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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범죄 그리고 시민 (서진석)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11-22 17:47
조회
861

서진석/ 회원 칼럼니스트


 “경찰 되시려고요?”, “동국대 다니세요?”


 경찰행정학과를 다닌다고 소개하면 돌아오는 질문이다. 심리학과 학생들이 프로이트도 못할 심리분석을 초면에 요구 받는 것과 같은 기분이라고나 할까? 내가 다니는 학교는 경찰 실무나 법 지식만큼 범죄학을 중요하게 다룬다. 범죄학은 범죄의 원인을 이루는 사회 경제적 환경, 개인의 유전적 특징 그리고 심리 상태를 분석한다. 범죄학과 더불어 경찰, 검찰, 법원 그리고 교정에 관한 제도와 체계까지 다루니, 경찰행정학은 상당히 포괄적인 학문이다.


 경찰이 되려고 경찰행정학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기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자 학과에 대한 흥미가 뚝 떨어졌다. 그럴 때면 사회학의 한 분야로 범죄학을 받아들이고, 기자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덕목을 ‘인간과 공동체에 대한 성찰’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동기부여가 잘 된다. 더 나아가 범죄학으로 현재 사회를 해석하려하면, 경찰행정학은 꽤나 내 적성에 맞는 학문이 된다.


 소년사법, 비교경찰제도, 피해자학, 지역사회경찰론 등의 과목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땐 막막하기만 했다. 다행히도 현실에 대입하려는 목적을 갖고 듣게 되자, 책을 집을 때 ‘팍팍’ 내뿜던 한숨이 조금은 줄어들었다. 최근에는 ‘소년법 폐지’와 ‘사형제 부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애완견의 목줄을 채우지 않는 주인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도 새로운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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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초등생 살인범 정씨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사형제 부활 논란을 접하며 수업 내용과 현실이 상당히 다름을 느낀다. “살인마는 이미 인간이 아니야”라는 분노와 적의에 “맞아. 쓰레기 같은 놈들이 많지”라며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오랜 기간 쌓여온 학문적 결과물을 생각하면 “근데 미국도 강한 처벌정책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보호관찰 정책을 늘리고 있는데?”라고 갸우뚱거리게 된다. 인천 초등생 살해사건에도 비슷한 감정이었다.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안 되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가 되죠”라고 언론학 교양 수업 때 들은 교수의 말은 이제는 틀린 말이 됐다. 사람을 문 개의 주인과 개에게 물린 피해자가 화제성이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소위 ‘개 목줄 논란’에서 비난의 화력이 목줄을 채우지 않는 견주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이를 보고도 번지수가 틀렸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다양한 이론과 경험에 따르면, 강한 처벌보다 검거율을 늘릴 때 범죄와 비행이 더 크게 감소한다. 그럼에도 법 집행의 책임자인 정부는 충분한 감시와 처벌에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 결과 반려견에게 목줄을 매지 않는 주인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비난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행법을 어기고 목줄을 채우지 않은 주인에게 잘못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가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쉽고 자극적인 것을 취하고, 어렵고 복잡한 건 멀리하는 것 같다. 때문에 잔혹한 범죄 기사에 더 많은 손이 가고, 범죄의 원인에도 “사이코패스니까”처럼 간단한 판결을 내리는 듯하다. 그렇게 거리를 두면 범죄자는 나와는 다른 존재로 선을 그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분노가 범죄를 해결해주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시원하게 욕지거리 몇 마디 뱉는 것도 당장은 기분 좋은 일이다. 하지만 한 번쯤 비행과 범죄의 동기가 나에게는 없는지, 사람보다 제도가 더 잘못된 건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


서진석 : 경찰행정학과에 재학 중인 대학생입니다. 정의가 뭔지 잘 모르기에 정의를 배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