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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로 선정된 김태민, 이서하, 전예원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칼럼니스트를 위해 안동환(서울신문), 안영춘(한겨레), 우성규(국민일보), 기자가 멘토 역할을 맡아 전문적인 도움을 줍니다.

택배는 찾았다. 이제 남은 일은… (김시형)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8-04-26 15:03
조회
1044

김시형/ 회원 칼럼니스트


 “고객님, 택배가 두 개 있는데요?”


 처음엔 무슨 소린가 싶었다. 최근에 무인택배함을 이용하면서 발송자가 내 연락처를 잘못 기재하는 바람에, 나는 무인택배함 비밀번호 알람 메시지를 못 받는 중이었다. 6개월 전에 택배 하나를 잃어버린 경험이 있어서 왜 택배가 안 오지 싶으면 바로 택배사 홈페이지를 검색한다. 배송 추적을 확인해보니, 분명히 무인택배함에 도착해 있었다. 6개월이 흘러간 사이에 무인택배실은 리모델링 되었고, 무인택배함도 모두 새것으로 교체되었다. 새로운 무인택배함에는 고객센터 전화번호가 큼직하게 있었다. 혹시나 싶어서 전화를 걸어보니, 이번에 배달 된 택배뿐만 아니라 예전에 잃어버린 택배도 고스란히 무인택배함에 있다는 것이다! 도대체 어찌된 일이지?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약 6개월 만에 다시 찾은 택배
사진 출처 - 필자


 고객센터에서 원격으로 조종해서 무인택배함 문을 열어주었다. 열어보니, 정말 내 택배가 있었다. 택배 아저씨께서 바닥에 두고 가셨다는 택배가 리모델링한 새무인택배함에서 발견된 것도 이상하다. 사실 황당하기도 해서 발견한 상태로 고스란히 기숙사 방으로 가져와 사진으로 남겼다. 택배 봉투가 왜 이렇게 심하게 손상되었는지 의문이 들었다. 누가 건드린 것일까? 원인에 대한 여러 가지 추측들이 난무한다. 그래도 찾았다는 데에 의의를 두자며, 원인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접는다.


 그런데 이번 일을 겪으면서 난 뜬금 없게도 세월호를 떠올렸다. 찾은 시기는 올해 4월 초이다. 난 택배 봉투가 심하게 손상된 모습을 보면서 4월하면 연상되는 세월호가 떠올랐다. 어쩌면 얼마 전에 본 영화인 「공동의 기억: 트라우마」 때문인지도 모른다. 영화 내용 중에 목포에 거치되어 있는 세월호를 보면서, 세월호를 건져 올린 것으로 끝이 아니라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참에 생존자의 인터뷰도 참고할 만하다.


 “생존학생들은 사고가 아니라 사건이라고, 구조된 게 아니라 탈출했다고 말해요. 왜 사고가 아니라 사건인지, 구조가 아니라 탈출인지 한 번쯤 모두가 의문을 가져줬으면 좋겠어요. 그 의문을 가지게 된다면 의문을 풀고 싶은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생길 테고 그 한 명이 우리와 함께할 거라고 믿어요” (세월호 생존자 김도연 양의 말, 한국일보, 2017년 4월 16일자)


 택배 한 두 개 정도야 잃어버릴 수도 있고, 피해가 경미하다보니 그 원인들을 파헤치는 일도 대충 접어도 된다. 하지만 세월호는 다르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세월호 참사를 마치 일개 사고로 취급하고 원인을 제대로 살피지 않으면 ‘제2의 세월호 참사’, ‘제3의 세월호 참사’가 기다릴 수 있다. 세월호 참사는 사건이다. 그것도 국가가 국민의 보호 의무를 저버렸을 때 얼마나 비참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대형 참사다. 이 점을 기억하면서 앞으로 활동하게 될 2기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게 갈채를 보낸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루어지길 바라면서 말이다.


김시형 : 윤리를 지식이 아닌 ‘삶’으로 이해하는 대학원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