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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대의 구조조정 (박서현)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8 14:53
조회
310

박서현/ 청년 칼럼니스트


올해 초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의 핵심주제는 ‘4차 산업혁명’이었다.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 회장은 “우리는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기술 혁명의 직전에 와 있다.”라고 말했다.


산업 혁명, 기술 혁신이라는 단어는 언뜻 장밋빛으로 비칠 수 있지만, 그 과정에는 많은 고통이 따른다. 신산업의 성장은 기존 산업의 퇴보를 의미하며, 새로운 기술 변화에 발맞추어 제조업이 개편된다면 전반적인 산업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금 요란한 산업 구조조정의 예로 현재 진행 중인 조선업 대란이 있다. 세계 경기 침체와 경쟁 심화로 조선업의 부가가치가 점차 감소하여, 수익성이 낮은 국내 기업들이 정리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의아하게도 이런 상황에서 항상 강조되는 입장은 경영부진의 원인이 현대사회에 역행하는 경직된 노동구조, 즉 노조와 정규직 과보호에 있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경영계는 이를 근거로 비정규직 보호법 완화 및 파견근로 확대를 요구한다.


그러나 기술 변화의 위험성과 경기 변동성은 기업의 일만이 아니다. 노동자 역시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노동시장 선진화 방안이라며 제시되는 대책들은 늘 노동 수요의 유연화, 즉 쉬운 해고만을 요구한다. 그러나 경직적 노동구조가 원인이라면 노동 공급의 유연화, 즉 고용보험과 교육지원 또한 해결책으로 고려해볼 수 있다.


425ac0ce9e2be78_14266824166696519566.jpg사진 출처 - 경남신문


이번 조선업 대란의 여파로 전문가들은 협력업체 포함 2만 명에 가까운 조선 인력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그러나 노동자가 스스로 실업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울산광역시 설문조사 결과 조선 사업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직 예정자의 88%는 재취업을 원하며, 그중 61%는 희망업종으로 여전히 조선업을 꼽았다. 조선업 전체가 위기에 처한 상황을 실직자들 스스로 가장 잘 알지만서도 그들에겐 다른 대안이 없는 것이다. 이 부분이 국가가 전문적인 직업능력개발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하는 지점이다.


직업훈련 프로그램은 여러 정책적 기능을 갖는데, 먼저 노동자 개인적 차원에서 사회적 안전망 기능을 한다. 노동자는 종사하던 업종이 사회 변화에 의해 후퇴할 때,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훈련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이용하여 유망 업종으로 이직함으로써 안정적인 생계유지가 가능하다. 이러한 개개인의 선택이 모인 사회적 차원에서는 업종 간 인력 수급 불균형을 빠르게 해소하고, 유망 신산업의 발전을 가속하는 기능을 한다. 장기적으로는 시장 효율성을 증대시키고, 수준 높은 인적자원을 축적하여 신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동일한 노동유연화 정책이지만, 비정규직 확대와는 전혀 다른 정책 기능을 갖는 셈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의 구조조정 개념은 새로운 유망 산업으로의 (인적)자원 이동이라는 개념보다는 사업을 축소하고 인력을 감축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결과 인력개발 프로그램 역시 장기 교육 및 교육기간 중 생활비 보조가 아닌, 1년 이하의 단기 기술 교육, 취업정보 제공 프로그램이 주를 차지한다.


전폭적인 교육 지원 정책으로 손꼽히는 국가는 독일이다. 독일은 대학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며, 자녀가 25세가 될 때까지 수당을 지급한다. 대학생 무이자 대출 제도 등도 갖추고 있다. 현재 독일이 우수한 인재와 높은 제조 기술력을 보유하고, Industry 4.0 전략을 앞세워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는 상황은 필연적인 결과인지도 모른다.


요약하면 대기업 구조조정 때마다 기업 도산을 막기 위해 비정규직을 확대하자는 논의는 결과 중심적인 접근방식이다. 이는 단순히 사회변동의 리스크를 기업에서 비정규직으로 전가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사회변동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부문 간 이동을 활발히 할 수 있도록 교육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본질적인 접근이며, 사회변동에 대한 국가 전체의 리스크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최적의 선택이 될 것이다.


박서현씨는 노동과 정치 경제학에 관심이 있는 경제학과 학생입니다.


이 글은 2016년 월 일 인권연대 웹진 <사람소리> 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