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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노멀(next normal)과 거주불능 지구(이재상)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0-04-29 15:58
조회
386

이재상/ 인권연대 운영위원


 코로나19 시대의 화두는 ‘새로운 일상’이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수많은 감염자와 사망자가 발생했고, 실업이 증가하고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일상이 문제가 아니라 생존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이 새삼 뼈저리게 느껴지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픈 마음 간절하다. 하, 어쩌랴. 아무리 후회해도 돌이킬 수 없다는 건 인정하든 안하든 우리 앞에 닥친 현실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잘 버티고 견디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실낱같은 기대마저 무너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낯선 단어가 새로운 삶의 방식, 새로운 일상을 규정하는 단어가 됐다. ‘넥스트 노멀’이라고 불리는 코로나19 이후의 시대는 소비도 교육도 온라인 중심으로 이뤄지는 이른바 비대면 접촉의 시대가 될 거라 한다. 온라인 개강, 재택근무, 화상회의 등 여기저기 혼란은 있지만 이런 ‘넥스트 노멀’한 삶도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넥스트 노멀한 시대에도 우리의 일상은 계속 될 수 있는 걸까. 최근에 나온 한 책 제목은 가히 충격적이다. <2050 거주불능 지구>. 2050년이면 겨우 30년이고 한 세대 밖에 안 되는데, 이렇게 급작스럽게 지구가 인간이 살 수 없는 곳이 된다고? 그게 말이 돼?


 책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지구온난화는 산업혁명 이후 수 백 년에 걸쳐 배출해온 온실가스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대기 중 탄소의 절반은 불과 지난 30년 동안에 폭발적으로 배출된 것이다. 30년 전이면 1990년대 유엔기후변화협약이 체결되는 등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적 노력이 시작되던 시기인데 인류는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나서도 문제를 몰랐을 때만큼이나 자연을 파괴해왔다는 지적이다. 97년 교토의정서, 2016년 파리기후협약 등 기후재난을 멈추기 위한 수많은 협약이 있었지만 공허한 말잔치에 불과했고 트럼프 같은 정치인은 이를 노골적으로 폐기했다. 기업들은 공장을 계속 가동했고 우리는 신나게 자동차를 몰았고 맛있는 고기를 마음껏 즐겼다. 이렇게 우리의 ‘평범한’ 일상이 이어지는 동안 기온상승을 2도 안에서 멈춰야 한다는 경고는 잊혀졌다.


 만약 기적이 일어나 지금 당장 탄소배출을 멈추더라도 이미 배출한 양 때문에 추가적인 기온상승은 피할 수 없다. 호주산불, 미국의 허리케인, 유럽의 폭염, 베네치아의 침수 등 우리가 재난이라고 부르는 기상이변은 앞으로 닥칠 상황에 비한다면 그나마 최선의 상태다. 살인적인 폭염, 치솟는 산불, 갈증과 가뭄, 빈곤과 굶주림, 오염된 공기... 이런 재난은 ‘일상’이 될 것이고 앞으로도 탄소배출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21세기가 끝날 즈음 기온은 4도 이상 오를 것이고 지구상에 사람이 살만한 지역이 하나도 남지 않는다.



사진 출처 - freepik


 불과 석 달 전만해도 아무도 코로나19가 가져올 일상의 변화를 예상치 못했다. 하지만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그것이 초래할 일상의 위기에 대한 경고는 30년 전부터 있었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위기 가능성에 대해 지금도 우린 애써 외면하고 있다. 유엔은 2050년 기후난민이 2억 명에 달하고, 싸움을 벌이거나 도망치는 것 이외에는 선택지가 없는 취약한 빈민층이 10억 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2011년 이후 시리아 난민 1백만 명이 유럽에 가져온 쇼크를 생각하면 2억 명이란 수치는 엄청난 수치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일상 자체의 종말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경고다. 내 살아생전 그럴 일이 있겠어? 평균수명 80세, 100세 시대라고 하니 30년 뒤는 내 살아생전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우린 사회적 거리두기로 멈췄던 일상으로 돌아가길 오매불망 기다린다. 마치 100미터 달리기 출발선에 선 선수처럼 언제든 튀어나갈 기세로 말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잠시 멈췄던 발걸음을 다시 떼기 전에 어느 방향으로 갈지 깊이 성찰해 볼 일이다. 코로나19는 새로운 일상에 적응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과연 이 일상 자체가 지속가능한 것인지 진지하게 성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자연파괴, 대량소비와 과잉생산으로 점철된 이 사회가 과연 지속가능한 지, 더 성장을 추구해야 하는지 아니면 멈추고 공존과 생존을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하는지 묻고 있다. 소비의 방식만 비대면으로 바뀔 뿐 소비나 욕망 자체는 그대로라면 ‘넥스트 노멀’한 일상이 지속가능한지 묻고 있다.


 코로나19는 중국을 비롯한 세계의 공장을 멈추게 했고, 거미줄처럼 하늘을 누비던 비행기의 운행도 감축시켰다. 한국에선 미세먼지 없는 깨끗한 하늘을 더 많이 볼 수 있었고 인도에선 대기오염에 가리어있던 에베레스트산맥의 풍광이 드러나기도 했다. 전 세계 지도자들이 하지 못한 일을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바이러스가 해낸 것이다. 세계화는 전염병의 세계화를 가능케 했고 전염병의 세계화는 세계화 자체를 불능상태로 되돌리는 역설, 어쩌면 코로나19 사태는 우리의 일상을 되돌아볼 수 있는 그리고 앞으로의 지속가능한 일상을 준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김호기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코로나19가 준 세 가지 교훈을 이렇게 얘기했다. “하나는 여전히 믿어야 할 것은 과학과 이성이라는 것. 또 하나는 개인과 개인, 개인과 공동체 간의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일깨워줬다. 마지막은 문명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다. 자연 파괴, 대량 소비, 기후 위기, 목적만을 향해 달려가는 빠른 삶, 이제까지 현대문명이라고 칭했던 것에 대한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코로나19 이후에 우리가 조금 더 다른 사람들과 협력적인 삶을 추구하게 된다면, 우리가 과거와는 달리 느린 삶을 살려고 한다면, 그리고 기후위기에 대한 신문기사들을 꼼꼼하게 읽는다면 그것은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준 긍정적인 결과들일 것이다.”


이재상 위원은 현재 CBS방송국 PD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