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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와 애국 (박서현)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8 15:37
조회
498

박서현/ 청년 칼럼니스트


학창시절 조례 때 태극기 앞에서 한 맹세를 기억할 것이다. 왼쪽 가슴에 오른손을 올리고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라고 외쳤다.


오랜 시간 태극기 앞에서 한 맹세와 같이 애국은 모두에게 있어 중요한 가치이다. 국가는 국민들에게 안전과 자유를 보장한다. 또 우리는 조국, 고향이라는 단어 앞에서 따뜻한 정서와 추억을 떠올린다. 그리고 최근 태극기를 들고 국가수호라는 구호를 외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애국이 무엇인지, 그 이전에 애국을 위해 지켜야 할 국가란 무엇인지는 깊게 고민해 봐야할 문제이다.


현대 사회정치이론의 근간이 되는 사회계약론에서 루소는 국가가 개인의 자유와 평등, 공동의 이익을 위해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맺는 계약이라고 정의한다. 우리나라 헌법 제1조 역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한다. 즉 국가는 특정지도층이나 기존의 사회체계를 의미하지는 않으며, 국가의 본질은 국민이라는 것이다.


20170322web01.jpg사진 출처 - 인천광역시 남동구 블로그


그러나 어떤 이들은 단순히 국가 체제 자체를 국가의 본질로 착각하곤 한다. 그리고 체제유지와 지도층의 편익을 위해 국민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진짜 애국이라 믿는다. 안중근은 그의 자서전에서 ‘만일 백성이 없다면 나라가 어디 있겠소? 더구나 국가란 몇몇 고관들의 것이 아니라 당당한 2000만 민족의 것입니다’라고 했다. 애국이라는 말을 외칠 때, 우리가 국민들을 지키려고 하는 것인지, 혹은 국가라는 허상을 지키려고 하는 것인지 주의해야만 한다.


여러 논란 끝에 2013년 국기에 대한 맹세는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로 바뀌었다. 태극기 앞에서 우리가 충성을 다해야 하는 대상은 조국이나 민족의 무궁한 영광이 아니다. 몸과 마음을 바쳐야 할 국가도 아니다.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위하는 것이 바로 진정한 애국임을 기억하자.


박서현씨는 노동과 정치 경제학에 관심이 있는 경제학과 학생입니다.


이 글은 2017년 3월 22일 인권연대 웹진 <사람소리> 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