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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로 다가온 인구감소 충격 (강국진)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8-05-23 18:25
조회
1375


강국진/ 인권연대 운영위원


 인구감소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떠오른 생각은 ‘이민을 많이 받아들이면 되는것 아닌가?’였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꽤 된다. 하지만 전체 인구의 5%도 안 되는 국내 거주 외국인 200만명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는 현실을 생각해보면 설득력이 없다. 결국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로 나라가 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 저출산 문제는 말 그대로 브레이크가 없다. 올해 1분기 합계출산율은 1.07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0.1명 감소했다. 통상 아기가 가장 많이 태어나는 시기가 1분기라는 걸 감안하면 올해 합계출산율은 작년 1.05명보다도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아이를 가장 많이 낳는 30∼34세 여성인구와 결혼도 줄어드는 추세여서 당분간 출산율 반등도 쉽지 않다.


 어떤 분들은 좁은 땅에 5000만 명이나 되는 인구가 바글바글대는게 더 큰 문제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구감소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심각한 상황은, 통계청이 지난 2016년 12월 장래인구추계와 비교해보면 금방 드러난다. 당시 통계청이 가정한 ‘최악의 시나리오’는 합계출산율 1.07이었다. 2016년 당시 통계청이 예상한 시나리오에 따르면 대한민국 전체 인구는 2023년 5168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4년 5166만명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2040년에는 5000만명 이하로 떨어지는 등 급속히 감소한다. 현재 추세는 통계청이 예상했던 최악의 시나리오보다도 더 최악이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청년실업과 주거문제는 혼인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출산율 하락을 부채질한다. “혼인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인구감소이지만 결혼 주연령층의 실업률 상승과 부동산 가격 상승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는 통계청 관계자 분석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이미 작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했고 몇 년 안으로 전체 인구도 줄어들 게 확실해 보인다. 올해 들어 2월부터 4월까지 3개월 연속 취업자가 10만 명대 증가에 그쳤다. 고용률과 실업률은 큰 차이가 없고 청년실업률은 0.5% 포인트 감소했는데도 취업자 수가 좀처럼 20만명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생산가능인구(15~64세) 자체가 줄어들면서 발생하는 ‘인구 감소 충격’이 원인이다. 취업자 증가폭이 둔화되고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은 곧 소비감소와 경제 활력 저하, 노인인구 부양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가 2006년부터 2017년까지 저출산 해결을 위해 122조원을 쏟아 부었지만 현실은 오히려 거꾸로 간다며 저출산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비관론이 터져 나온다. 과연 그럴까? 저출산 예산 규모와 추이를 살펴보면 정부예산 규모가 오히려 너무 적다는 게 문제라는 걸 알 수 있다. 한마디로 말해, 뿌린대로 거둔 것 뿐이다.


 우리나라 ‘가족정책지출’ 규모는 해마다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여타 선진국에 한참 미흡하다. OECD 평균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45%(2013년도 기준)인 반면 한국은 1.38%로 1% 포인트 이상 차이가 난다. 저출산 극복의 대표적인 모범사례로 꼽히는 프랑스(3.70%)와는 2% 포인트 이상이다. 단순계산해도 한국이 OECD 평균 수준이 되려면 1년 예산규모가 15조 원가량, 프랑스 수준이 되려면 30조원 가량 정부예산을 더 써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OECD에서 한국보다 가족정책지출이 적은 나라는 터키, 멕시코, 미국 뿐이다.


 가족정책지출은 가족과 아동을 대상으로 한 현금지원 성격의 정부지출을 뜻한다. 크게 아동수당이나 육아휴직급여 등 직접적 현금지원, 보육료 지원이나 국공립보육시설 지원 등 서비스 지원, 세제지원 등 세 가지로 구분한다. 한국이 다른 선진국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영역은 직접적 현금지원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0.18%인 반면 OECD 평균은 1.25%, 프랑스는 1.56%, 영국은 2.42%였다. 대표적인 현금지원인 아동수당만 해도 한국은 9월부터 5세까지 지급할 예정인 반면, 주요 선진국들은 수십 년 전부터 16~18세까지 아동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프랑스는 자녀가 늘어나면 아동수당도 늘어난다.


 저출산은 거의 모든 선진국이 경험했던 일이다. 가령 프랑스는 1995년 합계출산율이 1.71명, 스웨덴은 2000년 1.56명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2015년 합계출산율은 각각 1.98명과 1.90명으로 인구유지를 위한 합계출산율(2.1명)을 회복하고 있다. 눈여겨볼 대목은 일반적으로 여성이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비율이 높을수록 출산율이 높아지는 반면 한국에서 맞벌이 부부의 평균출생아 수가 외벌이보다도 낮은 것이 사실이다. 이는 사회 전반적인 성평등 수준과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는 각종 복지제도 차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주변에서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를 들어보자. 취업을 못해서, 비정규직이라서, 집이 없어서, 등록금 빚 때문에, 안전하게 키울 자신이 없어서, 불안해서, 헬조선을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아서... 저출산 원인은 하나같이 인권 문제와 맞닿아 있다. 저출산은 인권문제의 결과물이다. 저출산 극복을 위해서는 인권 수준을 높여야 한다. 인권 수준을 높여야 출산율도 올라간다. 다시 한 번, ‘국가의 역할’을 묻는다.


강국진 위원은 현재 서울신문사에 재직 중입니다.