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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한국에는 가해자가 없나(이현종)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9-08-05 15:42
조회
745

이현종/ 회원 칼럼니스트


 일본 아베 정권은 2018년 한국 대법원이 “강제징용에 대한 개인의 소송권은 살아있고 청구가 가능하다”고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하여 크게 반발을 하며 여러 차례 항의를 하다 2019년 7월 선거를 앞두고 지지층 결집을 위해 한국에 대한 무역 보복을 감행했다.


 아베 정권의 속이 뻔히 보이는 얄팍한 수작에 많은 국민과 한국, 일본 기업들이 황당해하고 무역 보복을 중지할 것을 촉구하며 성명을 내고 걱정을 토로했다. 하지만 아베 정권은 본인들의 선거 승리와 대내 결속을 위해 그 어떤 짓도 감행할 수 있다는 것을 외부에 공표하였다.


 그들의 논리는 ‘한일 기본조약 체결로 이미 모든 분쟁은 합의가 끝났다. 배상은 완료되었고 그렇기에 한국 대법원의 판결은 무효이며 이로 인해 일본 기업들에게 피해가 된다면 그것은 부당하다. 그 이후 일본의 대응 조치는 매우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이 모든 일은 한국 정부의 잘못이며 판결은 무효이고 한국 정부에 철회를 요구한다’는 거다.


 여기서 일본의 논리에 허점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첫째로 한국은 민주주의를 근본으로 한 삼권분립의 국가이며 사법부, 행정부, 입법부로 나뉘어 있다. 사법부는 법과 양심에 따라 누구에게도 간섭을 받지 않고 원칙에 따라 판결을 내림이 기본 상식인데 일본은 ‘행정부가 사법부 판결에 간섭해서 무효로 돌리라’고 하는 것이기에 이는 내정간섭이며 비상식적이다.


 삼권분립이라는 개념은 각 기관의 감시와 견제를 위해서 만들어졌고 어느 하나가 일방적으로 간섭하거나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 일본은 민주주의와 권력분립이 이뤄진 국가라고 하면서 정작 이런 기본적인 것들을 모두 무시하고 있다. 현재 일본의 상황이 민주주의나 삼권분립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일당 독재가 되어 가는 것이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을 사실로 보이게끔 하는 발언이다.


 두 번째로 한일 기본조약은 일본의 주장대로 국가와 국가 간의 문제가 해결이 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리고 일본은 당시 합의한 금액 안에 배상금이 다 들어가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것 또한 굴욕적이고 억울하지만 사실이다. 당시 박정희 정권은 경제 개발을 위해 징용 피해자들과 국민 정서를 무시하고 제 멋대로 한일 기본조약을 체결하면서 당시 일본 GDP에 비교해서도 막대한 양의 배상금을 받았다.


 일본의 두 가지 주장 중 첫 번째는 억지지만 두 번째는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당시 국민정서와 피해자들을 완전히 무시하고 국가 간에 밀실협약을 맺은 것이기에 문제가 있다. 일본의 말대로라면 국가 간의 문제는 그 당시 다 끝났다. 하지만 당시 조약 내용을 보면 개인 청구권에 대한 발언은 정확히 명시가 되어있지 않으며, 2018년 대법원의 판결은 이에 근거한다.


 일본은 배상금을 다 지불했다고 하는데 개인의 배상 청구와 보상금에 대한 행방은 어떻고 왜 피해자들은 한 푼도 받지 못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떨치기가 힘들다. 그 막대한 돈은 당시 박정희 정권이 경제 개발 자금으로 썼다고 한다만 그마저도 전부는 아니고 정치자금으로도 흘러 들어갔다는 게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그 돈을 기반으로 경부고속도로, 제철소를 비롯한 국가 경제 기반을 일으켜 세웠고 포스코 박태준 회장은 ‘(경부고속도로는) 조상들의 핏값으로 세운 것’이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 당시에는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라는 논리가 지배적이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 피해자들이 거기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2019년 현재까지 아무런 조치도 사과도 없다.


출처 - 뉴시스


 이는 비유하자면 전에 일하던 직장에서 밀린 월급 받아서 집으로 가져가는데 사장이 갑자기 가던 길을 막아서고 ‘지금 그 돈이면 기계랑 땅 사서 회사가 더 성장할 수 있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나중에 다 같이 잘살고 성공할 뿐만 아니라 돈도 갚고 이자도 줄 테니 빌려 달라.’고 해서 어쩔 수없이 준 후 사정이 좋아져 돈을 돌려 달라고 하자 ‘배 째’ 라고 하는 격이다.


 하지만 이제는 피와 한이 맺힌 돈을 기반으로 성장한 국가와 기업이 일제 피해 당사자들에 대한 보상을 할 때도 되었다. 이는 지금 일본의 보복성 수출 규제 등 외부 상황이 해결되고 나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전처럼 조용히 넘어갈 것이 아니라 당시 그 돈을 쓴 기업들이 피해자들이 살아있을 때 한시라도 빨리 해결해야 한다.


이현종 회원은 현재 금형 분야에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