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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로 선정된 김태민, 이서하, 전예원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칼럼니스트를 위해 안동환(서울신문), 안영춘(한겨레), 우성규(국민일보), 기자가 멘토 역할을 맡아 전문적인 도움을 줍니다.

"나서지 마라, 나서면 큰일 난다” (이현종)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0-02-06 17:41
조회
809

이현종/ 회원 칼럼니스트


요즘 들어 부모님께 이 말을 정말 지겹도록 듣고 있다. 실직 이후 사회를 알고 싶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시위 현장에 돌아다니는 아들이 걱정되니 매일 잔소리로 하시는 말씀이다.


일은 안 하고 시위나 하면서 돌아다니는 꼴을 보고 있자니 속이 타는 부모님 입장에서는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는 이야기다. 그래도 해야만 할 것 같아서 시위 현장을 계속 돌아다닌다. 그러나 마음 한편으로는 죄송할 따름이다.


‘데모하면 교도소 가고 경찰한테 얻어맞을 수도 있을 텐데 너 정말 어쩌려고 그러냐?’고 하시기에 ‘옛날이랑 다르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차라리 그럴 거면 집에서 놀라’고 하신다.


대학 때도 이런 집회를 돌아다닌 적이 없는데 늦게 시작한 게 더 무섭다고 어른들 말씀 하나도 틀린 게 없음을 다시 한 번 느낀다.


확실히 어른들 말씀 들어보면 전에 비해 요즘의 시위·집회는 안전하고 할 만하다. 얻어맞을 걱정도 없고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평화적이니 경찰도 그저 지켜보다 시간이 되면 알아서 물러나고 끝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집회나 시위를 항의가 아닌 일종의 축제고 놀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생겼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경찰로 대표되는 공권력에 대한 두려움 없이 시위에 참가해 왔다. 하지만 엉뚱한 곳에 문제가 있었다.



출처 - 한겨레


요즘엔 토요일에 고 문중원 열사 추모 문화제에 많이 참가하고 있는데 어딜 가나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이 방해했다. 집회 준비 도중에 난입해 술 취해 행패를 부리며 욕설하고 폭력을 행사해 급기야 경찰까지 배치됐다. 청와대로 행진하던 중 앞을 가로막기도 했다. 더 가면 물리적 충돌이 날 수도 있다는 판단 하에 중지하고 거기서 농성을 벌인 적도 있었다.


그리고 툭하면 우리에게 ‘빨갱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니 종북이 날뛴다’고 했다. 앞장서던 필자를 밀치던 기억도 난다. 이게 부모님이 말한 큰일인가 싶기도 했다. 어떠한 정치적 발언도 없었음에도 그런 일이 생기는 걸 보면 아직도 ‘나서면 큰일 나는구나’라는 생각도 했다.


그런 일을 당하면서도 ‘왜 (사람들은) 나서서 손해를 볼까’ 생각했다. 이거 한다고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돈 나갈 일만 생기는 일인데도 말이다. 내 나름대로는 ‘사람이 자살할 죽을 정도로 억울하니까, 해결해야 한다’는 목표가 있으니 결국 손해 볼 걸 알면서도 다들 나서는 것이라 결론지었다.


고 문중원 열사의 장례가 아직도 치러지지 않고 계속 운구차에 실린 채로 유족들이 힘겹게 싸워가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해결되었으면 하고 정말 간절히 소망하고 기원한다.


이현종 회원은 금형 분야에서 활동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