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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로 선정된 김태민, 이서하, 전예원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칼럼니스트를 위해 안동환(서울신문), 안영춘(한겨레), 우성규(국민일보), 기자가 멘토 역할을 맡아 전문적인 도움을 줍니다.

애들이 시위 나오면 안 돼? (김정웅)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8 15:06
조회
377

김정웅/ 청년 칼럼니스트


올해 하반기 드러난 부끄러운 이 나라의 민낯은 차마 일일이 거론하고 싶지 않다. 그래도 민중 혁명과 민주화, 평화적 정권교체까지 이뤄낸 위대한 역사를 기억하는 국민들이 고생스럽게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가는 모습에서 작은 희망을 찾을 수 있어서 다행스럽다.


나 역시 이 20대 청년으로서 가까운 친구들과 시국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는 일이 많았다. 그러던 와중에 한 친구가 던진 다소 되새겨볼만한 질문 하나에 며칠을 고민했다.


“그 시위에 나오는 사람들 중에는 애들도 있던데... 걔네도 이 사태에 대해 알고 나오는 걸까?”


필자는 이것이 의미 있는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또 이런 생각을 하는 시민들이 그 친구 이외에도 상당히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직 원숙하지 못한 초·중·고등학생들이 시위에 나오는 것은 단순히 분위기에 휩쓸리는 것은 아닌가’하는 우려에 대해 우리 사회가 생각해 볼 여지는 있다. 사안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존중하는 것은 민주 사회에서 꼭 지켜야할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이니까.


20161214web01.jpg사진 출처 - 비디오머그


하지만 필자는 조심스럽게 그만한 학생이면 시위 나오기 충분하지 않느냐는 의견을 내고 싶다. 4.19 혁명 당시 한성여중 2학년이던 진영숙 학생은 “저는 아직 철없는 줄 압니다. 그러나 국가와 민족을 위하는 길이 어떻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라는 유서를 남긴 채 혁명에 참여했고, 결국 날아온 총탄에 유명을 달리했다. 또 수송국민학교 학생들은 ‘부모 형제들에게 총부리를 들이대지말라’며 시위에 나섰고, 이후 수없이 많은 고등학생들이 혁명에 참여해, 결국 하야를 이끌어내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이때의 초·중·고등학생이라고해서 지금과 다르게 월등히 우수한 학생이었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들 역시 지금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이해한 범위 안에서 지금의 정권이 불의하다고 판단해 혁명에 뛰어든 것이며, 그렇게 정권 퇴진에 기여한 것이다. 역사는 이들에 대해 ‘휩쓸려 나온 아이들’이라고 평가하지 않았다.


우리 현행 헌법 11조에는 ‘모든 국민은 평등하며 … 누구든지 사회적 신분 등에 의하여 정치 등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21조에는 ‘모든 국민은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학력에 관계없이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은 자신의 판단 하에 집회 결사를 통해 정치에 참여할 자유를 헌법으로 보장받는다. 주말마다 서울 한가운데서 촛불을 밝히러 오는 전국의 초·중·고등학생들을 응원한다.


김정웅씨는 사회와 정치의 소통을 통한 문제 해결에 관심을 갖고 글을 쓰는 청년입니다.


이 글은 2016년 12월 14일 인권연대 웹진 <사람소리> 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