있는 학생들이 교육 정책에서 소외되자 교육 문제는 더 심화되고 있다.


만 18세 선거권이 필요한 이유들을 열거해봤다. 하지만 정작 18세 선거권이 있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 만 18세 청소년들이 선거권을 가져야하는 건 이들이 이 나라의 '국민'이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들은 부가적인 수사에 불과하다. 헌법에선 모든 국민에게 선거권이나 피선거권이 있다고 규정돼있다. 이들이 국민이라면 사회 변화를 이끌 수 있는 투표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인권의 중요한 항목 중 하나인 참정권이 청소년, 특히 만 18세부터 점차적으로 열려야 한다. 청소년들은 꼰대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멍청하거나 충동적이지 않다. 이들이 꼰대가 지배하는 세상을 더 살기 좋은 세상으로 바꿀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고대해본다.


이보라씨는 약자와 소수자에 관심을 갖고 머니투데이에서 인턴기자로 활동하는 청년입니다.


이 글은 2015년 10월 7일 인권연대 웹진 <사람소리> 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