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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달부터 과태료가 부과되는 자원재활용법 (최우식)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8-07-31 16:26
조회
1111

최우식/ 회원 칼럼니스트


 자원재활용법이 시행되었다. 법에 따르면 카페 매장은 물론 테라스에서도 플라스틱 일회용 컵 사용이 불가능하다. 오직 카페 밖으로 음료를 들고 나갈 때만 플라스틱 컵을 이용할 수 있다. 이를 위반하면 사업장에 5만 원에서 200만 원 상당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아직 법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자주 찾는 카페는 여전히 내게 묻지도 않고 플라스틱 컵에 음료를 준다. 이러면 안 된다고 따져 묻자니 괜한 참견인 것 같아서 얼마 전부터는 텀블러에 담아달라고 부탁드렸다. 이 문제에 유독 관심을 가지는 까닭은 내가 카페 아르바이트생이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 - 환경부


 카페 아르바이트생은 입이 아프다. 물어볼 것이 너무 많다. 음료가 따뜻한 음료인지 시원한 음료인지, 휘핑크림을 올릴 것인지 말 것인지 물어봐야 한다. 할인 카드가 있는지, 적립이나 쿠폰을 찍어 갈 것인지도 확인해야 한다. 현금으로 계산하면 현금영수증도 잊으면 안 된다. 성질 급한 손님들은 이쯤 되면 슬슬 ‘비언어적인’ 방식으로 짜증을 내기 시작한다. 그런데 고지할 것이 하나가 더 늘어난 것이다.


 ‘매장 안에서 드시면 머그잔이나 유리컵에 드셔야 해요. 법이 바뀌었거든요. 얼마 전에 재활용 문제가 대두되면서 그렇게 됐어요.’ 여기까지 말하면 열에 아홉은 넘어간다. 문제는 열에 하나다. ‘아니 얼마 전에 내가 다른 카페에서 마실 때는 일회용 컵에 마셨는데? 그런 법 있는 거 맞아요?’ 불신하는 눈초리로 바로 옆집 카페 이름을 대며 말한다. 이런 경우는 내가 설명을 해줘도 별 효과가 없다. 그렇다고 손님에게 법을 찾아보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얼마 전 한 손님은 주문을 멈추고 일행에게 가서 성토를 하더니 다시 돌아와서 주문을 했다.


 그렇다고 손님의 무지를 탓할 수는 없다. 사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모든 카페가 동시에 법을 따랐으면 손님들의 혼선도 줄어들었을 것이다. 어떤 카페는 법을 지키고 어떤 카페는 법을 지키지 않는 것이 문제다. 환경부는 정책 홍보에 실패했고 언론은 이를 충분히 보도하지 않았다.


 플라스틱은 미세 플라스틱이 되어 미세 먼지처럼 우리의 생명과 행복을 위협한다. 시중에 유통되는 국내 생수 10개 제품을 분석한 결과 4개 제품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되었다. 바다에서는 미국, 중국, 일본에 비해 10배나 많은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되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일반 시장에서 유통되는 조개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되었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나노 크기의 미세먼지는 몸에서 제대로 걸러지지 않는다. 우리가 먹는 음식에는 이미 미세 플라스틱이 침투해 있고 식탁 위에 매일같이 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플라스틱이 성장을 저해하는 원인이 되어 지적 장애나 자폐증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2016년 기준 우리나라의 1인당 플라스틱 사용량은 세계 1위이다. 세계는 플라스틱 사용량 감축을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맥도날드와 스타벅스는 영국과 아일랜드의 모든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플라스틱 빨대는 종이 빨대로 대체된다. 또한 영국 스타벅스는 26일부터 일회용컵에 ‘5펜스’(74원) 정도의 부과금을 매기고 머그잔이나 텀블러를 사용하는 손님에게는 ‘25펜스’(370원)를 할인해주는 ‘라떼 부과금’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매장에서 일회용컵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 법은 효과적이다. 나는 마감 시간에 일을 하기 때문에 매일 배출되는 쓰레기양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 매장에서 플라스틱 사용량은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사진 출처 - 필자


사실 카페 아르바이트생들은 이 법을 싫어할 것이다. 플라스틱 컵은 계량도 쉽고 처리도 간단하다. 하지만 머그잔이나 유리컵은 일일이 설거지를 해야 하고 말려야 한다. 또한 부피도 크고 깨질까봐 신경을 더 쓰게 된다. 바쁠 때는 법도 해야 하고 설거지도 해야 하니 이중으로 일이 쌓인다. 그래도 괜찮다. 홀쭉해진 재활용봉투를 들 때는 왠지 모를 뿌듯한 마음이 든다.


 이제 곧 8월이 다가온다. 환경부는 계도기간을 끝내고 과태료를 물릴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카페 사업자가 이 법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언론과 환경부의 홍보가 절실한 시점이다. 일반 시민에게도 나쁠 것 없다. 사실 유리컵이나 머그잔이 사진도 더 예쁘게 찍힌다. 문제는 카페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법을 설명하는 일도 설거지도 모두 그들의 몫이니까. 하지만 법을 설명하는 일이라도 줄어든다면 그것도 큰 도움이 될 테다.


최우식 : 사람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피디 지망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