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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자랑스러운 태극기(이현종)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9-06-10 15:09
조회
145

이현종/ 회원 칼럼니스트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이 문구를 정말 지겹게 많이 들었다. 지금은 후반부가 바뀌었다. 현재는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이다.


물론 어떤 조국이든 상관없이 몸과 마음을 바치는 전체주의 혹은 군국주의 색채는 약해졌다. 현재의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를 뒤집어 생각해보면 자유롭고 정의롭지 않을 때 충성을 하지 않아도 되고, 여차하면 그걸 뜯어고치도록 모두가 나서 저항권을 행사하는 게 정당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갑자기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올해가 임시정부 100주년이라서 온 나라와 정부가 나서서 100주년임을 강조하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내세우는 가운데 누구도 이에 대한 반론과 의심을 제기하지도 않고, 허용하지도 않는 분위기 때문이다.


애국이 강조되면서 거리에서는 어렵지 않게 나부끼는 태극기를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태극기는 때때로 자유를 짓누르고, 정의 구현을 가로막는 국가의 상징으로 활용돼왔다. 늘 자랑스럽지만은 않았다는 뜻이다.



출처 - 뉴스1


이렇듯 때때로 자랑스럽지 않았던 태극기를 훼손하면 어떻게 되는 걸까. 우리 형법은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형법 제105조(국기, 국장의 모독)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국기 또는 국장을 손상, 제거 또는 오욕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12.29.>’


하지만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반론이 가능하다.


첫째, 국가가 모욕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현행법과 법원의 명예훼손에 관한 해석을 보면 개인이 아닌 단체 혹은 불특정 다수에 대한 모욕은 모욕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례도 있다. 대한민국을 모욕한다고 하면 단체 혹은 불특정 다수인데 이것을 과연 모욕의 죄로 처벌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둘째, 그 자랑스러운 국기 또는 국장이 오욕 내지 부조리하고 불평등한 국가의 상징으로 전락했기에 이에 대한 충성을 거부했다면 그것을 과연 죄라고 할 수 있을까. 이것은 헌법이 정한 양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로 보호받아야 할 행위가 아닌가.


셋째, 또 지금까지 이 죄의 책임을 물어 누군가를 처벌한 경우가 권력을 한 손에 움켜쥔 이들이 평등과 정의를 목청껏 외치는 울분과 한이 맺힌 사람들을 가둬두기 위한 꼬투리를 잡는 것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2014년 4월 세월호 집회 때 침몰 책임을 물으며 집회 도중 20대 청년이 태극기에 불을 붙여 태웠을 때, 경찰은 그를 잡아 조사했지만 2017년 탄핵 반대 집회에서 태극기가 관리부실로 훼손이 됐을 때 당사자를 잡아다 조사했다는 얘기는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앞서 미국에서도 ‘국기 훼손이 죄인가’에 대해 토론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토론 도중 한 명이 “우리는 저 국기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다”고 하니 미국의 코미디언 빌 힉스가 이렇게 답했다.


“너희 아버지는 깃발을 위해 죽은 게 아냐. 천조각을 위해 죽는 사람은 없어. 너희 아버지는 국기가 나타내는 가치를 위해 죽은 거지. 그리고 그 가치에는 국기를 불태울 수 있는 자유도 포함돼”


우리의 국가가 불평등과 부조리의 근원이 되고, 국가의 상징인 국기가 탄압의 도구로 이용될 경우 우리는 그 때도 그것을 존중하고 충성해야할까. 아니면 본래의 의미를 지키기 위해 저항하고 싸워서 뜯어고쳐야 할까. 그런 점에서 볼 때 국기 모욕죄는 과연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에 어긋난 것은 아닐까.


이현종 회원은 현재 금형분야에 재직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