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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굴 위한 글로벌 대학인가? (김한빛)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7 11:32
조회
300

김한빛/ 객원 칼럼니스트



많은 대학들이 글로벌 대학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외국인 유학생들을 유치하고 있다. 내가 다니고 있는 대학에서도 신입생이었던 시절 보다 많은 외국인 유학생들을 볼 수 있다. 학교 수업을 비롯하여 기숙사 룸메이트 등 다양한 곳에서 외국인들과 함께 생활 하고 있다. 지난 학기에는 나 역시 중국인 룸메이트와 한 학기를 보냈다. 하지만 글로벌 대학이라는 미명 아래 주먹구구식으로 외국인 유학생들을 유치하는 것은 기대와 달리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가까워 질수도 멀어 질수도 없는 수업시간

요즘 대학에서는 조별 레포트를 해야 하는 수업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팀 레포트를 하면서 학생들이 피하고 싶은 사람은 두 부류이다. 첫 번째 무임승차 하는 한국인 학생, 두 번째 외국인 유학생이다. 물론 교수들은 나름대로 무임승차 하는 학생들을 제재하는 방법들을 마련하고 있지만, 외국인 유학생 문제는 마땅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는 것 같다.

더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해 한국 학생들에게 외국인 유학생들은 피하고 싶은 존재가 되었다. 내가 듣던 한 수업에서는 한 학생이 중국인이 속한 조에 속하자 교수님에게 조를 바꿔달라고 요청 하였고 교수님은 조를 바꿔 주웠다. 얼마 전에는 후배 한명이 외국인 유학생과 같은 조가 되어 너무 힘들었다고 나에게 와서 한탄을 하였다. 그 유학생은 한국어를 전혀 하지 못해 세 명으로 구성된 팀에서 실질적으로 두 명만이 발표 준비를 하게 되어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고 발표 또한 한국 학생 두 명 이서 진행하였다고 한다.

유학생 입장에서도 이러한 문제는 큰 스트레스로 다가 온다. 많은 외국인 학생들은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고 유학을 왔다. 하지만 앞서 본데로 한국 학생에게 유학생들은 피했으면 하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영어 전용 수업에서 만난 모잠비크출신 사모는 한국 학생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지만 한국 학생들이 자기를 꺼려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하였다. 이처럼 수업 시간에 노골적으로 한국 학생들이 유학생들을 꺼려하는 탓에 이들은 심한 마음의 상처를 입고 있다.

돈 없는 유학생을 두 번 울리는 한국 사장님들

지난 학기 나의 룸메이트인 중국인 유학생 거민이가 나에게 “형 어디서 아르바이트 해야 돈 제대로 받을 수 있어요?” 라고 물었다. 거민이는 지난겨울 방학 때 두 달간 학교 주변에 있는 직업소개소를 통해 공장에서 일을 하였다. 하지만 거민이가 두 달 동안 일해서 받은 돈은 고작 100만원이었다. 공장에서는 직업소개소에 200만 원 정도를 주웠다고 했지만 거민이는 직업소개소에서 100만원밖에 받지 못하였다. 또한 학교 근처 술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최저 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돈을 받았고 이 돈 또한 한 달이 지난 후에야 받을 수 있었다. 그 이유는 중국인 유학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생신분임과 동시에 외국인인 이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학교 주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 어디에도 외국인 유학생들의 고충을 들어주거나 해결해주는 부서나 시설은 없다. 학교는 외국인 유학생들을 보호하는 대책수단은 커녕 관심 밖이다. 오직 입학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수업을 들으면서 알게 된 중국인 유학생 문걸이는 매번 학기가 시작할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았다. 수강신청을 겪을 때마다 원하는 수업을 신청할 수 없어서 전공과 관련이 없는 교양 수업 위주로 수업을 듣는다. 한국 학생도 수강신청 할 때마다 어려움을 겪긴 하지만 문걸이의 경우에는 수강신청을 어떻게 하는지 방법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그나마 운이 좋으면 우연히 알게 된 한국인 학생이 대신 신청해준다. 이처럼 학교 홈페이지를 비롯한 많은 시설물들 또한 유학생을 배려하고 있지 않다. 때문에 외국인 유학생들은 기숙사 신청 하나에서부터 도서관이용 등 학교생활에서 많은 어려움을 격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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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KBS


 

양보다 질을 높이는 대학이 되었으면

얼마 전 내가 다니고 있는 대학교에서는 외국인 유학생 1000명 시대라며 떠들썩하게 광고를 하였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중국 유학생들이었다. 그리고 한국어를 잘하지 못해도, 특별한 요건 없이도 쉽게 우리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대부분의 대학이 가지고 있는 문제이다. 대학에서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외국인 유학생 수가 대학을 평가하는 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또한 입학 정원이 미달된 대학에서는 외국인 유학생들을 유치해 부족한 인원수를 충족하고 이를 통해 재정을 확보하고 있다.

나는 항상 유학생들을 만나면 “한국대학에 오기 쉽냐?”라고 질문한다. 되돌아오는 답은 항상 “쉽다”이다. 한국어 성적이 없어도 입학할 수 있고, 한국 학생이 외국으로 유학 가는 것과 다르게 까다로운 절차도 없다. 또한 유학생들은 철저한 학사 관리에서도 예외이다. 중간고사 기간에 나는 한 유학생 친구에게 “시험공부 힘들지 않냐?” 라고 물었다. 그 친구는 교수님이 레포트를 하나 제출하면 'A'를 주겠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그 유학생은 한국어를 하지 못하는 유학생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적절한 절차 없는 마구잡이식 유학생 유치와 부실한 학사 관리는 오히려 한국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기보단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때문에 한국대학으로 유학을 오는 외국인들에게 토플처럼 한국어 능력 시험과 같은 방법을 통해 적절한 한국어 실력을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유학 절차를 좀 더 까다롭게 하여 실력이 검증된 유학생들을 유치해야한다.

대학은 일방적인 유치가 아니라 학생들의 의견을 고려하고 철저하게 준비된 후 유학생들을 유치해야 한다. 유학생들도 어려움 없이 학교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유학생을 고려한 시설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들의 어려움을 해결 해주는 부서 내지 시설물을 만들어 차별을 받거나 인권이 침해 되는 일이 없도록 도와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학교 차원에서 멘토, 멘티 제도 같은 방법 등을 만들어 유학생들이 한국인 친구를 사귀고 수업에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를 통하여 형식적인 글로벌 대학이 아닌 진정한 글로벌 대학으로 거듭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