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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 19금을 붙여라 (김새봄)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7 11:31
조회
364
김새봄/ 객원 칼럼니스트

이럴 수가. 너무도 선정적이었다.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벌건 대낮의 지상파 방송, 그것도 모자라 신문 1면의 거대한 사진으로 이 자극적인 장면이 실렸다. 이렇게 선정적이고 유해한 장면으로부터 청소년들이 무차별적으로 노출되어 온갖 나쁜 영향을 끼칠까 두려웠다. 그들의 몸싸움, 말이다. 몸싸움 너머로 뽀얀 눈물마저 흐른다. 지나치게 선정적이고 유해했다. 바로 한-미 FTA 국회비준안 통과 때의 국회 모습이다. 바로 의회정치에 19금을 붙여라.

한국 의회정치에는 19금이 필요하다. 청소년들이 보기에 한국 의회정치는 매우 유해하기 때문이다. 교과서에서 배우는 이상적 정치가 바로 눈앞에서 배신된다면, 그만큼 유해한 것이 있을까. 술 권하는 대중가요보다도 더욱 유해할 것이다. 교육은 말 뿐이 될 것이다. 정치인은 최루탄을 던지며 자신의 입장을 관철하는 깡패가 아니다. 반대자의 출입을 막기 위해 문을 걸어잠그며 막아세우는 조직깡패는 더더욱 아니다. 몸싸움의 승자가, 주먹질의 위력이, 고성의 높이로 정치행위를 결정짓는 것은 정치가 아니다. 정치인은 왜 국민들이 FTA에 반대하는지 귀기울여야 하고, 끝장토론을 벌여야 하며, 미국보다 한국의 국민을 더 두려워해야 한다. 그게 진짜 정치다. 정치가 깡패조직간의 세력다툼의 터가 되어서야 진짜 정치의 정의가 실현되는 일은 어렵기 때문이다.

한-미 FTA 국회몸싸움만을 보고 한국국회 전체에 19금을 붙이자는 것은 너무 심한 것 아니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번 뿐만이 아니다. 국회의 역사는 싸움의 역사와 궤를 같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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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12월 7일 비 내리는 아침, 폴란드 바르샤바 게토
희생자 추모비 앞에 무릎 꿇은 빌리 브란트 독일 총리
사진 출처 - 독일역사박물관 홈페이지


 

BBK 특검법 처리 때는 전기톱이 등장했고, 한미 FTA 상임위 상정때는 대형 해머가 등장했다. 소통과 토론과 화합의 장이어야 할 국회본회의장은 그렇게 수시로 특정 지지 세력에 의해 걸어잠기거나 굳게 닫혔다. 급기야 이번엔 최루탄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전기톱과 대형 해머, 그리고 최루탄. 국민을 위한 정치를 행하는 국회의원들이 소지하고 발휘하기엔 다소 거칠고 또 폭력적이다. 그렇기에 한국 국회에 19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독일의 무릎정치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한국 정치국회 몸싸움에 19금 딱지를 떼길 원한다면 말이다. 더 이상 청소년의 유해물이 되지 않기를 진정 바란다면 말이다. 서독 총리 빌리 브란트는 폴란드와의 회담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겨울비 내리는 차가운 바닥 아래에 무릎 꿇었다. 그곳은 유대인 위령비 앞에서였다. 그는 “수백만 명의 희생자 앞에서, 단순히 머리를 숙이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독일 유대인 학살에 대한 사죄였다. 다들 놀랐다. 그만큼 감동했다. 그가 사용한 무릎정치에는 역사적 과오에 대한 통렬한 죄의식과 이를 진정으로 사죄하기 위한 진심이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무릎이란 이럴때 꿇는 것이다. 한국의 19금 딱지가 붙은 한국 정치여! 몸이란 이렇게 쓰는 것이다. 정치란 이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