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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파업 (김창남)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10-25 10:38
조회
6

김창남/ 인권연대 운영위원


 

  지난 2012년 2월 17일 장충체육관에서 당시 파업 중이던 MBC 노동자들을 응원하는 콘서트가 열렸다. 방송인 김제동, 김미화, 가수 이은미와 강풀, 김어준, 주진우 등 유명인들이 함께 한 이 자리에 나도 한 자리 끼어 무대에 올랐다. 그런 자리에 낄 만큼 내가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영향력도 없지만 제대로 된 공영방송을 위해 파업에 나선 방송 노동자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MBC노조는 그해 무려 170일간에 걸친 파업을 했다. 파업을 마무리할 때 노조원들은 그 정도로 뜻을 보여주었으니 이제 김재철 사장이 해임되고 MBC가 공영방송으로서 정상적인 모습을 되찾으리라 믿었다.


  하지만 이후 사태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김재철은 건재했고 그를 비롯한 경영진은 파업이 끝나자마자 노조원들에 대한 철저한 복수와 응징에 돌입했다. 파업 종료를 선언한 그날 밤 대규모 인사 발령을 통해 50명 이상의 노조원들이 취재와 제작 일선에서 벗어난 엉뚱한 외부 부서로 전출되었다. 기자, 피디, 아나운서들이 스케이트장 관리를 해야 했고 이른바 ‘신천교육대’라 불리던 신천역 근처 MBC아카데미에 강제로 소집되어 브런치 만들기, 요가 연습 같은 교육을 받아야했다. 심지어 가나안 농군학교에서 강제 교육을 받기도 했다. 이와 같은 ‘추방’과 ‘격리’ ‘왕따’는 끝없이 계속되었다. SNS에 경영진을 비판하는 만화를 그려 올린 PD가 해고되었고, 국정원 댓글 공작을 취재하려 한 기자, 세월호 보도에 항의하던 기자들은 징계받거나 방출되었다. 파업 가담자들이 빠진 자리는 졸속으로 채용된 시용기자, 경력기자들이 채웠다.


  이후 벌어진 일들에 대해 우리는 모두 잘 기억하고 있다. 심층 취재보도나 드라마, 예능 할 것 없이 거의 모든 분야에서 시청자들에게 사랑받고 가장 높은 신뢰를 얻었던 MBC의 위상은 속절없이 추락을 거듭했다. 오죽했으면 지난 해 촛불 광장을 취재하던 기자들이 MBC로고를 가려야 했을까. KBS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정권이 방송을 장악하며 벌인 온갖 공작과 추태에 대해, 해직되고 방출되며 거리로 쫓겨난 언론인들에 대해 굳이 재론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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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 노컷뉴스


 

  2012년 7월 17일 170일간의 파업을 종료했던 MBC노조는 지난 2017년 9월 4일 다시 파업에 돌입했다. KBS노조도 함께 파업에 들어가면서 양대 공영방송 노조가 함께 파업 상태에 있다. 정권이 바뀐 터라 2012년의 파업과 달리 이번에는 분명 승리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크지만 파업이 장기화될수록 두 방송사 노조원들의 고충은 커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두 거대 방송사가 파업 중임에도 시청자들의 관심이 그리 높지 않다는 데 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은 JTBC나 tvN 같은 채널에 시선을 빼앗긴지 오래다. 게다가 수많은 팟캐스트와 뉴스타파 같은 대안매체, 인터넷 방송들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더 이상 공중파 방송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KBS와 MBC를 보지 않아도 일상생활에 아무런 지장이 없으니 파업에 큰 관심이 없을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뉴스타파가 다큐멘터리 <공범자들>을 10월 20일부터 11월 3일까지 2주간 유튜브에 무료 공개하기로 했다. MBC에서 해고된 최승호 피디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공범자들>은 지난 정권에서 벌어진 방송장악의 실태와 그 과정에 부역했던 언론인(그리고 언론학자)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어 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극장에서 절찬리에 상영 중인 영화를 한시적이나마 무료공개하기로 한 것은 공영방송의 파업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환기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공영방송 파업에 대한 화제가 나오면 이렇게 말한다. “그 까짓 거 KBS, MBC 없으면 어때. 안 그래도 볼 거 많은데. JTBC가 잘하고 있잖아” 일리 있는 말이긴 하지만 그건 지극히 짧은 생각이다. JTBC를 비롯한 많은 채널들은 모두 사적인 자본에 의해 지배받는 상업방송이다. 만일 손석희 사장이 어떤 이유로든 자리를 떠난다면 JTBC가 과연 현재의 기조와 색깔을 유지할 수 있을까? 장담하기 어려운 일이다. 공영방송다운 공영방송이 꼭 필요한 이유는 그것이 자본의 입김에서 벗어나 공익성을 담보할 수 있는 유일한 제도적 장치인 까닭이다. 공영방송이 정권의 추이에 따라 권력에 휘둘릴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그런 의미에서 뉴스타파가 공개한 <공범자들>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시청하면 좋겠다. 좀 더 많은 시민들이 양대 공영방송 노조의 파업에 관심을 갖고 응원해 주면 좋겠다. 그렇게 해서 하루 빨리 KBS와 MBC가 시청자들에게 사랑받고 신뢰받는 공영방송의 제자리를 찾으면 좋겠다.


 

김창남 위원은 현재 성공회대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