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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로 선정된 김태민, 이서하, 전예원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칼럼니스트를 위해 안동환(서울신문), 안영춘(한겨레), 우성규(국민일보), 기자가 멘토 역할을 맡아 전문적인 도움을 줍니다.

예비군 개혁을 원하는 서영교 의원께 (서동기)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11-15 15:02
조회
671

서동기/ 회원 칼럼니스트


 

  며칠 전 예비군 훈련을 다녀왔습니다. 훈련장은 최신식으로 개선되어 있더군요. 최신식 전자알림판이 각 훈련교장마다 설치되어 있고, 동영상 시청과 간단한 실습을 하며 훈련을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입소할 때 나눠준 전자팔찌로는 훈련 수료 여부가 각 훈련 종료 즉시 통보되었습니다. ‘전자팔찌로 각 예비군의 위치가 바로 파악 가능하여 사고를 예방하고, 훈련들을 빠짐없이 성실하게 수료하도록 예비군을 지원하는 첨단 시스템’이라고 교관이 설명했습니다.


 

20171115web01.jpg사진 출처 - 국민일보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서영교 의원께서 예비군 개혁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계신 것을 접했습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예비군 처우 개선을 위한 실질적 훈련비 지급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키고, “예비군을 위험한 시기를 대비한 정예군으로 만들어나가”기 위하여 제대로 된 무기와 장비를 제공하고, 훈련을 개선하자고 강하게 주장하셨지요.


  한편으로는 예비군들의 ‘횡포’를 막기 위한 ‘예비군 기강 강화’에 관한 법안도 함께 준비하셨습니다. 불성실한 훈련과 지휘관에 대한 반항을 막기 위해서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대대장에게 대들었던 예비군이 최근 처벌된 사건을 염두에 두셨지요. 하지만, 너무나 관성적인 대응으로 보입니다. 마치 ‘여중생 폭행 사건’이 일어나자 너도 나도 청소년보호법 폐지를 외쳤던 것과 비슷합니다. 그저 사건이 벌어진 뒤 강력한 처벌만 말하는 것보다는, 문제의 본질을 보고 새로운 전망을 제시하는 것이 국회의원의 임무 아닐까요?


  예비군 제도는 ‘1.21 사태’라고 불리는 ‘김신조 사건’ 이후 박정희 정권의 강력한 안보드라이브를 통해 탄생했습니다. 주민등록증, 주민등록번호제도와 함께 향토예비군이 창설된 것입니다. 정작 전쟁 직후인 50년대, 60년대에는 필요치 않았던 예비군이 1968년에 창설되었고, 그에 따른 여러 훈련과 제도들이 마련되어 왔습니다. 여기서 의문이 듭니다. 예비군이 과연 필요한가? ‘무장공비’라는 희대의 사건과 함께 탄생해 기형적으로 만들어지고 유지되어 왔던 예비군 제도의 본질에 대해 물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 군은 언제든 싸울 수 있는 전투형, 야전형 군대를 목표로 개혁 중입니다. 예비군 제도도 이에 발맞춰 실제 전투와 같은 전자 서바이벌 게임 등을 훈련에 추가해 실질적 훈련의 개선이라 말해왔습니다. 그러나 정말 21세기의 전투가 시가전, 고지전, 백병전으로 이뤄지는지 의문입니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수많은 포와 대량살상무기로 이뤄질 것이 자명한데 백병전을 준비하며 전투형 개혁을 한다? 그것이 과연 국방개혁의 과제일 수 있는지 성찰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의원님의 역할일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한 전망을 제시할 수 있는 용기와 지혜도 정치인의 소중한 덕목 중 하나일 테니 말입니다.


  마침 올해 국군의 날을 목표로 했던 동원전력사령부 창설 작업이 10여 일을 앞두고, 중단되었습니다. 이미 314명에 달해 미 육군의 장군 수보다도 많은 우리 군대의 장군 수를 더 늘리려는 군의 욕망에 새 정권이 브레이크를 걸었습니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새 정권에서 예비군 개혁에 관한 이슈들이 재검토되는 지금이 의원님께서 적절한 목소리를 내실 수 있는 타이밍이라 생각됩니다.


  플라톤은 존경 받는 정치인을 위한 덕목으로 지혜와 절제, 그리고 용기를 꼽았습니다. 예비군 지원의 현실화에 관심을 가지고 말씀해주시는 것도 좋지만, 예비군 제도 자체의 필요성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하고 추진하는 용기를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대하고 싶습니다. ‘예비군 기강 강화’ 같은 주장은 절제하고, ‘예비군 제도 폐지’와 같은, 이제는 말할 수 있고 반드시 누군가 말해야 하는, 새롭고 명확한 전망을 만들어낼 지혜와 용기를 기대합니다.


 

서동기 :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읽고 묻고 공부하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