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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길 (오민석)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8 14:11
조회
353

오민석/ 청년 칼럼니스트


동일노동 동일임금. 일본의 아베 신조 수상이 시정연설에서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정규, 비정규로 나뉜 이중적인 임금체계가 일본 경제를 좀먹고 있다는 판단이다. 일본은 비정규고용이 약 40%를 넘는다. 아베 수상은 이와 함께 경제계에 임금인상도 요구했다.


평화헌법을 훼손하고 국가주의를 강화시키고 있는 아베의 또 다른 모습이다. 박근혜 정부와는 엄청난 온도 차이가 있다. 물론 그저 발언일 뿐이고 실천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일본에서는 이런 ‘경제 개혁’을 보수의 우두머리가 주장할 바탕이 되어있다.


비정규직 문제는 일본보다 한국이 훨씬 더 심각하다. 한국의 비정규직 비율은 50%다. 일본보다 10%가량 더 높다. 파견, 인턴, 하청 등의 복잡한 고용 구조를 통과하면서 임금격차는 훨씬 더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꼼수 착취’는 일본이 먼저 시작했다. 이제는 스승을 뛰어넘어선 착취국가가 되었다.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노동·고용 정책들은 하나같이 이 착취구조를 더 심화시키는 것들이다. 근로기준법에서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는 ‘중간착취’(노동자 파견 등)의 길을 더 쉽게 열어주고, 비정규직 고용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린다고 한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먼 나라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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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허핑턴포스트코리아


비정규직일수록 임금이 높아야 한다. 언제 그만두게 될지 모르는, 불안정한 고용형태이기 때문에 임금을 훨씬 더 받아야 한다. 그것이 유럽에서 볼 수 있는 자발적인 비정규직이다. 하지만 한국의 비정규직은 불안정한 고용 형태를 감내하면서도, 임금은 더 적다.


일본에서는 보수여당까지도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주장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정말 당연한 구호다. 한국 정부와 여당과는 정반대의 길이다.


한국과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곳이 또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2016년 2월 2일 오후 3시) 지구 반대편 미국에서는 ‘민주적 사회주의’를 주장하고 있는 버니 샌더스 후보와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접전을 벌이고 있다. 버니 샌더스는 미국에서 사회주의라는 구호를 다시 꺼낸 인물이다. 1년 전에는 무명에 가까웠던 사람이 이제 힐러리 클린턴이라는 막강한 상대와 겨뤄서 박빙을 벌이고 있다.


이렇게 미국에서는 민주적 사회주의자가 가장 강력한 대선후보로 등장해서 부의 분배와 재분배를 이야기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아베 정부가 소극적이지만 노동조건 개선을 말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와 여당만이 이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혼자서 가는 외롭고 쓸쓸한 길이다. 이 외로운 길의 끝에 과연 국민의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까?​


오민석씨는 경제적 불평등으로 생기는 인권 문제에 관심이 있는 청년입니다.


이 글은 2016년 2월 24일 인권연대 웹진 <사람소리> 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